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이품송-이품벼슬을 받은 소나무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지만 그 소나무가 서있는 쇠양골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내가 초등학교 시절 아버지를 따라 여름방학때마다 찾아오던 계곡. 계곡의 끝에는 조그만 초가집이 한채 있고 그 길을 따라 형형색색의 과수와 오곡백과가 분주하게 열매를 내기 위해 함성을 지르는 쇠양골에는 가끔 서울의 화백들이 와서 캔버스를 늘여 놓고 그림을 그리는 경치 좋은 곳이기도 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로 내가 철없이 굴었던 기억이 있다. 아버지를 졸라서 채화백이라는 분에게 시집을 가겠다고 졸라대던 일곱살때의 모습이 떠올라 난 피식웃었다.
김기사님은 나를 데리고 별장으로 들어 갔다. 벌써 박사장은 와 있었다.
" 어서오십시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국화가 아주 아름답군요.
오랜만에 여기오니 너무나 기분이 좋습니다. 특히 이런 자리
에서 미스코리아 출신 아가씨와 사업 논의를 한다는 건 정망
영광이구요"
나는 목례정도를 하고 무거워진 마음으로 박사장과 마주 앉는다. 그 특유의 유머가 어쩐지 음흉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 어떻게 결정을 내리셨습니까?"
나는 침묵했다. 그리고 머리를 숙였다. 아직 결정을 못내렸다는 이사표시였다.
"아직 결정 못하셨군요. 알겠습니다. 그럼 오늘은 사업얘기 보
다는 머리도 식힐겸 같이 생각해 보기로 합시다."
이내 마실것이 나오고 김기사도 잔식구들도 어디론가 사라졌다.
"사장님, 원하시는게 어떤거예요. 금산의 인산공장은 아버지
께서 돌아가시면서까지 지키시려 했던 분신과도 같은 거예요."
"아, 압니다.. 그러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