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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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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회]


BY 오필리아 2001-08-24

"엄마.. 나 여행 좀 다녀올게.. 문주 좀 봐줘..."

"여행은 무슨 여행이냐? 시댁으로 다시 안 들어가냐?"

내가 시댁에서 나온지.. 일주일이 지났다...
엄마는 슬슬 걱정을 하기 시작하고 있었다...

"응.. 들어가기 전에... 여행 한번 다녀올려고..이번이 아니면.. 영영 못갈것 같아서.."

"윤서방이랑 같이 가는거냐?"

"아냐.. 그 사람 시간이 어딨어? 나혼자... 오늘 갔다가 내일 올게.."

"어휴.. 애도 정말 이상하다.. 애엄마가 그렇게 혼자 다니면 안되는데..그래.. 어딜 가려구?"

"동해안.... 바다를 보고 나면 속이 확 터질것 같아서... 다녀올게..그리고.. 엄마.. 우리 문주 잘 좀 봐줘... 알겠지? "

"내가 니 딸 구박할까봐 그러냐? 내가 너보다 문주 더 좋아해..안 그러냐? 문주야.. 니 엄마는 너 버리고 도망간다. 엄마 밉지?"

아이는 아무것도 모르고 해맑게 웃었다...

"그래.. 엄마가 나보다 문주 더 좋아하는거 같아.. 정말...문주야.. 할머니 말씀 잘 들어...엄마가 너 보러 올거야.."

한걸음 앞으로 나갈 때마다...
문주와 엄마가 내 시야에서 멀어졌다...

등뒤로 보이는 문주는 이제 깨알만해졌다...

문주..
문주..
문주...

사랑하는 내 아기...

동해였다...

바다를 보니.. 가슴이 확 트이는 것 같았다...

언젠가.. 남편이랑... 이곳까지 드라이브를 온 적이 있었다...

"나중에.. 우리 죽으면.. 우리 애들한테 우리 화장해서 여기에 뿌려달라고 하자.. 그럼.. 바닷물에 실려 멀리 멀리.. 우리가 살아생전에 못 가본데 다 가볼수 있겠지..."

"웃기는 소리마..너 그거 환경오염이야.."

"그래도..."
남편이랑 함께한 추억들이 살아났다..
남편 생각이 나고..
문주 생각이 난다...

저 아래에 바다가 넘실거렸다...
까마득히 보이는 바다는 검푸른 빛을 띠고 있었다...

자유...
자유..
자유...

이제..
떠날 시간이다...
떠날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