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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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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세마리


BY 프리즘 2001-05-31


나른한 한낮의 햇살의 피해 쪽마루에 걸터앉아 졸던 나는 옆에있던

할머니가 이쁘다며 쓸어주시는 고양이를 흘깃 훔쳐봤다가 순간 마주친

눈빛에 경끼할정도로 놀랐고, 고개를 돌리다보게된 귓속에는 정체모를

울퉁불퉁한 것이 잔뜩 돋아있어서 어린 내눈에 고양이는 공포의 괴물일뿐

다름아니었다.

어쨋든...그 무서운 고양이를 어찌 혼내줄까 고민고민하고 있을때

할머니가 시장엘 가셨고, 우린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않았다.

이틀전 그 고양이가 한 짓을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

밤이고 낮이고 고양이의 눈이 떠올라 화장실가는것도 무서웠다.





때는 겨울이라 지글거리는 안방에 솜이불을 덮고서 잘먹은 저녁을

트림으로 확인하며 외할아버지가 우리 강생이들 뜨끈하게 자라고

부뚜막에 콱콱 쑤셔넣은 싸리나무 덕분에 기분좋은 땀을 흘려가며

잘자고 있던 새벽녘이었다.

외가댁의 안방구조는 방 두개의 가운데를 터서 한개로 만든 길쭉한

것이었는데, 이쪽 아랫목엔 장판이 새카맣게 탈 정도로 뜨거웠지만

저어기 윗목에는 불을 넣지않아 코가 시릴 정도였다.

그 위쪽방에서 할머니는 우리에게 LP판을 틀어주시고 이런저런

손뜨개질감을 보관해두고, 요술상자같은 커다란 박스안에다가 우리가

놀랄만한 이벤트를 열 수있는 자질구레한 물건들을 보관하고 계셨다.

한겨울, 사방이 적막하고 깜깜한 그 시간에 난 섬뜩한 느낌이 들어

잠을깼고 고개를 드는순간 위쪽방에서 번쩍하는 불빛을 보았다.






"언니...저게 뭐야? 저기 번쩍거리는거..."

"아이참~...안자고 머해?...."

"언니....이상해...저게 머냐구...."





그때 우리 자매는...너무나 놀라운걸 본 것이다

새벽 네시쯤이나 되었을까?

깜깜하던 밖의 기운이 갑자기 어슴프레 밝아지는 무렵이었기 때문에

우린 방 위쪽에서 벌어지는 일을 너무나 또렷이, 순식간에 보고말았다.



"꺄아아아아아아아~~~~~~~~~~~~~~!!"



미친듯이 비명을 질러댔고, 할머니 할아버진 놀라 뛰어나오셨다.

그건 바로....매일매일 우리 밥상밑에서 웅크리고 있던 그 고양이가

한밤중에 사냥해 온 쥐를 그 윗목에서 이리저리 요리하고 있던거였다.

경악이었다...달리 표현할길 없도록 그건 경악이었다.

방바닥엔 피가 난자해있었고, 본래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시궁쥐의

사체가 여기저기 널부러져 있었으며, 그걸 맛난 음식삼아 뜯어먹던

고양이의 눈이 한순간 나와 마주쳤던 것이다.

새카만 고양이가 눈만 희번득거리며 커다란 쥐한마리를 이리저리

찢어발기는 모습은 지금 생각해도 경악일 뿐이었다.

그렇게 우린 기절을 해버렸고 한참 요리에 몰두하던 그 '나비'는

할머니의 부지깽이에 ?겨 밖으로 튀어 나가버렸다.

한밤중에 기절한 두 자매와 자다말고 쫓아오신 할머니 할아버지는

어쩔줄몰라 허둥대고....정말 난리도 아닌 일이 벌어졌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