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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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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BY 임희라 2000-03-16



"엄마,오늘도 잠 못잔거야? 병원에라도 가봐요.."
"응.그래 알았어."
남편은 아무말이 없다. 현지는 그런 남편이 오늘따라 더 야속하게만 느껴진다.
"여보 오늘은 저 잠깐 나갔다오려구요..요즘 운전 배우는지 알죠?그래 옆동 미나엄마랑........"
"알았어..우진아, 가자.."
남편은 현지의 말을 끝까지 듣지도 않은채 아들우진과 함께 나간다..
현지는 한동안 멍하니 그 둘을 바라본다. 자신의 인생이 오로지 저 둘을 위한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하며....
모든일을 다 마친 현지는 미나엄마와 만나기 위해 나간다.
"우진엄마!일찍 나왔네,난 애들 학원에 보내주고 오느라 늦었어.많이 기달렸어?"
"아니,나도 지금 막 왔어.근데 오늘은 머리 풀렀네..미나엄마 그러고보니 이쁜 얼굴이다..호호 오늘은 달리보이네.."
"그래? 어머머 왜이래 나 이레뵈두 전엔 한인물 했다구....."
수다를 떨며 웃는 모습이 다른 여자들과 달라보일것이 없는듯하다.
둘은 한참을 걸어 학원에 도착했다.
조금은 늦은것 같아 미안한 마음에 문을 삐꼼이 열고 들어간다.
"오셨어요? 두분다 지각이네요...아참 선생님 바뀐거 알고있어요?"
"네..늦어 죄송해요.둘이 걸어오느라..선생님이요? 왜요?"
"아네.김선생이 사정이 있어서 못나온다 해서 다른분으로....지금 들어가 보세요 아마 자기 소개하고 머 인사정도나 하고있겠죠.."
"네 그래야 겠네요"
둘은 궁금한 마음에 얼른 들어가본다..
"저 늦어서 죄송해요.초면에 지각생으로 찍히게 생겼네요?"
낯가림이 없는 미나엄마가 언제나 처럼 말을 붙여본다.
"지각생이라뇨,저도 좀 늦었는걸요.그럼 저도 찍히는 겁니까?"
모두들 큰소리로 웃어 시끌벅쩍해졌다.
하지만 현지는 웃지 않는다.시원하게 웃는 그의 모습이 왠지모르게 현지의 가슴을 답답하게 한다..
"자 두분다 앉으셔야죠..첨 뵙겠습니다.전 박영환이라고 합니다..잘 좀 부탁드려요."
"무슨말인교..부탁은 우리가 해야하지 않겠능교.."
끝자리에서 한 여자가 수다스럽게 말을 한다.
그래 한참을 서로 소개하고 웃으며 이야기하다가 한시간을 보내고 다음날 볼것을 약속하고 모두들 집으로 가기위해 일어난다.
"우진 엄마, 우리 선생님하고 커피나 마시고 갈까? 조금 늦었으니 그정돈 해야하겠지?"
"그냥 가는게 낫지 않을까요?"
"그런가..그럼 가지 머"
둘이 학원 밖으로 나오려는 순간 누군가가 부르는 소리에 뒤를 돌아다 본다.
"이현지씨,아고고 무슨 걸음이 그리 빠르세요..두분 따라오느라 숨차 죽겠네요.두분 방향하고 같다기에 동행이나 할까하고 이리 뛰어왔습니다.괜찮으시죠? 혼자가려니 심심할것도 같고.."
"네 그럼요.근데 어디사시는데요?"
현지는 여전히 아무말이 없다. 자신에게 가까이 다가오려는 영환의 태도가 이유없이 싫다..아니 싫다기 보다 그의 미소에 끌리는 자신의 마음이 내심 불안한지도 모르겠다..
"아아..거기 사는구나..우진엄마네 바루 옆이네..어머머 그러고 보니 난 다왔네.아쉽지만 지금부턴 두분이 동행을 하셔야겠네요.우진엄마 낼 봐.내일은 내 안늦고 일찍 나올께.박선생님도 내일봐요."
"응 그래,미나엄마 조심해서 가."
둘은 집을 향해 걷는다.현지가 아무말이 없자 영환이 자꾸 말을 건낸다.
"아들이름이 우진이에요?"
"네"
"아들이 몇살이에요?"
"초등학교5학년이요."
"우와 젊어 보이시는데 시집을 일찍 가셨나봐요?"
"네"
"그럼 실례지만 나이 물어봐도 되여?"
"30살이에요"
"그럼 저보다 한살 위시네요..야~난 장가도 못가고있는데 아들이 5학년이라..부럽내요.전 언제쯤 그런날이 올런지 모르겠어요."
"혼자있을때가 좋은거에요"
"그런가요? 그래도 행복은 하실거 아니에요"
현지는 행복이라는 말이 나오자 할말이 없어졌다.
'과연 내가 행복한것일까'
맘속으로 몇번이고 정의를 내려보려하지만 쉽게 답이 나오질 않는다.
"저 다왔어요..전 이만 가봐야겠네요. 그럼 가세요."
현지는 뒤도 돌아보지 않은채 집으로 들어가버린다.
영환은 자신에게 거리를 두려는 현지가 왠지 안타깝게 느껴질뿐이다..
이유는 없다.
그녀가 자신의 마음을 닫고 사람들과의 거리를 두려는 모습에서 그리 느낄뿐이다..적어도 지금은 그렇다,그런 마음 뿐이다.
현지는 먼저 들어와 혼자 게임을 하고 있는 아들에게 미안한 맘이 든다.
"우진아,일찍 왔구나. 미안해 엄마가 좀 늦었지?"
"아니,괜찮아.엄마 나 오늘 머리가 아팠어.그래서 양호실 갔었는데 선생님이 감기 걸린것 같다고 병원가보래요"
"그랬어? 그럼 지금 병원가자.아직 열었겠지?"
"엄마 이젠 괜찮은거 같은데 멀..그냥 쉬어.
"어디보자..열은 없는거 같네 진짜.,머리는 아프지 않고?"
"응 아무렇지도 않아.이것봐 그래서 게임도 잘하자나."
"그래,그럼 혹시라도 또 아파지면 엄마에게 말해야된다!!"
"응"
현지는 나이에 안 맞게 어른스러운 아들이 늘 대견스러우면서도 걱정이 된다.
아이들은 아이다워야 하는것이 분명한데 너무도 의젓함이 어느땐 현지 자신보다도 더 넓은 마음을 갖고 있는듯하다.
어쩌면 그 의젓함이 남편보다 아들에게 더 의지하게끔 만드는지도 모르겠다.
오늘은 남편이 늦는가보다.
몇번씩 전화를 걸어봤지만 연결이 되질 않는다.
한번도 이런적이 없는 남편이라 걱정이 앞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