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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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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BY noma 2000-10-27

3
창가로 쏟아지는 햇살에 눈을 뜬 나연은 낯선방에 누워있는 자신에게 놀라 얼른 이불을
제쳤다가 속옷차림에 놀라 다시 이불을 덮었다.
찬찬히 방안을 둘러본 그녀는 침실안 구석에 있는 의자위에 자신의 옷이 놓여 있음을 보고
안심했다.집안에 인기척이 없음을 느낀 그녀는 얼른 침대밖으로 나와 옷을 입고 조심스레 거실로 나왔다.
집안에 혼자뿐임을 안 그녀는 거실을 서성이며 어?Ⅹ是?일을 되짚어 보았다. 재즈바에서
가운아저씨와의 일은 생각이 났지만 그 이후의 일은 도저히 떠오르지 않았다.
그녀가 초초해하며 손톱을 물어뜯고 있을 때 전화벨이 울렸다.
잠시 망설이다 그녀는 조심스레 수화기를 들어 귀에 댔다.
[나연?]
[아저씨?]그녀는 안심의 한숨을 내쉬었다.
[어떻게 된거예요?...여긴 어디죠?]
{내집이야. ...아침에 급한일이 있어 일찍 나왔어.너무 곤히 자고 있어서 그냥 나뒀어.
다 잔거야?]
[네] 그녀는 웬지 부끄러움을 느꼈다.
[나연? 저기...오늘 오후에 일이 있어 . 늦진 않겠지만 그때까지 집에서 기다려 주겠어?
할 얘기가 있어] 웬지 그의 말에 차가움이 느겨졌다.
[네] 그녀가 잠시 뜸을 들인뒤 대답했다.
[그래, 그럼 이따가 봐] 전화가 끊어졌다.
그녀는 당황했다. 수화기를 내려 놓은뒤 그와의 어색한 대화를 잠시 생각했다.
어?Ⅹ施?거의 그녀 혼자 얘기했기 때문에 그의 말투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지만 오늘
들은 그의 목소리는 예전에 알고 지내던 때와 많이 달랐다.
너무 오랬만이어서 그럴꺼야, 스스로를 달래며 그녀는 부엌으로 가서 우유 한잔을 따라가지고는 집안을 한번 둘러보았다.
그의 넓은 빌라와 집안에 들어찬 가구와 장식품들이 주는 분위기는 그가 꽤 성공했음을
보여 주었다.
아버지가 항상 그에 대해 늘어 놓던 이야기들이 모두 이루어진 모양이었다.
갑자기 그가 왜 아버지 회사를 그만 두었을까하는 의문이 생겼지만 아무튼 그는 제대로 성공 한 것 같았다.오랬만에 집이 주는 안락함을 느낀 그녀는 하루종일 편안한 자세로 쇼파위에 누워 거실 탁자밑에서 찾아낸 잡지를 읽었다.
아저씨가 여성지를 읽는다는게 우스웠지만 그녀에겐 읽을거리가 있어 다행이라 생각했다.
늦게 일어나 아침을 우유 한잔으로 때운 그녀는 오후 네시쯤 출출함을 느껴 빵과쨈으로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은 후 지루하게 그를 기다렸다.
여섯시쯤 현관문이 열리고 그가 들어오는 소리에 그녀는 쇼파위에서 일어나 반가운 마음으로 그에게 달려갔다.
[일찍 오셨네요? ...근데 저는 하루종일 심심해 죽는 줄 알았어요] 그녀가 밝은 소리로 얘기하자 그는 입가에 약간의 미소만 띄울뿐 별 감정이 없어 보였다.
그의 차가운 반응에 그녀는 주눅이 들었다. 그가 쟈켓을 벗어 쇼파위에 걸쳐 놓으며 그녀에게로 돌아섰다.
[할 얘기가 있어]
[알아요 . 아까 그러셨잖아요]
그가 앉으라는 눈짓을 보내자 그녀는 어색하게 그를 지나쳐 쇼파에 앉았다.
탁자위에 아까 그녀가 읽었던 잡지를 흘끗 보던 그는 표정이 잠시 굳어졌다.
그녀는 갑자기 잘못을 저지르고 선생님 앞에 있는 아이같은 기분이 들었다.
[...내 얘기 잘 듣길 바래. 나는 ... 많이 변했어. ...예전에 네가 아저씨라고 부르던 때와는 말야. 그리고 이제는 너의 아저씨가 되어 줄 생각은 없어]
그녀는 얼굴이 빨개짐과 동시에 굴욕감을 느꼈다.
[...뭔가 ...제가, 아저씨한테 도움을 청 할거라 느꼈다면 그런 부담감은 느끼실 필요 없어요.
...그저 어제는 반갑고 ...외로워서 ...술 때문에 제 얘기를 많이 한 것 같네요 . 미안해요.]
목소리가 떨리지않게 침착하려 애쓰며 그녀가 말했다.
[그런 얘기가 아냐.] 그가 화가난 듯 소리쳤다.
[우리...결혼하자.]
그녀는 너무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를 쳐다보았다.
[요 몇 년 동안 나는 꽤 성공을 했어. 그리고 얼마전에 한케이블 TV를 친구와 함께 인수 했지.앞으로 할 일이 더 많아졌어.나는 지금 서른 둘이야 .사람들은 나를 결혼적령기라 생각하지만 나는 아직 결혼에 얽매이고 싶진않아.]
그러면서 나와 결혼하자는건 무슨의미지, 그녀는 이상한 생각이 들었지만 그의 얘기를 더 들어 보기로 했다.
[그런데 소문을 좋아하는 사람은 나를 가만두려 하지 않아 .방송국을 인수하려다보니 많은 사람이 나를 이용하려 들더군. 나는 누구의 유혹의 대상이 되고 싶지도 않고 스캔들은 더욱 싫어. 그런것에서 날 보호해줄 사람이 필요해. ...내 아내가 되어줘]
그녀는 그의 얘기에 굴욕감과 수치심으로 온몸이 떨려왔다.
[나를 택한 이유는요? 결혼해줄 사람이라면 많이 있을 텐데요 ]
그녀는 떨림을 무릎쓰고 간신히 말했다.
[여자야 많지, 하지만 그녀들의 비위를 ??瑩殮?위해서 시간을 할애 하고 싶지 않아.]
[그럼,나는요? 나한텐 어떻게 해줄 생각이죠?]
[안정이지. 네가 예전에 누렸던 부와 안정을, 남자관계만 아니라면 얼마든지 누릴 수 있는 자유를 주겠어 ]
그가 차갑게 대꾸했다.
[정말 많이 변했군요? ...무서워요]
그녀는 어지럽고 메스꺼움을 느꼈다.나를 이런식으로 이용하려 들다니 예전이 그와 지냈던 시간들까지 불쾌하게 느껴졌다.
그녀는 정신을 차리려 애쓰다 아까읽었던 잡지의 스캔들 기사가 생각났다.
인기여배우와 방송국 사장과의 열애설.
[... 이잡지에 난 기사, 아저씨, 아니...이젠 예전의 아저씨라 부를 수 없을 것 같군요. ...당신 얘긴가요]그녀의 물음에 그의 얼굴이 굳어졌다. 맞는 모양이군.
[만약 , 진짜 사랑해서 결혼하고 싶은 상대가 나타나면 어떡할건가요? ...그땐 이혼인가요?]
[그건 당신 얘긴가? 나는 사랑따위에 환상을 품을 나이는 아니지,그럴 시간도 없고 당신도 다시는 사랑같은거 하지않겠다고 맹세했던걸로 아는데 ...만약 당신에게 그런일이 생긴다면 그땐 고려해보지]
그에게서 그녀의 첫사랑당시의 얘기가 나오자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어때? 많은 사람들이 사랑해서 결혼하진 않아.서로의 이익을 위해서 많은 정략 결혼이 이루어지고 있다구. ...생각해보겠어?]
[생각따윈 필요 없어요 ]그녀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가서 다른 여배우나 알아보라구요. 그럴듯하게 당신아내를 연기해줄 돈으로 살 수 있는 그런 여배우요 ] 그녀는 소리치며 현관문을 박차고나와 그대로 뛰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