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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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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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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BY jusagi 2002-02-26

"왜 그랬어?
왜 네 발등을 그렇게 짓이겨 놨냐구?"
나는 따지듯이 J에게 물었다....
"그냥 나한테 너무 화가 났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한테 너무 화가 났다구.."
J는 고개를 떨구었다.
"벌써 몇 년째니?
이젠 끝낼때도 됐잖아?
그 사람 부인 생각은 한번도 안해봤어?
너희 둘 다 나는 이해가 안된다.
그렇게 사랑하면 아예 태준씨보고 이혼을 하고 둘이 서로
시작하던가
그게 정석아니니?
지금 니네 때문에 피해 보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는지 도대체
알고는 있는 거니?"
이런 말들이 J에게 얼마나 큰 상처가 되는지 나는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이 지구상에 나보다 그녀를 더 잘알고 있는 사람이 존재하기는
했던가? 내가 쏟아놓은 이 말들로 인해 그녀가 오늘밤에라도 그녀의
손목을 다시 한 번 그을 수 있다는 것을 나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
나도 몇 번이나 끝내려고 했었어...
하지만 우린 끝낼 수 있는 그런 사이가 아닌걸...
우린 한번이라도 제대로 시작해 본적도 없어...
그 사람을 사랑한 게 그렇게 죄가 되니?
그냥 마음 끌리는 대로 행동했던게 그렇게 큰 죄가 되니?
너는 몰라...
우린 그런 사이가 아닌걸...
끝내고 시작하고 하는 우린 그런 사이가 아닌걸.."
'그건 네 생각일 뿐이니?
아님 태준씨 그 사람 생각도 같은 거니?'
물어보고 싶었지만, 몇 번이나 물어보고 싶은 질문이었지만
그냥 꾹 참았다. 목구멍에서 쓴 침이 넘어왔다.
" 갈 께. 푹쉬어.
또 쓸데없는 생각 말고..."
테이블위에 목도리를 집어들었다.
봄인가 싶으면 다시 찬바람이 불고 변덕스러운 요즈음이었다.
" 나 어제 전화받았어. 태준씨 부인한테...
나보고 제발 그러지 말아달래...
그냥 사랑한다면 바라만 봐달래...
자해를 미끼로 해서 자꾸 태준씨 불러내지 말고...
너도 그렇게 생각하니? "
"......"
대답없이 현관문을 나서는데 핸드폰이 울렸다.
K였다.
" 어디야
어제도 계속 전화했었는데 안 받더라구.
J 오늘 퇴원한다고 했었잖어."
" 퇴원수속하고 J 자기집에 데려다주고 나오는 길이야.
피곤해. 집에 가서 좀 쉬어야겠어"
" 그래..
푹 쉬어.
네 몸도 추스려야지"
네 몸도 추스려야지...그 말을 듣자마자 동시에 손이 아랫배쪽으로
옮겨진다.
아직 보기에 티는 나지 않았지만 언제가는 배가 불러 올 거고
그럼 K도 알게 되겠지...
그는 분명 뛸듯이 좋아할 것이다.
물론 당장 내일이라도 결혼하자고 졸라댈 것이고...
내일은 그에게 꼭 말하리라 다짐하며 엘리베이터를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