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해! 이렇게 말끝을 끝맺는 사람과 산다는 건 고통이다. 처음엔 소희가 좋다고 자기 간 까지도 빼 내줄 것처럼 하던 사람이... 소희는 늘상 자기 자신이 왜 이렇게 살아야하는 생각이 들었다.
소희는 결혼을 하고 3년 정도 산 것 같은데 아주아주 많이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주 조금 살았는데 돌이켜 보면 싸움만 한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소희가다쳐서 누워 있을 때 떠난 경민이를 저주 하며 어떻게 복수를 해주리라고 생각 했었다. 그리고 이 남자를 만났고소희는 자신을 사랑해주는 남자에게 시집 가는 것이 좋다는 사람들의 말을 믿고 이 남자를 택하기로 했다. 그러나 결코 그건 아니었다.
어쩌면 경민이가 날 떠났을 때부터 소희 자신을 포기해 버렸는지도 모른다. 그것도 사랑이었을 것이다. 어쩌면... 그리고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어 졌을 때 이 사람이 나타났을 것이다.
소희는 서울에살고 계시는 작은아버지 집에 와 있었다. 어떻게 알았는지 경민에게 전화가 왔다. 경민은 수원에 직장을 두고 있었기 때문에 서울까지 오는 시간은 얼마 걸리지 않을 것이다.
전화벨이 울리고 작은엄마가 내게 전화를 받아 보라고 하셨다.
"여보세요."
-나야 경민이....
"그래, 전화 번호는 어떻게 알았니. 그래 반갑다.야"
-너 미국 가기 전에 한 번 봐야겠는데. 나 지금 집 앞에 와 있어.
"할 말 있으면 전화로 얘기 하자."
"........."
"내가 좀 피곤 해서 그래"
-오분만 시간 좀 내 줘 힘들게 하지 않을게......
"그래 알았어 .기다려."
둘은 오래만에 만났지만 왠지 어색해 했다. 침묵을 먼저 깬 건 소희였다.
"경민아, 너 알잖아 나 너 마음 받아 주기 힘들다는 거"
-왜,난 너 정말 좋아해. 아니 사랑해
"하지만 난 안돼. 너도 알잖아 나 지금 미국에 놀러가는거 아니라는거.."
-그래 그게 뭐가 어때서
"내가 살아 올 수 있을지 없을 지도 몰라. 그러니까 우리 그냥 좋은 친구로 지낸다면 좋겠어."
-..............
"나 이제 들어갈게. 오분 되었쟎냐? 시간 관념 철저한거 너도 알고 있잖아 그치."
-나 비행장에 가도 되지?
"그건 너 문제야. 너 맘아니냐?"
-그래 현이 누나랑 같이 갈게.
"같다 와서 보자"
경민이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소희를 집안으로 들여 보내면서.....
소희는 또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날따라 짓눈깨비를 동반한 비가 한 없이 내리고 스산함을 풍기게하는 그런 날씨였다.
그건 아마도 하늘에서 너희 둘은 절대로 맺어 질 수 없을 거야 하고 말하는 것 같은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