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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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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BY 혜숙 2000-04-17

난 외할머니네 집에서 산다
외삼촌 외숙모 그리고 외사촌 동생들
난 늘 혼자다. 지금은 내 아이들이 하루에두
수십번씩 엄마를 불러대지만
난 한번도 엄마란
말을 불러 본 적이 없다.
안 살아봤으니까.
난 꼬맹이였을때부터 머리에 또아리를 받치고 점심을
가득 넣은 다라를 머리에 이고 들로 밥을 날랐다
처음에는 처툴렀지만 나중에는 한 손에 주전자까지 들고
실룩대며 걸었고 그 다음에는 양손다 놓고 걸어갔다
그런 나를 보면서 동네 아줌마들은 신통방통하다고 했다
난 죽겠는데. 얘들하고 놀수가 있어야지
학교 갔다오면 심부름 해야하기 때문에 꼼짝없이 집에 붙어
있어야 하니.
나로선 고문이 아닐 수 없다
4학년때 민속촌으로 소풍을 갔다
관광버스타고 갔는데 450원을 내고 갔었다
외할머니는 내게 120원을 주셨다.
그걸로 나는 콜라를 작은것 120원을 주고 사 마시고 40원을
남겨 왔었다
그 다음날. 난 학교 갔다와서 들로 친구들하고 실컷 돌아 다녔다
해질무렵 날 찾은 외할머니는 얼굴이 파랗게 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 이년 이리와 이 망할 놈의 기지배
돈까지 줘서 소풍 보내줬더니 심부름도 안하고 놀기만 해?
너 빨리 120원 내놔 하셨다. 나는 손에 쥐고 있던 40원을
내밀었다. 할머니는 그것을 가로채 가셨다.
나는 다짐했다.
무슨 일있어도 열배 스무배로 갚을거라고
그런데 외할머니는 내가 중학교 2학년때 풍으로 돌아가셨다
내게 많은 회한을 남기고 엄청나게 나를 아프게 했었다.
가을 추석때 서울에서 큰외삼촌댁 외사촌들이 내려왔다
나는 산에서 밤을 주워다 놓았다
할머니는 밤을 폭폭 삶으셨다 밤 냄새가 내 코를 찔렀다.
다 삶은 밤을 할머니는 바가지 가득 갖고 나오시면서 나를 잡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는 시골에서 많이 먹으니까 먹지마. 내가 나중에 삶아 줄게. 하셨다. 나는 밖으로 나가서 가을 하늘을 쳐다봤다.
밤 먹는 소리가 줄어들때쯤 나는 기다렸다가 들어가서 자버렸다.
그날은 왜 그렇게 내가 싫었는지 모른다. 빨리 그 애들이 가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밖에는 나지 않는다.
외할머니는 내게 약속을 안 지켰다.그걸로 끝이었다 언제나 처럼.
내가 할머니 큰이모가 나는 떡 세개밖에 안줬어.
현주는 다섯개 줬는데... 하면
그럼 니가 재들하고 똑같니?
하면서 다른 사람들한테 그이야기를 다 해서 나를 망신줬다.
나는 다르다.
얼마나 어떻게 다른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