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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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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 개나리를 닮은 내 세 번째 새 엄마


BY 만석 2025-03-28


나에게는 남들이 갖지 못한 세 분의 어머님이 계신다. 나를 세상에 태어나게 하신 어머님과 알뜰하게 챙겨주며 키워주신 두 분의 어머님이 계신다. 이 나이에 어머님을 뫼시는 동지가 있을까. 그러니 내가 복이 주렁주렁 열린 복이 많은 여인네라 자부하며 살지를 않는가.

아직도 이리저리 헤메는 온전치 못함 속에서 그래도 내 딴에는 기를 쓰고 더 살아 보려하자니, 동거하는 아이들 보기도 민구스럽고 간혹 열적어서 고개가 숙여지는 건 어쩔 수 없는 계면쩍임이지만, 나도 한낱 사람인 것을 어쩌랴. 아무리 많은 나이라 한들 죽고 싶은 맘은 어림 반푼 어치도 없으니 어쩌랴.

오늘 처음 영감이 앉혀놓은 밥솥단지를 불에 올려 끓이는데, 손녀딸 배웅 나갔던 영감이 급한 걸음으로 계단을 오르는 기척이 난다. 이미 밥이 끓어 넘치고 조리대 앞에 섰는 마누라를 발견하는 영감의 두 눈이 반짝 빛이 선다. 적지 않이 반가운 기색이다.

'이제 밥은 다 얻어먹었구먼.'했다가, 밥을 얻어먹을 세월이 아직 남았으니 그게 그리 반가운 것일까. 마침 아래층에서 며느리가 올라온다.
"어머니. 일어나셨어요? 아, 그럼 오늘부터는 식사하시고 전철역까지 걷자구요. 이제 운동도 하셔야지요."

"아버님이 왜 그렇게 기분이 좋은신가 했더니... 어머님이 일어나셨구나요."
"어제는 어머님이 저녁을 챙겨드렸다고 아버님이 엄청 기분이 엎 되셔서... 아버님이 그렇게 웃으시는 거 처음 뵈었어요. ㅎㅎㅎ. 오늘은 기념으로 커피도 한 잔 드릴께요. 엷게 타서 한 잔 드세요."

그녀는 영낛없는 젊은 날의 내 엄마를 닮았다. 그러자. 이젠 아이들이 이르는대로 따라야겠다. 이리저리 오가는 내 얄궂게 변해버린 고집과 아집을 버리고, 나는 이제 막 철이 드는 어린애같이 그녀가 이끄는 대로 조용히 따를 것이다. 아니, 이미 나는 그녀의 말 잘 듣는 늙은 딸이 되어 있다.세번 째 새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