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손을 가즈런히 모으고 나는 시커먼 두루마기를 입고 갓을 쓴, 키가 장대 같은 사내를 따라 걷고 있었다. 그 사내는 나를 앞세우지도 않고 따르게 재촉도 하지 않았다. 그래도 나는 그 사내를 따르며 걷고 있었다. 우리 집 이웃에 새로 생긴 생시의 병원에서, 꿈에서도 시체가 끝도 없이 줄을 이어 나오고 있었다. 소문에 의하면 시체를 모아서 버리는 곳이라 했다. 분명히 생시의 그 병원인데......
즐비한 시체를 따라 줄을 지어 깊고 커다란 구덩이 앞에 다달으니, 헤아릴 수도 없는 시체가 산 같이 쌓인 구덩이를 내려다 보며, 겁도 없이 나는 그 쌓인 시체를 내려다 보고 서 있었다. 소문으로만 듣던 시체소각장이라 했다. 아마 누구도 말리지 않았더라면 그 송장들이 쌓인 그 위로 들어갈 테세다. 절대로 무섭다거나 겁에 질린 내 몰골은 아니었으며, 모든 걸 이미 각오하고 차라리 다음 수순을 차분하게 기다리는 모양새다.
그 때 내 등 뒤에서 내 큰 시누이의 악을 쓰는 목소리가 들렸다. 나보다 한 살 어린 그녀는 차라리 시댁에서는 친구같은 존재였었다. 다섯 시누이들 중에 가장 선량하고 마음이 넓은 그녀다.
"아유. 여기는 죽은사람들 염도 안하고 그냥 집어던져 놓는 곳이란 말이에요. 거기는 가면 안돼요. 오빠. 오빠~!" 나는 내 영감도 보이지 않았고 악을 쓰는 소리도 들리지 않는 듯 이리 저리 내 알량한 영감을 찾는다. 그녀는 제 오라버니를 악을 쓰며 불러댔지만 찾지는 못하는 듯하다.
내 큰 시누이는 나를 찾지 못하고 발을 동동구르고, 나는 그녀의 목소리만 듣고, 그렇게 그 무서운 구덩이를 멀리했던 것 같다. 구덩이를 빠져나오기 전에 누군가 내 뺨을 제법 아프게 내리쳤다. 두어 번 뺨을 맞은 나는 정신도 들기 전에 눈을 먼저 떴었나 보다. 몸은 비를 맞은 듯 젖어있었고, 웅성거리는 소리는 들은 것 같은데, 다시 눈을 떴을 때 나는 이미 병실로 옮겨져 있었다.
며칠 동안 기저귀를 차게 되니, 간병인이 붙었고 병상을 지키던 며느리는 그새 어디로 갔는지 보이질 않는다. 영감이 보여야 하는데 보이질 않는다. 면회가 자유롭지 못하다 한다. 병실에는 아는 사람은 없고, 열은 40도를 넘나들고 머리는 깨질 듯 부풀었다 꺼지고 부풀었다 내리고.... 아무튼 영감을 보아야 할 터인데 이 위인은 어디로 내뺐을까. 이꼴 저꼴 보기 싫어서 도망을 갔나.
퇴원을 할 때까지 영감은 보이지 않았다. 며칠 후 열이 내리고 폰의 숫자가 보이기 시작했다.
참 참 참. 그 와중에 나는 왜 영감에게 전화를 걸었을까. 영감의 목소리는 안개가 끼인 듯하다.
"병원에 들어가 보지도 못하는 걸 뭐. 그냥 병원에서 시키는 대로 말 잘 듣고 있어."
퇴원을 하고 아이들에게 들은 얘기로는, 영감은 나처럼 한 끼도 밥을 먹지 못했다고. 한다. 에이~ 설마..
.허긴. 요새 유행해서 많이들 죽었다는 폐렴을 이겨내르라고 나는 얼마나 힘이 들었는데..... 미국 그랜드캐니언 협곡에서(미국 서북부 애리조나 주에 있는 대협곡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