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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님이 하신 김치를 친정에 나눠주는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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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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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BY lotus17 2001-05-07

"너도 뭔가 해보는 게 어떨까.."
담배 연기를 길게 내뿜으며 기철이 먼저 침묵을 깼다.
"응.." 기철의 그 말이 그녀의 아픈 곳을 건드렸다. 오래도록 잊고 지내왔던 부분을..
"정현이 넌 뭔가 네 일이 있어야 할 애잖아."
그녀는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하고 기철의 팔에서 머리를 빼냈다.

"너, 그런 얘기 듣는 거 싫어하는 줄 아는데.."
기철이 몸을 일으키며 한숨을 쉬었다.
"나.. 다음달에 결혼해.. 나 결혼하면 너 혼자서 어떻게 살아갈래.."
어차피 예상했던 일이었다. 기철이 여자를 만나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고 그 여자와 곧 결혼할 거란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바보같이.. 눈물이 흘러내리려 했다. 기철에게 들킬세라 고개를 돌리며 그녀는 말했다. "축하해.."

남편은 오늘도 늦는다. TV를 켜놓고 쇼파에 앉았지만 머릿속엔 온통 딴 생각 뿐이었다. 기철이 결혼을 한다.. 기철은 단지 섹스와 따뜻함을 제공해줬던 친구일 뿐이었다. 그녀가 결혼하기 전부터 친구였고 관계를 맺으면서도 그들은 친구일 뿐이었다. 남편에게서 받지 못했던 순간의 쾌락과 따뜻함을 주는 좋은 친구.. 그녀는 기철을 절대로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기철과 결혼했더라도 그녀의 결혼 생활은 지금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거란 사실을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문제는 어쩌면 그녀에게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녀가 침실에서 책을 읽고 있을 때 현관문을 여는 소리가 들려왔다.
침실을 지나 목욕탕에서 씻는 소리, 냉장고 문을 열고 물을 꺼내 마시는 소리, 그리고 침실 문이 열렸다. 술 냄새가 조금 났다. 그녀는 스탠드의 불을 끄고 자는 척하고 있었다. 침대에 들어온 남편이 그녀의 품을 파고 들었다.

"사랑한다고 말해봐.."
"어서.. 사랑해 라고 말해봐.."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