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 일이 손에 잡히질 않았다.
그와의 긴 키스가 나의 몸과 맘을 얼얼하게 만들었다.
컴퓨터 앞에 앉아 그에게 메일을 쓰기 시작 했다.
나야...너한테 빠져들고 있는건가...늪에 빠진듯 발버둥을 치면
칠수록 너한테 빠져들어...도대체 너라는 사람이 누군지 모르겠어.
그때 예전에 알던 친구가 일대일을 걸어 왔다.
백수> 하이, 오랜만이다... 나 기억 하지?
가을> 후후...그러네...잘 지냈니?
백수> 백수가 잘 지내면 얼마나 잘 지내겠냐...
가을> 뭐가 백수야...잠시 휴식 중이라구 생각해야지
한참을 그 친구는 놔주질 않고 수다를 떨어 댔다. 머릿속은 온통
성준에게 쓰던 메일 생각만 가득했다.
백수> 야, 아직도 너 애인 필요 없냐? 여기 애인 하나 키워라
가을> 내참...웃겨라. 동갑이라구 다 같은 줄 알아? 난 애가
둘이라구, 장가나 가구선 그런말 해라
<< 쪽지가 도착했습니다>>
누가 쪽지를 보내왔다.
후후...나랑 헤어지고 들어 와서 그렇게 채팅이 하구 싶던가?
그였다. 웬지 심사가 뒤틀려 보였다.
성준? 집에 들어 간거야? 메일 쓰러 들어 왔다가..
메일? 너 지금 누구랑 일대일 하는거야?
몹시 흥분된 어투로 그는 계속 쪽지를 보내왔다.
어...친구 잠시만 나갈께 나랑 애기좀 해.
성준씨, 뭐야? 왜 화가 났는데?
손이 떨려서 자판도 제대로 치기 어렵다.
내가 왜 화가 났냐구? 나랑 몇시간전에 키스하고 헤어진 여자가
일대일로 누군가와 채팅하고 있는데 화가 안 나니?
그렇게 고상한척 우아한척 다 하구선...
친구라고 했잖아. 성준씨한테 메일 쓰고 있는데 그친구가
걸어 온거라구...됐어. 내가 해명을 할 이유도 없어
나 나갈꺼야
너,가만 있어. 항상 니 기분대로 하는데 오늘은 안돼.
나...힘들어. 집에 들어 가려다 나도 네게 메일이라도 보내려구
게임방에 들어왔던거야. 그런데 네가 있는게 보여 일대일걸었는데
넌 한시간 넘게 수다를 떨고 있어서...내가 화가 났던거야.
미안하다.나란 놈이 왜 이렇게 됐는지..
그랬구나. 미안해.
수민아, 이상해. 너란 여자...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네게 빠져들어.
그가 내가 메일에 쓰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널....가만히 놔 둘수가 없을거 같아. 내 이기심이어도 좋아.
널 갖고 싶어져...
성준씨, 어서 들어가.
그에게 나도 당신과 같음 맘이라고 말하기 두려웠다. 둘중 누군가
한 명은 한 발자욱 물러서야 할것만 같았다.
나 또한 그가 너무나 탐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