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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담배회사가 국민건강보험공단에게 진료비를 배상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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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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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BY 허브향 2002-05-08

은영의 속을 뒤집는 일은 또 있었다.
아침에 남편과 아이의 일로 열받아 있는 은영의 마음에 부채질을 한건 다름아닌 TV속의 주부의 한마디였다.
"전 한국 여자들이 권태기 라는 이야기를 할때면 모두 아내의 책임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저처럼 회사 생활 하면서 몸매도 가꾸고 배우고 할때면 저보다 남편이 더 기뻐하더라구요."
아내의 책임? 여자의 입으로 같은 여자를 갈아 놓다니... 잘났다!
어유... 속 뒤집어져. 만약 이 프로그램을 남편과 함께 시청을 했다면 분명 나를 보며, 혀를 찼을 것이 분명하다.
'당신도 좀 배우라고... 아내 책임이라고 인정 하잖아. 나 원 참.
남편들 바람 피우는거 모두 여자책임이라는 말이 축소 되어 있군.
그 여자 몸매 참 이쁘다' 이런식으로! 은영은 TV를 끄며 창문을 열어 젖혔다.
시원하고 따스한 햇볕과 바람이 은영의 얼굴위로 쏟아졌다.
은영은 누가 보아도 여전히 아름다운 얼굴과 몸매를 가지고 있었다.
그저 꾸미지 않았을 뿐. 힘든 살림에 찌들려 살아가는 여자로 흘러가고 있었을 뿐이었다.
따르릉~ 커피를 한잔 마시고 싶었을 그 시간 전화벨이 사정없이 울려 댔다.
"여보세요"
"나야. 소인아. 내 서재 세번째 서랍에 자료 있거든
오늘 회사에 결제 해야 하는데 깜빡 두고 왔네.
당신이 오늘 아침에 짜증내는 바람에 잊어 먹었잖아.
하여간 마누라가 아침부터 찡찡대니 재수가 없을뿐이지."
"뭐야? 빌고 빌어도 갖다 주기 싫구만. 잘난 너 알아서 처리해
짤리던지 말던지 상관 안하겠어."
전화를 끊은 은영은 가슴이 답답해서 멍하니 자리에 주저 앉았다.
20평 남짓 안되는 아파트가 왜그리 답답해 보이는지 뛰어나가고 싶을 뿐이었다. 다시 전화벨이 울린것은 10분 뒤였다.
"소인엄마! 은영아~ 내가 미안해.
꼭 갖다 줘야해. 오늘 그거 없음 나 목 날라가는거 알잖아. 응?"
"...알았어! 갖다 줄께. 끊어!"
전화를 끊고, 남편의 서재로 뛰어갔다.
책상위는 남편의 담배 꽁초, 맥주 캔으로 어지럽혀져 있었지만 모두 무시한채 남편의 말대로 세번째 서랍에서 자료를 찾았다.
어딨는거야? 이 인간 잘못 말한거 아냐? 세번째 서랍 확실히 맞는건가? 왜 없지? 이 냄새는 또 뭐야?
이 서랍. 저 서랍. 뒤지는 순간 은영의 눈에 화살을 꽂힌것은 남편이 급히 찾던 자료가 아닌 7년전 맑고 아름다운 첫사랑을 함께 했던 남자 은준이 그 속에서 웃고 있었다.

... ... 첫사랑! 그리움! 추억!
하루하루의 찌든 생활속에 묻혀 있었던 그 아름다운 것들이 지금 빛을 발하고 있었다. 7년전 그때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