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평에서 그와 나는 끝없는 길을 걸었고, 수 없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구속없는 곳에서의 자유로움이란 정말 단정된 마음의 상태가 아니어서인지 훨씬 더 가깝게 느껴져 왔다.
"이곳에 잠시 앉았다 갈까?"
"그래 좋아"
"아 잠깐 (주머니 속에서 꺼낸 그의 구겨진 수건이 반듯하게 잔디위에 놓여졌다) 이곳에 앉으시죠"
">>>>>>>>>>>>>>>>>>>>>>>>>>>>>>>"
"근데 내가 YOU라고 부르는 거 괜찮아?"
"응 아니 괜찮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모르겠네"
"모르긴 뭘 몰라"
"이렇게 하면 어떨까?"
"YOU가 부르고 싶은 애명을 나에게 지어주고 나는 YOU에게 어울리는애명을 서로 지어서 부르는 거"
"아 그래 그것도 좋은 방법인데"
"근데 뭐라고 부르며 좋을까? "
"힘들게 지금 당장 해답을 찾으려고 하지 말고 우리 서로 숙제로 가지고 있다가 다음에 만날때 그렇게 불러 주는거야 알겠지?"
"그래 그렇게 하지 뭐"
" 자 다 만들었다. 이리 팔 내나 봐"(어느새 오밀조밀 손으로 만지작 거리며 두개의 풀꽃을 서로 연결하여 내게 내민다.)
"어머 꽃 팔지도 만들 줄 알아?"(슬며시 팔을 내밀며)
"이거 정말 오랫만에 보는 건데 옛날에는 이 꽃으로 정말 팔지도 만들고, 왕관도 만들고, 꽃목걸이도 만들며 놀았는데 그쪽도 어렸을때 이런 꽃을 가지고 많이 놀았었나 봐"
"아니 처음으로 해 본거야"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만들어 팔에 껴주는 것을 알았지?"
"그냥 그렇게 만들어 YOU의 팔에 걸어 주고 싶어서 했는데 자 봐 간신히 버티고 있는 거니까 움직이면 안돼 알았지"
(말로는 다 표현 할 수 없었지만 그 어떤 것보다도 빛나고 소중한 나의 팔지가 되었고 나는 기분 좋은 감정을 감출 수가 없었다.)
말 없는 잠시의 시간이 어색해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이제 가자, 기차 시간 놓치겠어"
"여기 온지 얼마나 되었다고 기차를 벌써 놓쳐"
"아 그래도 기차역까지 천천히 걸어서 가면 시간이 맞을 것 같은데........"
"좋아 가지 뭐!"
"그런데 YOU 노래 좋아해?"
"응 좋아해"
"어떤 노래? 팝송, 가요, 영화음악, 동요 등등"
"응 나(그때까지 난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있는지 몰랐다. 그러나 그때 한참 좋아하고 유행하고 있었던 노래는 백남옥의 그리운 금강산이었다 ) 백남옥의 그리운 금강산"
"응 그래 그런 가곡을 좋아 하는구나"
"노래 부를 줄 알아"
"아니 음은 아는데 부를 줄은 몰라 다음에 배워서 불러 줄께"
"그래 꼭이야" "나는 송창식, 양희은 노래가 좋아"
"양희은의 상록수, 송창식의 상아의 노래, 20년전쯤에, 아침이슬....."
"그 중에 부를 수 있는 노래 있어"
"노래는 잘 못 부르는데 기타를 치면 조금 할 줄 알아"
"그럼 기타도 칠 줄 알아?"
"응 아주 조금"
"그럼 다음에 기회되면 들려줘"
"그래 그렇게 하지 뭐"
"아 벌써 다 왔네"
어느새 기차역에 도착한 그와 나는 아직도 30여분을 더 기다리며 서성거리고 있다가 아주 여유롭게 기차에 오를 수가 있었다.
다음에 그를 만날때는 그에게 어울리는 애칭을 불러 줄 것을 기대하며 우린 청량리 역까지 함께 와서 헤어졌다.
전화가 없는 나와 전화가 있으나 자유롭게 걸 수 없는 그와 나의 만남은 주로 헤어질때 다음 약속을 정하고 헤어졌다.
그러나 이 날은 서로 아무 말 없이 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