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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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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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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태양아래.


BY 로미 2000-11-04

태양 아래.


질척한 겨울의 비를 나는 싫어했다. 껴입은 옷 속에서 땀이 배어

날 쯤 나타나는 윤수의 집앞에 서서 나는 그 아이에게 어떻게 이

별을 고할까 생각해봤다.

"선생님, 내년에는 요, 피아노를 배우고 싶어요."

"그래, 그러렴. 피아노를 배우면 재미있을 꺼야."

"저는 언제쯤 시험 볼 수 있어요?"

"좀 더 열심히 공부해야지. 그런데 윤수야..."

내 얼굴을 잠시 보던 윤수는 얼굴을 아래로 숙이고 조그맣게 말

했다.

"괜찮아요, 선생님. 할아버지가 그러셨어요. 선생님이 인제 간다

구요."

그런가 그 정도는 알 수 있나,윤수는 무당이었나?- 나는 씁쓸

하게 웃었다.

"윤수야, 선생님 서울에 오면, 꼭 놀러올게."

"우리 이사가요 선생님..."

"이사?"

"네, 할아버지도 서울이 싫다고 하시고, 아버지도, 오빠도 모두

바닷가로 가는 게 좋겠대요."

"선생님이 놀러 가야 겠구나."

"선생님, 저어, 하나 물어 봐두 돼요?"

"뭔데?"

"내가 무서워서 가는 거는 아니지요?"

꼭 물어봐야겠다고 벼르고 벼른 게 틀림없는 질문을 울음 반 섞

어 내게 겨우 쏟아놓고, 엎드려 우는 아이를 나는 가슴에 안았

다.

"윤수가 왜 무서워...이렇게 예쁘고 사랑스러운데..."

엄마도 없이, 혼자 밥을 끓여먹을 때도 많으면서도, 언제나 내

가 가면 과일이나 사탕을 내 놓던 아이, 다른 아이들에게 놀림감

이 될까봐 그 흔한 동네 놀이터의 그네조차도 타지 못하는 아

이, 맑은 눈을 가진 그 아이의 몸 속, 그 어디에 깃 들어 있는

늙고 오래된 영혼이 있다면 나는 진심으로 빌고 싶었다. 저 아이

를 놓아주라고,,, 이제 그만 이 세상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저

멀리로 돌아가라고. 당신까지 참견하지 않아도 세상은 제대로 돌

아간다고,,나는 그렇게 말해주고 싶었다. 그러나 나는 그 보이

지 않는 모든 걸 섬기며, 체념할 줄 아는 아이를 보면서 그저 세

상이 참으로 쓸쓸해져 왔다. 섣불리 너의 운명에 맞서라고 충동

질하거나, 선동할 수 있는 그 무엇도 내게 없음이 비겁했고, 언

제나 그런 상태로 어정쩡하게 머물며 섣부른 눈물이나 흘려주는

내 자신이 괴로웠다.


-그래도 잊지 않을게 윤수야.. 절대로 잊지는 않을 게.


잊지 않아서 어쩐다는 것인가. 질척이는 골목길을 따라 내려오면

서 내게 물었다. 그래서 어쩐다는 것인가...그것은 내가 어쩔

수 없는 것들에 대한 스스로의 위안일 뿐이었다.


하지만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삶도 내게는 분명히 있었다. 나는

더 이상 내 삶이 구질구질하게 되도록 내 버려 둘 수가 없었다.


"돈 많이 벌겠지. 그럼 이건 다 갚아 줘..."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그에게 주었던 모든 것들 중에서 내가 부당

하게 빼앗겼다고 두고두고 아까워하지 않을 만큼의 것들, 그 만

큼의 명세서들이었다.

"정연아,,,"

"안된 다고 헤어질 수 없다고 말하고 싶어? 아니면 못 주겠다고

말하고 싶어?"

"우리는, 서로 사랑했었잖아. 너의 이런 태도를 이해할 수 없

어."

"조금만 솔직해져봐 태진씨. 나를 사랑한다고 내 눈을 똑바로 보

고 얘기 할 수 있어?"

"너를 사랑했지. 그건 진심이야."

"나도 사랑했었지. 하지만 지금은 아니야. 아닌 게 확실해.

확실하니까 우린 지금 헤어지는 거야. 그게 좋겠어. 당신을 미

워하게 되는 게 싫어. 정말 그러고 싶지 않아. 당신이 나를 버릴

까봐 두려워서 버림받기 전에 떠나려는 게 아니야. 당신을 이제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내가 떠나는 거야."

"갑자기 왜 이러는 거니? 선보는 것 때문에? 이해한다면서?"

"뭘 이해해야 하는데? 당신 자의가 아니었다구? 그러지마 제발.

차라리, 당당해져 제발."

"나는,,,"

"성공하기를 바래. 그리고 제발 내가 두고두고 아까워 하게 잘

살아줘."

"다들 나를 나쁜 놈이라고 생각하겠지."

"몰랐어? 너는 나쁜 놈이야.."

나는 농담처럼 웃으며 일어섰다.


바람 한 점 없이도 코끝이 빨갛게 되도록 매섭게 추운 날이었

다. 그래도 햇볕은 참으로 투명하게 빛나는 날이었다.

"엄마, 나 지금 내려가."

휴대폰으로 엄마에게 전화를 걸고 창 밖을 내다보고 있자니 택시

기사가 나에게 물어왔다.

"아가씨 무슨 좋은 일 있어요?"

"네?"

"기분이 좋아 보여서요."

"햇빛이 너무 좋잖아요?"

아저씨는 허허 웃으며 심상찮은 눈길로 나를 흘깃 보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서울 하늘도 이렇게 맑은 날이 있구나 그

런 생각을 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