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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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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2.24


BY 편지 2000-05-20

보고싶은 현란에게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기며 대합실 속의 인파속으로 묻혀버리는 현란의 모습을 쫏던 나의 시선은 허공속에 현란의 모습을 그린채 또다시 이별의 아픔을 맛보아야 했다.
점점 현란에게서 멀어져가는 귀사길도 하늘이 나의 마음을 아는 양 비를 뿌리고 눈이되어 발목을 잡는다.

우리의 만남은 헤어짐을 목적으로 하지 않으며 우리의 헤어짐은 만남을 목적으로 하기에 헤어짐의 아픔을 만남의 기대로 승화시킬 수 있다.

벌써 2월이 거의 가고 있어
이제 춘삼월이 오겠지?
그래서인지 내린 눈도 낮동안 많이 녹아버렸어. 저 물을 마신 자연의 초목들은 아마 잠이 번쩍 깨어 크으게 기지개를 할 것 만 같다.
우리가 맞이하는 봄은 그누구 보다 뜻깊은 봄이 아닌가 생각해
그것은 분명 겨울이 지리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낙엽이 거리를 뒹굴고 스잔한 바람이 옷깃에 스며드는 것을 느낄즈음 우리의 만남은 시작되었었다.
10월!
오곡이 무르익고 추수가 끝나 풍성한 계절...
11일!
미래지향적이고 시원한 숫자
또 첫눈에 나는 현란이 좋았고, 물론 현란도 내가 마음에 들었을테지?
그리고 만남, 만남....
말주변 없는 내얘기 듣느라 꽤 지루했을 만남.

노랗게 물들었던 거리의 은행나무잎이 어느날 찬바람에 우수수 떨어지고 말았을 때 우리는 겨울이 가까왔다는 서글픔보다는 하얀 첫눈을 기라렸었지.
그렇게 87년을 보내고 88년을 맞아 아쉬움을 간직한채 헤어짐을 격었다. 아쉬운 헤어짐이 있기에 만남의 기쁨을 더욱 크게 가질수 있으리라 위안하며 다음을 다짐하며....

매일 이시간이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소록속록 잠들고 가끔씩 적막을 가르는 자동차의 질주 소리만이 들릴뿐이다.
오늘은 동기생 모두 졸업식에 참가하기 위하여 가버리고 나홀로 텅빈 합숙소에서 현란을 생각하며 펜을 굴린다.
어제 헤어지고 하루밖에 안지났는데도 무척 보고싶기에 작은 사진을 퇴근하고 벌써 수십번 보았다. 그냥 보고만 있어도 즐겁고 아무말 없어도 모두 말하는 것 같다.

말하기가 조금은 어색하고 웬지 가슴 마져도 콩닥거리나 그토록 생각해왔고 그토록 다짐했기에 감히 말할 수 있다.
이세상 모든것을 사랑할 수 있는 마음으로 특히 현란을 사랑하고 싶다.
너무나 부족한 것이 많은 사람이기에 과연 현란을 사랑할 수 있는 자격이 있을수 있을까를 생각도 해 보았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음씨와 아름다운 미소와 아름다운 모습과 아름다운 생활을 하는 현란을....

사랑은 주는것이기에 받음을 전제로 하지 아니하고
사랑은 사랑 그 자체 이기에 주석을 필요치 아니하며
사랑은 우리들 모두의 것이기에 고귀한 것이다.

시계의 똑딱임이 유난히 크게 들리는 이시간 사랑하는 사람에게 향하는 마음이 있기에 시간의 흐름을 멈출수 있고 이렇게 지나간 시간의 종점에서 우리는 마주할 수 있으리라.

지금 현란은 무었을 하고 있을까
나와 같이 편지를 쓰고 있다면 더욱 좋을것 같다.

벌써 제주도에선 꽃소식이 들려온다. 머잖아 이곳에도 진달래가 만발하겠지. 우리들의 마음속에도 봄의 꽃축제를 열어보자

몸건강히 잘있길 빌며 다음에 또 쓸께. 안녕

1988년 2월 24일 현란을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