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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옛날이여 (10)


BY 만석 2025-04-26

아프고 일어나서는 집안 청소를 하지 않았다.
영감이 보기에도 마땅치 않은가. 그래도 매일 청소기는 돌리던데.
비가  내렸거나 말았거나 신경을 쓰지 않았다.

"아직 마땅치 않아."
누구랑 통화를 하는지 내 안부를 묻는가 본데 ....어린애가 없으니 청소도 대충하고 산다고 한다.
"밥은 해 줘서 먹지."

게으름을 피우려면 한도 끝도 없다.
"엄마. 햇반을 좀 주문할까요? 밥하기 귀찮을 땐 걍 띵~해서 잡수세요,"
"아니. 아빠는 갖 지은 밥에 목숨을 거는 양반인데."

에구구~. 또 비가 내린다 하여 창문 청소에 게으름을 부렸더니 가관이다.
눈에 잘 뜨이는 현관 쪽 창문이나 닦자 하고 창문 두 짝을 닦았더니,
손을 대지 않은 쪽 창문의 유리가 더 지저분해 보인다.

소매를 걷은 김에 조금만 조금만 하던 유리창 청소가 끝났다. 영감은 언제 세탁기를 돌렸을까.
옥상 가득하게 널린 빨래를 올려다보니 마음이 짠하다. 급한 빨래도 없는데...
내친김에 집안 청소도 구석구석 살펴서,  세 방과 거실  청소도 끝냈다.

누군가와 통화를  하며, 아직 마땅치 않다던 영감의 목소리가 생각난다.
그러고 보니 고실고실 곧 지은 밥이 아니어도, 영감의 속을 많이 썪이기는 했다.
이젠 나도 백수 당신도 백수이니,  그만 속을 썪여야지. 맘은 원이로되 육신이 약하니 어쩔꼬.
아 옛날이여 (10)홍콩의 해변가 (이제는 가려니 채도 못 합니다. 좋은 추억으로만 간직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