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명준!"
고급 승용차에서 내리는 것은 다름 아닌 자신을 짝사랑 했던 그리고 선국의 아내가 된 선혜였다.
"찾아 오느라 고생했지. 미안해. 이런 부탁해서..."
"친구 좋다는게 뭐야? 영욱씨는? 내가 인사 해야 되는거 아닌가?"
"잠들었어. 어제 12시 넘어서 잠들었거든"
"수척해졌다. 영욱씨도 중요하지만 네 건강도 챙겨야지. "
"고맙다. 선국이 한테 연락 오니?"
"그렇지 뭐. 진드기 아니니? 그 사람...
그나저나 넌 네 생활에 만족하구?"
"물론이야. 공기 좋고 바람 좋잖아? 머리가 다 숨 쉬는것 같다니깐"
"그래. 다행이다. 나 가볼께"
"좀 있다 가지"
"나 오늘 떠나잖아. 4시 비행기"
"그랬니? 모르고 있었어 그럴줄 알았으면 너한테 부탁하는게 아닌데"
"아냐 난 네가 나한테 그런 부탁해줘서 기뻐. 나를 좋은 친구로 생각한다는 뜻이지? 그런 의미에서 나 좀 안아 줄래?"
명준은 살포시 선혜를 껴안았다.
사랑에서 우정으로 변하는 그 지점이다.
가장 슬프고, 가장 기쁘고, 영원히 라는 말이 지속 될수 있는 그 지점
명준이 숨쉬는 그곳을 빠져 나올때 선혜의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 내렸다. 가슴속 깊이 묻어둔 작은 진주알을 꺼내는듯한 아픔.
가질수 없는 것에 대한 욕심을 발로 걷어 찬다는 그 느낌. 다시는 느끼고 싶지 않은 것이었다.
"어디 갔다 왔어?"
"친구가 왔었어."
영욱은 침대에 누운채로 고개를 돌려 버렸다.
골이 났다.
병앞에 무릎 꿇고, 희롱 당하는 것만큼 사람을 약하게 하는 것은 없었다. 영욱이 몸만 아프지 않다면 명준에게 당장 달려 들어 끌어 안고 싶었다. 하지만 움직일수 없는 다리. 그것 또한 문제였다.
영욱이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모두 이해 되었다.
어제 저녁 부터 고통을 호소하던 영욱은 11시가 다 되어서야 진정이 된듯 숨을 가라 앉히며 잠이 들더니 신경이 날카로울수 밖에 없었다. 영욱의 눈빛속에 쓰여있는 말을 읽은 명준은 영욱에게 다가가 누웠다. "영욱아, 우리 나중에 늙었을때도 지금처럼 서로 사랑하자.
이렇게 질투도 하고, 그리고 함께 차도 마시고"
"..."
"너 나한테 지금 질투 하는 거 맞지?"
"..."
"천하의 김영욱이 질투를 다하고... 날 사랑하긴 하나 보지.
며칠전에는 미친놈 운운하며 떠나라고 그러더니 참말로 떠나면 난리 나겠는데"
"그만해"
"우리 해바라기 처럼 태양이 더욱 뜨거워 지게 문 열어 놓고, 같이 잘까? 멋지지 않냐? "
"저질. 변태."
"그래 나 저질이다. 변태다. 그런 나랑 자는 너는 어떻구?"
"..."
"나 좀 봐봐"
"싫어. 보고 싶지 않아"
"야! 너 정말... 나 그냥 덮쳐 버린다
네 옷 다 찢어 버리고, 그냥 네 몸속에 빠져버린다.
허우적 거리면 네가 구해 줘야지"
"졸려!"
"김영욱! 너 진짜 치사하다.
사람 달아 오르게 하구, 이 열 누가 식히냐?"
"네가 알아서 조절해"
"진짜? 사랑해"
"사랑한다는 말 함부로..."
명준의 입술이 영욱의 입술을 덮치고, 영욱의 몸을 감싸 안은 명준은 다시는 놓치지 않게 예전보다 마르고 작아진 영욱을 더욱더 강하게 껴안았다. 2시간 3시간 4시간... 그들은 그 상태로 누워 있었다.
"아이 낳고 싶어 명준씨."
"사랑해."
아이를 낳고 싶다고 한 영욱에게 그래 그렇게 하자 라고 말할수 없어 안타까웠다.
내 시간의 반을 영욱에게 선물 하고 싶었다.
그럴수만 있다면 아니 영욱의 병을 내가 대신 가져 갈수 있다면?
명준은 자연스럽게 영욱을 자신의 배위에 눕혔고, 영욱은 명준의 몸이 침대인 듯 엎드려 누워 해가 지는 모습을 황혼의 아름다운을 만끽하고 있었다.
"생각나? 명준씨? 당신이 나한테 프리지아 닮았다고 한거...
탤런트 김민희를 장미에 비유한다면 나는 프리지아라고 당신 후배 한테 그렇게 얘기 했다며?"
"그래 그랬지"
"지금도 그래?"
"응?"
"내가 아직도 프리지아 같니?"
"나 다시는 프리지아 살수 없을 것 같애"
"..."
"네가 그속에 존재하니깐...
그 꽃이 시들어 버리면 나 너무 힘들것 같으니깐"
"고마워 내 곁에 있어줘서"
"나도"
어두움이 그윽한 방안에서 둘은 서로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고, 애썼다. 명준은 눈물을 웃음으로 대신 했고, 영욱은 쓰고 쓴 눈물을 삼키고 있었다.
"나 기억해줘 명준씨!"
"..."
"나 잊지 말아줘. 당신까지 나를 잊으면 너무 힘들테니깐"
"그래"
"나도 내 영혼속에 내 가슴속에 당신 향기 닮아 갈께
사계절의 아름다움 보다도, 태평양의 거대함 보다도 크고 큰 당신을 나 잊지 않을께"
"보고 싶을 꺼야"
"기다릴께. 당신 올때까지..."
"사랑한다 영욱아"
"...나두 "
사랑. 그 사랑이 얼마나 위대하길래. 죽음도 대신 할수 있을까?
영욱이 눈을 떴다.
자신을 싸안고 있는 명준에게 입맞춤을 남겼다.
"......외눈박이 물고기 비목처럼 사랑하고 싶다.
우리에게 시간은 충분했다 그러나 우리는 그만큼 사랑하지 않았을뿐 외눈박이 물고기처럼 그렇게 살고 싶다. 더 이상 기억이 안나."
"어..." 참을수 없을 정도로 가쁜 숨을 내쉬는 영욱은 애써 미소를 지었다. "외웠...었는데 외워 주...고 싶었는데..."
"이해해"
"사랑... ... ..." 말이 끊어졌다.
세상이 멈췄다. 모든것이 일순간에 중지 되어 버렸다.
영욱이 눈을 감았을때 잔잔하던 바다가 폭풍을 맞이 했고, 아름답던 세상이 비바람을 맞이 했다.
"혼자 있으면 그 혼자있음이 금방 들켜 버리는 외눈박이 물고기 비목처럼 목숨을 다해 사랑하고 싶다. 영욱아, 눈 좀 떠볼래? 내가 너 목숨을 다해 사랑했다는거 만큼은 기억해. 알겠지?"
사랑아... 사람아... 이제 세월이 흘러 영욱의 아름답고, 빛나던 모든것이 없어질때도 난 너를 사랑할것이다.
외눈박이 물고기 처럼... 은은한 프리지아 향기처럼...
-그동안 제 글을 사랑해주시고, 아껴주셨던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영욱과 명준의 사랑이 영원하기를 바라고, 또한 영욱의 죽음이 값지기를 바랍니다.
많은 분들의 비평이 뒤따랐으면 합니다. 건강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