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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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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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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BY lhj 2002-09-08

음, 어떻게 어디서부터 말을 시작해볼까.
제발 부탁인데 상투적이고 식상한 말이라고 콧방귀뀌면서 고갤 돌리지 말았으면 해.
그래줄꺼지.

그와 그녀.
그녀에게서 다시 전화가 온건 엊저녁.
우리가 서로에 대해 잊고 살았다고 생각한 시간은 생각만큼 긴게 아니었나봐.
물리적인 시간은 5년을 지났는데도 뭐 별로 변한게 안 느껴졌거든.
하긴 전화라는 매체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전화에서 느껴지는 것이란게 고작 말투와
어톤뿐이잖아. 그래도 여전하다는 생각밖에 안 나더라구.
물론 너무나도 뜻밖이었지.
생각해봐 너도.
무능력해서 싫다고 떠난 옛여자가 다시 전화를 해왔다. 어찌보면 좀 황당하기도 하건만 난 웬걸 이미 나도 모르게 목소리 톤이 올라가고 반가움에 따발총처럼 이것저것을 물어댔지.
사는덴 어디냐?
결혼은 했냐?
아이는?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내 전화번홀 어떻게 알았는지 안 물어봤네......
그녀는 아무것에도 대답해주지 않았어.
아! 결혼을 했다곤 했다.
그리곤 왜 결혼을 안 했냐고 묻더군.
그건 또 어떻게 알았을까?
결혼은 안 한게 아니라 못한건데, 암튼 그렇게 묻는데 어쩌다보니 그렇게 되었다고 밖에는 달리 할 말이 없더라구. 좀 더 멋진말을 했어야 했는데... 나 좀 모자라보이지...
결혼은 했다 하는데 나한테 전화한 시간이 좀 늦은 시간이었거든, 대답을 안 해줘서 모르겠는데 상식적으로 생각하기엔, 아니 내 사고의 한계로는 남편과 사이가 안녕하지 못한 듯 했어. 그렇지 않고 다른 이유란게 있을수 있을까? 그럴수도 있다고? 그럴려나?

듣고있니?

무슨일이 있는거 아니냐고 물어도 물어도 그냥 아무일 없다고만 하고 지나간 얘길 하는거야. 가끔씩 생각이 났더라면서 꿈에서도 안부는 들어 알고있다고.
H야!
내가 그 여자 꿈에 가서 이렇게 이렇게 지내고 있다고 말을 해 주더래.
취직은 2년전에 되었구, 여자친구도 있다하고, 회사는 사당동에 있지 하면서 말하는데 소름이 돋더라구.
우리 회사 사당동으로 이사한지 1년도 안되었잖아.
결혼은 한번 해 볼만한 것이라고 하면서 목소리가 수그러 들더니 나보곤 안 했으면 좋겠단다.
휴......
담배 한 대만 피고 계속할게.

전화번호를 알고싶다고 했어.
그녀의 대답? 예상대로 말을 안 하더군.
이렇게 전화 받아줘서 고맙다고 건강하라면서 전화를 끊자는거야.
잠깐만 하고 얼른 말을했어.
어?
갑자기 멍해지는거야. 할말이 있었겠니? 예전처럼 그냥 예전처럼 뭔가가 아쉬워서 그랬던거지. 몸조심해라 하면서 끊으려는데 아이소리가 아주 작게 들렸어. 계집아인 것 같더라.
음......
일상으로 돌아와야 하는데 그게 안되는거야.

그녀와 그
그에게 다시 전화를 한건 엊저녁.
그녀가 서로에 대해 잊고 살았다고 생각한 시간은 생각만큼 긴게 아니었다.
5년이라는 시간은 때에 따라선 강산을 다섯 번 변하게 할 수도 있지만 때에 따라선 5초도 안되는 시간처럼 느껴질수도 있는것이었다. 그럴수 있다는건 물론 삼십오세의 나이에 알게된 사실이지만 그다지 기분나쁜 사실은 아니었다.
그녀에게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면 그건 거짓말일 것이다. 그렇지만 뭐 심각하게 생각을 한 것도 아니었다. 엊그제 새벽 그가 꿈에만 나타나지 않았더라도 전화따위는 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의식 저편에서 그를 궁금해해서인지 그는 해쓱한 얼굴로 그녀에게 걸어와선 을씨년스럽게 웃고 무어라 한마디를 하곤 쓸쓸하게도 돌아섰다. 자다가 이불을 끌어덮어야 했을만큼 쓸쓸하게. 몸에 소름이 돋아 살폿 잠에서
깼다가 다시 눈을 감았을 때 그는 다시 그녀에게 와서 일 시작한지는 2년정도 되었
고 지금은 사당동에 있노라고 그리곤,
고갤 숙이더니 여자친구도 있다고 말하고는 다시 돌아섰다.
너랑은 아주 달라 하면서....
아침에 일어나서도 아리송했다. 이게 진짜일까?
후배가 알려준 번호를 꾹꾹 눌렀을 때, 여보세요 하는 목소리.
같았다. 5년이란 세월은 이렇듯 사소한 아무것도 변화시킬수 없는건가 하는 허망한
생각마저도 들었다.
주변에 아무도 없는 듯 목소리를 높여가며 여러 가지를 묻는 그에게 그녀는 대답할 것이 없었다. 아니 주변의 일들을 묻는말엔 대꾸하기가 싫었다. 그녀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녀는 자신이고 싶었다. 누구의 아내나 엄마가 아닌, G 자신이고 싶었다. 대신 그녀도 그의 주변의 일들에 관해선 묻지 않았다. 그는 주변을 모르고 어떻게 자신을 설명하냐며 다시한번 물었지만 그녀는 말하기 싫다고 했다. 미간이 좁혀지고
숨을 크게 몰아 쉬었다. 그녀 자신이 약간의 짜증을 부리고 있었다. 그제서야 그는 음 하면서 말꼬리를 흐렸다.
후배에게 이야길 들었다곤 하지 않았다.
엊저녁 꿈에 보이더란 말은 했다. 쓸쓸해보이더란 말은 빼고서.
결혼하지 말라는 이기적인 말을 그에게 하면서 그녀는 가슴이 뻐근해왔다. 아주 오랜만에 온몸으로 느껴지는 아픔이었다. 심장말고 감정을 조절하는 가슴이 아리게 뻐근해졌다. 그의 몽롱한 눈이 생각나서였을까?
전화번호를 묻는 그에게 그녀는 건강하라고 했다.
잠깐만 하면서 다급하게 그녀를 잡은 그는 그러나 말하지 못했다. 딱히 할 말이 없으면서도 끊는 전화를 막는것도
여전했다. 그녀는 씁쓸한 웃음을 지었고 그는 몸 조심하라면서 역시 말끝을 흐렸다.
수인이의 소리가 들렸다. 그녀가 먼저 수화기를 내려놨다.
걸때는 이게 아니었는데 그녀의 맘은 어느새 뒤죽박죽이 되어있었다.
내가 남편을 정말 사랑하는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