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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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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냄세가 나는곳


BY 상아 2000-07-10

선영은 화려한 한복을 입고 있었다. 곱게 화장까지하고...

신부화장하곤 처음한 화장이었지만 그녀는 그런 자신의 모습에

행복해했다. 그리곤 어디론가가고 있다. 그곳엔 남편이 기다리

고있었다. 그녀는 도망치려 안간힘을섰지만 누군가 부르는 소리

에 화들짝 놀래깨어났다. 온몸이 땀이었다. 2월의 차가운 바닥

인데도 그녀는 흠뻑 땀을 흘리며 악몽을 꾸었던것이다. 그만치

그녀에게 남편은 싫은존재였다. 그녀는 그것이 꿈이었음을 알고

한숨을 쉬었다 순간 그녀는 자신이 어디에있는지 까맣게 잊은듯

누군가의 소리에 다시 한번놀랐다.

"지금 뭣들하나? 이곳이 안방인줄아나? 기상하라소리 못들었나?"

"이곳은 여러분들 편히 잠자고 먹으라고 제공된곳이 아니다."

"자고싶을때 자고 먹고싶을때 머고 노는 곳이아니다."

"죄를 지어서 갇혀있는 유치인들이다 여러분은..."

잠시라도 꾸물대면 가차없이 떨어지는 상대의 인격은 간곳없이

마구 짓밟히는곳 그랬다 그녀는 그죄인들속에 섞여서 유치장이란

곳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일어난것이라는걸 그제야 깨달았다.

기상점호라는것을 또하였다. 그녀는 또 타이밍을 맞추지 못해

다시반복을 하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모든사람이 자신을 원망

하는것같아 고개를 들지못했다. 아니 간통이란 죄목때문에 더욱

고개를 들수가 없었다. 모두가 자신을 비웃는것같아서...

잠시후 방창살을 통해서 프라스틱 바구니가 전달되 왔다.

그안에는 누구의 것인지...누가 쓰던것인지...알수없는 칫솔과

치약이 들어있었다. 같이있던 장애인여자가 하나 집으라고 눈짓

을한다 그녀는 그중에서 하나를 치약을 묻히고 장애인녀가 하는

데로 따라 구석에 자그맣게 마련된 세면장으로 가서 억지로 이

를 닦고 세수를 하였다. 잠시후 철문 열리는소리가 들리고

아주머니 두분이 함지박에 무엇인가를 이고와서 내려놓았다.

그두여자는 선영을 쳐다보고 방앞에 걸린 칠판에서 선영의 이름

과 죄명을 확인하는듯 하더니 둘이서 속닥거린다.

잠시후 전경이 방마다 옛날 양은 도시락을 사람숫자를 확인하고

들여놓는것이 보였다. 때론 누군가의 이름을 호명하면서...

드디어 그녀가있는 방앞에 와멈춘 전경은 안쓰럽다는듯이

"사식넣어줄 사람도 없어요?"

하고 지나가는 말처럼 물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게 무슨말인지

알수가 없었다 처음듣는 말이므로 무리가 아니었다.

장애인녀가 도시락을 끌어다 선영앞에 밀어주며

"먹...어요"

말한마디가 그녀에겐 무척이나 힘든것 같았다.

선영은 먹지않았다 장애인녀가 부자유스런 손으로 뚜껑까지 열어

주며 선영의 앞으로 밀어놓았다. 그속엔 쌀이 거의보이지 않는

보리밥과 김치쪼가리 한두개와 콩나물 한두개가 떠있는 멀건국이

각각 들어있었다. 선영은 도저히 먹을 기분이 나질않아 그냥

밀어놓았다. 그녀가 먹으라고 자꾸 권했지만 먹지 않았다.

너무 비참하고 서러워 눈물만이 앞을 가렸다. 선영은 벽에 기대

고 무릎을 세워 얼굴을 파묻고 한참을 그렇게 울었다.

식사시간이 끝나고 아마도 자유시간인듯했다.창살밖에 tv가켜지

고 잠시후 책무더기가 창살앞에 놓였다. 평소에 책을 좋아하던

선영도 그순간은 책을 읽고싶지 않았다. 잠시후...

"저~경찰아저씨 이것좀 여자방에 전해주시겠어요?"

수영 그의 목소리였다. 경찰관이 선영의 방앞에 들고 나타난것

은 과자와 책 한권이었다. 선영의 손에 전해졌지만 선영은 그것

을 장애인 그녀앞에 밀어주었다 먹으라는 눈짓과함께...

잠시 망설이던 그녀가 과자를 뜯더니 무엇인가를 선영의 손에

쥐어주었다. 쪽지였다!

그녀는 얼른 쪽지를 들여다 보았다.

'선영씨 힘들죠?
당신이 이런곳에 갇히게되다니 정말 마음아파요!
하지만 힘내고 고생되더라도 참아요! 내가 항상 지켜보고 있자나요! 그리고 밥굶지 말고 악착같이 먹어요 아프면 않되요!
몇일만 고생하면 구치소로 넘어가면 이곳보단 편하다니 조금만 참아요! 이것읽고 없애버려요 들키면 큰일나니까...

어떻게 펜을 구해서 글을 썼을까?

그렇게 간단한 내용이나마 조금은 선영으로 하여금 두려움을

가시게 하는 따뜻함을 주었다. 그제서야 그녀는 그곳의 분위기

를 조금씩 파악해가기 시작하였다. 옆방에선 남자들의떠드는

소리가 들려왔다. 잠시후...

"김선영씨! 면회요!"

철커덕 창살문이 열리고 전경이 앞에 서있었다.

"저요?" 의아한 눈으로 선영은 전경을 쳐다보며 따라간다.

문을 열고 나가자 작은 창문으로 겨울햇살이 그녀의눈을 찌푸리

게 만든다. 순간 앞에있는 이가 누군지 보이질 않았다.

잠시후 "지금 그게 모야!"

"그모습이 뭐냐구!"

시누이의 목소리였다. 시누이가 반울음 섞인목소리로 선영에게

말을 하고있었다. 시누이와 선영이 유난히 기대었던 다른

한분이 그곳에 서있었다.

"조카 그게 무슨꼴이냐!"

"왜 ? 이곳에서 그고생을 하고있어?"

"들어와서 살기만 한다면 용서해주겠다는데..."

"왜? 고집부리고 이런곳에 와있어? 응!"

선영은 눈물도 말도 나오질 않았다. 아니 아무말도 하고

싶지않았다. 그냥 고개만 떨구고 서있다.

"조카 무슨 말좀해봐 제발!"

"잘못했다고 빌고 나와서 아이들하고 같이 살아야지!"

"어린자식들 어떡할거야?"

"죄송해요! 이일은 아이아빠하고 저의 문제에요!"

"그리고 이미 내가 여기들어오면서 모든게 끝난것 아니에요?"

"그렇지않아 지금이라도 잘못했다고 빌면 고소 취하해준데"

"조카 제발 말좀 들어라응!"

"이작은 엄마 봐서라도 그렇게해라!"

"아뇨 전 그사람하곤 다시는 못살아요! 그사람은 사람도 아니에요!"

"아무도 몰라요 부부사이는..."

선영은 말을 끝맺지 못하고 다시울고 말았다.

"정말 할수없군 내가이렇게 얘기하는데..."

"필요한것 있음 얘기해 넣어줄게"

시누가 물었다.

"필요없어요!"

"그리고 아이 아빠나 오라고 해주세요!"

"오빤 않올거야 보고싶지않데!"

"그럼 할수없죠!"

"사식이라도 넣어줄까?"

"필요없다니까요!"

"그냥들 돌아가세요 다시는 오지마세요!"

그리고는 선영은 전경을 앞서서 먼저 들어왔다.

뒤에서 시누와 작은어머니가 주고 받는얘기소리가 들렸다.

"정말 완전히 돌아섰군!"

"남자한테 빠져서 자식도 못알아보는군!"

너무 치욕적인 말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아랑곳 없이 유치장안

으로 들어서서 잠시 고개를 들어 앞을 쳐다보며 수영을 재빠르게

찾아 쳐다보았다. 초체한모습의 그가 걱정스런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선영은 보일듯 말듯 그에게 억지 미소라도

보내고 싶었지만 마음대로 되질 않았다. 그곳에 있는 모든이들

의 눈이 선영에게 쏠려있었다. 순간 선영의 눈에 그사람들은

밖에서 쳐다보는 무서운 범죄자가 아닌 선영을 걱정해주는

따뜻한 인간미를 보았다. 한결 자신감이 생겼다. 하지만 이곳을

나가면 그녀에겐 전과자란 낙인이 찍힌다는것 자신으로 인해서

한남자가 전과자가 되어 이세상의 냉대를 당해야 한다는 사실에

마음아파하는 그런 이기적인 생각들로 머리가 복잡해졌다.

옆방에서 "선영아~"

하고 누군가 장난스레 부르는 소리와 함께 낄낄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애된 목소리였다.

"누가 함부로 남의 이름을 불러요?"

그녀는 처음엔 무시했지만 자꾸 반복되는 소리에 그렇게 대답을

하고 말았다.

"에이 누나 알았어요!"

"울보누나라고 무를게요 그럼!"

순간 선영은 어이가 없어서 웃고 말았다.

"누나 울지 말아요 알았죠?"

"이왕에 여기온것 독하게 마음먹고 나가서 보란듯이 잘살아요!"

그런 마음들이 있는 곳이었다. 모르는 사람을 걱정해주는 비록

범죄자로 그곳에 와있지만 그래도 갈때까지 간 사람만이 가질수

있는 그런 여유로움과 비난하기 보단 위로를 해줄수있는 그런

마음이 선영의 가슴에 다시금 찐한 전율같은 것을 가져다 주었다

선영은 그렇게 유치장에서 이틀밤을 맞이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