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겐 어린시절의 행복했던 기억도 얼마든지 있지만, 내 인생의 시작은 언제나 그날부터다...
아빠가 우리를 낯선곳에 버려두고 사라져 버린 그날..
엄마는 울다지쳤는지, 언제나 처럼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그런 엄마를 바라보는 삼남매는 어떤 심정이었을까?
그때가 내 나이 열 한살.. 그리 어린 나이는 아니였지만 그렇다고
사라진 아빠를 대신해 생계를 꾸려가기 적당한 나이도 아니였다.
어쨌든 고모의 도움(우리가 이사한 그곳에 두명의 고모가 살고 있었다)으로 학교를 다니게 되었다.
학교는 다니게 되었지만 내 머리속엔 철없이 뛰어놀기만 해야 할것같은 여유로운 유년시절이 아니였다.
아침을 먹으면 점심을 걱정하고 그리고 또 저녁을 걱정하고...
밀가루와 라면(것도 귀했다)만이 뒹굴던 초라한 부엌..
아직도 그 어두컴컴한 부엌이 눈에 선하다.
언젠가 준비물을 못가져와 다시 돈을 타러 집으로 돌아온 적이 있었다. 200원이 없어 날 빈손으로 돌려보내던 엄마의 얼굴.. 그 때의 엄마심정이 어땠을까를 생각하면 아직도 코끝이 찡해온다.
지금 이야 내 가방 어디를 뒤져도 금방 나올법한 200원...
그렇게 학교를 다니던 어느날,
선생님의 호출이 있었다...
불안한 마음으로 선생님 앞에 서게 된 나..
이런 제길...
동생과 난 연년생으로 학교를 같이 들어가 같은학년에 다니고 있었다
두분의 선생님이 나를 사이에 두고 하는 말..
"얘는 괜찮게 입었네?" 그러더니 옆 선생님.."그러게, 사내녀석이라 그러고 다니나?"
'사내녀석이라면 내 동생?'
그러더니,
선생님 왈, "이번 우리 학교 불우 학생으로 **가 선정됐는데, 아무리 찾아도 **가 없구나, 조회때 호명하면 니가 대신 나가라"하는거였다.
정말로 난 불우학생이였지만 정말 쪽팔리는 일이였다.
아빠와 엄마, 또 도망가버린 남동생 마저 원망스러운 순간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