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휴, 벌써 몇 번째야.
그 놈의 회의 한 번 하면서 날짜를 몇 번이나 바꾸는지 모르겠네"
잔뜩 부어오를 때로 오른 나는 회의록을 책상에 내던졌다.
" 송선배, 요즘 왜 그래?
부쩍 신경질이 늘었어.
노처녀 히스테린가?
아니면 날로 나오는 아랫배 때문이야? "
옆에서 싱글거리며 석현이 묻는다.
저 녀석은 늘 그런식이다. 진지함이란 단어와는 거리가 멀다.
그런데 아랫배? 아직 나올때가 되지는 않았는데 옆에서 보기에도 이미 표시가 난단 말인가?
" 그만두자. 내가 너랑 무슨 대화를 나누겠냐?
그리고 처녀한테 아랫배가 날로 나온다는 그런 악담이 어딨냐?
성희롱 아니냐 것두?"
석현의 말을 받아치면서도 한편으론 마음이 무거웠다. 손이 또 저절로 아랫배로 간다.
오늘은 무슨 일이 있어도 k에게 꼭 말하리라 다짐하며 책상에 앉았다.
" 나야, 오늘 시간 있어? "
k의 핸드폰 번호를 꾹꾹 누르며 k의 목소리가 들리기도 전에 묻는다.
" 오늘 저녁... 괜찮은데....
무슨 일 있어? "
" 그냥 저녁이나 같이 하자구 "
" 그래, 알았어 "
내가 k를 사랑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는 나를 전적으로 신뢰한다는 것이다. 물론 나는 그를 100% 신뢰하지는 않는다.
남자라는 동물은 100% 신뢰하기에는 너무 유혹에 약하다.
그를 사랑할 수 밖에 없는 둘째 이유는 내가 먼저 이유를 말하기 전에는 절대 내게 먼저 캐묻지 않는 다는 것이다.
첫번째 이유와 두번째 이유... 둘 다 같은 의미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내가 그를 사랑할 수 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는 내가 그를 사랑하기 때문에 라는게 정답이 아닐까?
그렇지만 그 정답을 쉽게 뱉어놓을 수 없는 나다.
그러기에 더더욱 그와의 결혼이 망설여 지는 이유이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