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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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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의 눈


BY 김隱秘 2002-11-15

" 야, 이거 그만 마시자..?"
" 왜? 괜찮은데.."
" 난 이런 술이 별로거든.."
" 그래도 좋은거라니까 그리고 비싼건데...돈땜에 그래 오빠,..?"

술은 은은하고 향도 있었다. 그러나 그 속에 감추인 그 위력을 생각하면서 나는 움찔했다.
그 맛은..내가 기억해낸 그 독특한 맛은.. 누구도 알지 못하겠지만 나만이 느껴본 그 맛이었다.
분명, 그 비밀스레 사람을 감고도는 맛은 새로 취직한 곳의 미팅때 마셨던 그 쥬스의 맛이
가미된 것이 틀림 없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테지...민아가 한 말이 일리가 있어.. 은밀하게 이곳을 아는 사람만이 아는 이 술을 먹어본 사람들은 정말 좋은 술이라고 하겠지. 한번 다녀간 사람들이야 반하고 중독 되고도 남을 그런 맛이지』

난 내심 단정을 내리면서 은근히 겁이 나기 시작 했다. 지금까지의 미팅에서야 아무런 부담이 없는 여성들과의 실험실 속에서 육적인 조율에 따라 움직인 남창(男娼)의 한 형태였던 것이지 않는가. 관능적인 시간으로 얼마나 몰입할 수 있는가에 대한 실험이라고 느껴진 공주와 금산 그리고 보은의 구병산 연구소에서 만났던 일회성 여자들과는 전혀 다른 여자와 지금 자리를 함께하고 있지 않은가. 이 술이 그 쥬스와 동일 성분이라면 우린 어쩔 것인가...
내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실내가 자꾸 어두워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구름 그림자가 창을 가린 탓이기도 했지만 바퀴가 어둠 속에서 활동하려는 그런 심리가 심장에 피를 뿜어 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오빠, 술 맛있네..한잔 받아 향이 아주 좋아 그지?"

민아의 잔이 내게로 온다. 볼그스레한 술빛이 고향에서 아버지가 드시던 매실주의 색깔과 흡사하다고 생각이 됐다. 이 술을 사람들은 양주로 빗은 과일주라고 한다나....

"자, 한잔 쭉 해 오빠..우리 그이 다음달 5일날 들어 온대.."

술잔을 들다말고 남편을 귀국을 말하는 민아의 입술을 쳐다 보았다.

"다음달..? 음..그랬어....그럼 한 보름 남았네...?"
"응, 귀찮아 큰일 났네.."
"뭔 소리야 낭군님 오시면 얼마나 사랑해 줄텐데. 너 죽었다 ㅎㅎ"

민아는 눈을 흘겼다.

"헛소리 마, 그 사람 마음은 딴데 있어. 본래 결혼하기전에 여자가 있었거든.."
"무슨 여자?"
"응, 동성동본인 연숙이라는 여자인데 둘이 그렇게 죽고 못살았데..."

짐작이 갔다. 법이 정한 금기 때문에 사랑하면서도 숨어 살고 아이까지 낳았지만 혼인신고를 못하고 고통을 당하는 사람들의 얘기는 심심찮은 흥미거리로 가십거리가 되곤 한걸 기억한다.

"그여자 지금은 시집 가서 살거 아냐.?
"그렇지 시집은 갔는데 하필 그 남편이 죽었어..싱가포르에서 무역업을 하던 남편이 말라카해협의 크루즈라는데로 비행기 타고 가다가 사고로 죽었데.."
"그래서..?"
"그래서는 뭐 그래서 그 여자 미국으로 들어 갔잖아.."
"그럼, 네 신랑과 만났을지도 모르겠네..?"
"뻔하지 뭐, 그래도 난 신경 안써..어짜피 우린 출발이 잘못된거야. 아마 이번에도 귀국한다고는 하지만 회사에 무슨 핑계를 대서라도 미국으로 다시 들어 갈거야. 나보고 같이 가자고 하겠지만 내가 왜 가..? 그게 다 쑈인데 안보고 말지. 나도 나대로 살길 찾아야지..흥"

"갑자기 남편에 대한 적개심에 불타는 민아가 애처러워 보이기 보다는 내 맘속이 일렁거리는 설레임을 느낄 수 있었다. 속에서 ?g다구나 쾌재를 부르는지도 몰랐다. 내심 이렇게 중얼거리는 날 느낄 수 있었다.

『그래.. 동성동본 여자하고 사는 남자나, 나한테 의지하려는 민아나 별 다를바 없잖아..』

늘 사람은 합리화할 구실을 찾는 것이다. 그래야 마음이 편하기 때문에..그래야 아무 죄의식 없이 자신의 욕구를 충족 시킬 수 있기에 늘 사람은 돌파구를 마련해 놓고 양심의 소리가 들어와 따질 때마다 그 카드를 내 놓으면서 자기를 방어하는 본능을 가진 것이 아닐까...

"야, 그런 얘기 그만하고 술 마셔라.."

이번에 내가 역으로 민아에게 술잔을 건넸다.
이브 같은 민아에게서 기다림의 대지에 하얗게 핀 목련의 고고함이 배어 나오고 있었다.
봄 들판 아무 꽃도 피지 않는 마을에 망부의 한 같은 하얀 등불을 들고 서서 소복을 여미는 여인을 물레방앗간으로 번쩍 안고 들어가고 싶은 남성의 욕망이 부풀어 오르는 걸 민아는 아는 것 같이 붉은 입술로 부어진 술, 이름하여 양주로 빗은 과실주를 참 곱게 마시고 있었다.

"야, 술 오르지 않냐?"

민아의 얼굴이 홍조를 띄기 시작 했다. 민아는 더웁다며 윗 옷 하나를 벗어서 옆에 가지런이 놓는다. 어릴적부터 너무 오랫동안 보아온 희망의 젖봉오리 오묘한 선이 나의 눈 속으로 들어와 너무도 그리웁게 만지고 싶은 불을 지르고 있었다. 정말 가스통이 터질지도 모른다는 긴장감이 방안의 공기를 팽팽하게 만드나 보았다. 숨이 가빠지고 있었다. 체온이 오르고 이섰다. 이성이 깨어지나 보았다. 액셀레이터를 강하게 밟은 충동이 불같이 일어 났다. 브레이크가 터졌으면 좋겠다는 강한 욕망이 중앙탑으로 모여 들고 있었다. 그 술의 눈이 회오리치려나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