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아빠 품은 언제라도 따스해"
"영욱이 정말 고생 많았다!"
딸의 웃음을 바라보는 아빠의 눈속에는 그 동안의 그리움과 보고픔이 섞여 눈물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났다면 이러지는 않았을 것을...
아이만 고생시키고, 부모의 사랑을 마음껏 받을 나이에 홀로 서기를 했다는 것이 못내 마음에 걸리는 듯...
"당신두 참...
영진이 영서 유학에서 돌아왔을때 냉담하더니 막내딸이라서 마음이 많이 아팠나부죠?"
4살때 남의 손에 맡겨져 한국으로 떠나는 부모를 향해 울음을 참던 그 딸아이가 지금 28살의 나이로 한국으로 돌아왔다는 그 기분.
큰딸과 둘째딸. 그리고 아들 녀석을 키울때는 느끼지 못한 또다른 사랑이었다.
저녁 식사는 논현동에 위치한 <다정>이라는 한식집에서 이루어졌다.
미국 여행을 왔던 그 학생이 말해준 곳이었다.
"깔끔한 음식이 입안을 살살 녹여요!
한국에 가면 꼭 그 곳에 가보세요 푸근한 느낌을 받을수 있을꺼예요"
그의 말대로 깔끔한 음식이 입안을 녹였다.
항상 육류에만 익숙해졌지만, 한국인은 한국인이었다.
푸짐한 상에 앉아 식사하는 이 기분 그건 아무도 흉내 낼수 없는 아름다움이었다.
한국의 밤하늘이 분주해 보였다.
미로를 통과 하듯 좁은 나라지만 넓은 나라라고 했던 그 학생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어떤 직업을 가지고 이 세상을 헤쳐 나가고 있을까?
명준은 친구 한녀석과 포장마차에서 우동국물을 시키고, 소주를 들이키고 있었다.
술을 잘 못하지만, 가끔 속상할때 뜨거운 소주를 들이키면 가슴이 용광로 처럼 뜨거워 지다가, 터질것 같다는 묘한 느낌을 받기에 마신다.
옆에서 걱정스러운 얼굴로 바라보던 친구 한녀석이 묻는다
"너한테 물어서는 안되겠지만 이제 몇년이 흘렀냐?
5년이다. 그 시간이면 그 상처가 아물었어도 되잖아?
선국이나 너나 왜 그러냐? 선혜 일때문에 항상 얼굴 찌푸리고, 목소리 높여 지고... 무슨 이유야? 윤선혜가 어떻게 된거야?"
"선혜 한국에 없다!"
"한국에 없다니? "
"부모 버리고, 학교 버리고, 친구 버린다더니 맞는 말이야
선혜라는 이름도 버린채 일본에 갔다"
"일본에?"
"술집을 한대"
친구 녀석은 놀란듯 얼굴이 찡그려 졌고, 그 사이 명준은 술한잔을 들이 켰다
"여자 유학생들 데리고... "
"진짜야?"
"선국이 일본 출장 갔을때 선혜 만났대"
"...기가 막혀!
그렇게 잘났던 윤선혜가? 뭐가 모자라서? "
"선국이 화가 난 이유 이제야 알겠냐?"
"그래도 난 선국이가 좀 심하다고 본다"
쓴미소를 뛴채 명준이 무거운 입을 열었다
"아이가 있대"
"아이?"
"나하고 헤어지고, 그랬나봐!"
친구 녀석도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쓴가슴을 달래는듯 둘은 그 밤을 소주만 들이키며 묘한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