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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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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BY 백발마녀 2000-04-03

피리릭..
어디선가 가날프고 조금은 날카로운 빛이 날아든다.
아마 그건 빛보다는 바람같기도하다.

아..
천수연.
그녀는 오늘도 하루를 어떻게 보내야할지..그저 막막하다.
허탈한 기분마져 든다.
그냥..할일을 찾아봐야할것 같다.

그래..먼저..청소부터 하자.
힘겹게 그리 크지 않은 청소기를 끌고 이리저리 휘젓는다.
..윙..윙..

그 다음..
다음엔..무얼해야하나.
일단 세수나 하고..
그럼..기분이 조금 나아질것 같다.
차가운 물의 감촉이 그다지 나쁘지 않다.
조금..상쾌한 기분마저 든다.
아..다음엔..

크지 않은 아니, 오히려 조금 작은 거실을 오가며..
또 다음 할일을 찾는다.

..커피..
그래 커피를 마셔야지.
원두커피에 설탕, 프림까지 넣었다.
이런날 아침엔 달콤한 커피가 더 어울리니까.
그 뒤..

천수연은 내키지않은 컴퓨터의 전원을 켰다.
딱히 할일이 없었다.
아침부터 컴퓨터를 켠다는것이 왠지..썩 마땅해 보이지는
않았지만..더 이상..할일을 찾지 못했다.

핏!..
웅..웅..웅..

조용하고 작은 거실에서 가장 큰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컴퓨터의
자기과시가 대단하다.
커피를 들며 앉았다.

조금..설래이는 마음으로 메일을 확인한다.

아..
안 왔구나.

어제 저녁 남편이 아주 잠깐 자리를 비운사이 확인해 본 메일
역시..오지 않았다.

오늘도..오지 않았다.

..하긴..어제 밤에 없었는데..뭐..그사이 왔을라고..
스스로 달래는 말을 중얼거려보지만..그래도..좀 서운하다.
음..


천수연.
나이 36세.
한가정의 주부.
대학땐 왕성한 활동력을 발휘. 왠만한 대회엔 다 참가해보고,
학생회장 선거에도 나가보고,대모 대열에도 껴보고, 연애도 열심히 하던 그리 예쁘진 않지만 묘한 매력을 갖은 여자.


한경수.
나이 36세.
천수연의 남편.
천수연과는 켐퍼스 커플로 공부와 수연과의 연애가 유일한 과거사인 남자.
수연과 결혼 후 계속 공부하다 1년전에 마지막 공부를 마침.
공학박사 학위.


한빈.
나이 6세.
천수연과 한경수의 걸작.
활동가인 천수연보다는 학구파인 한경수를 쏙 빼어닮은 영재.


..
아.. 머리가 무겁다.

천수연은 괜히 여기저기 사이버공간을 오간다.

친구에게 동영상으로 메일을 보내고, 그냥 하릴없이 여기저기
뒤적여본다.

..지금..뭐하고 있을까..
어제..내 멜을 본걸까..

긴장과 설래임이 구분지을수 없도록 철저히 수연의 어깨와 심장을 진동시킨다.

안되겠다..한번더..멜을 보내야지..

아냐. 안돼..

이건..아냐..아냐..

수연은 어찌할바를 모르겠다.
한 걸음 물러서야 한다는 여우같은 지략과
그냥 밀어 부쳐야 한다는 곰같은 우직함이 팽팽하다.

아...일단..기다려보자..

결론이 났다.
조금 마음이 가볍다.
..정.재.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