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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의 40대 직장 여성과 MZ직원과의 싸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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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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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한마리


BY 프리즘 2001-05-25




오래전..내 아이가 태어나기도 전의 일이니, 벌써 10년이 지났다.

결혼초기 빠듯한 살림을 하던중 여차저차한 사정으로 큰 시누이 댁에

잠시동안 주택관리를 겸해 들어가 살았던 적이 있었다.

그 집은 막다른 골목에 위치한 꽤 넓은 이층집이었고 마당엔 조그만

연못과 대추나무, 은행나무, 감나무 등 가을되면 열매들을 추수하는

기쁨을 누릴수 있는 멋진 집이었다.






하지만 조금 다른 각도에서 생각해본다면 추수의 기쁨만큼이나 낙엽

쓸어내고 연못청소의 노동력이 요구되었으며, 사시사철 우중충한

느낌이 드는 오래된 집인 것이다.

외장은 충주석이라는 비싼 자재로 치장해서 값져보이긴 했지만, 기실

집안의 자재들은 아주 오래전에 인기있었던 어두운색의 나무마감으로

더 음침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그곳에 살면서 강도도 맞이해 봤고, 동네의 온갖 희안한 일을 다겪은

터라, 그 집엔 하등의 미련이 없었고 하루빨리 외국간 시누이가 돌아

와서 이 기분나쁜 집을 접수해주길 바라고 있었다.






그날도 회사일에, 부른 배에, 시장바구니까지 날 힘들게 해서 쌀쌀한

초겨울의 날씨가 센티멘탈은 둘째치고 짜증만 수북이 솟아나게 했다.

무거운 장바구니를 들고 언덕배기 골목길을 허위허위 올라와 주방

바닥에 팽개치곤 숨을 몰아쉬며 드러누워버렸다.

눈앞에 펼처지는 아치형의 시뻘건 벽돌들....

참으로 이 집 분위기에 맞다싶은 생각이 들어 피식 웃음이 났다.







나태해지려는 몸을 추스려 일어나, 태아에게 좋지도 않다는 커피를

두어모금 마실때쯤, 안방에 면해있던 담벼락쪽에서 조그만 소리가

들렸다.

들릴락말락한 바스락거림과 함께 기분이 오싹한 아이의 울음이 아주

갸날프게 들리는 것이었다.

무얼까 궁금증을 풀어야 직성이 풀리는 나는, 그렇지않아도 맘에

안드는 이 집의 구조를 탓하며 용감하게도 대걸레자루를 들고서

불러오른 배때문에 들어가기도 힘든 담벼락사이의 공간을 살펴보았다.






세상에...내가 그렇게도 싫어하는 고양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