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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희망이 된다는 것


BY 가을 단풍 2024-07-24

<3> 
  학교에 가기 위해 시내버스를 탔다.
아침 장날이었나 보다. 버스 안은 분비고 육 칠 십 대 어르신들이 근엄하게 앉아 계시다.
와! 
나는 장날 시내버스를 타면 기분이 좋다. 
그곳에서 나의 어린 시절 부모님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교직 생활에 농사일까지 하시는 아버지가 힘드신 생활을 하셨으며, 어머니 또한 그 유명한 공주 정안 밤 농사를 지으시느라 고생이 많았지만 그래도 그때는 아버지 어머니가 건강하셨던 시절이었다.
공주 장날 시내버스에서 어르신들을 통하여 우리 부모님의 가장 활기찬 시절을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날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버스에 오르면서 어르신들을 죽~ 훓터 보았다.
아 ~ 기분 좋아라.
 그때 누군가가 자기 옆자리가 비었으니 앉으라 했다.
가볍게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았는데 그분은 다리가 몹시 불편해 보였다.
옆에 지팡이가 있었는데 오래 짚은 흔적이 역 역 했다.
장애연금은 잘 받고 계신지... 누구와 살고 계신지....기타 등등 여쭈어 보았다.
장애연금은 등급을 못 받아서 혜택을 못 받고 있으며, 교통사고의 휴유증으로 점점 다리가 나빠지고 있다는 것이며, 결혼도 안 하고 혼자 살고 있다고 하셨다.
언 듯 보아서 나이를 가름 할 수가 없었다.
돌보는 사람이 없으니 당연히 받을 수 있는 장애 연금을 서류화 하지 못해서 혜택을 못 받고 계시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형외과에 가서 등급을 받아 장애 연금도 받고, 보건소에 가서 심리상담도 해보라고 말씀 드렸다.
그랬더니 그분이 평소에 내가 법복을 자주 입고 차에 오르는 모습을 보아 왔다는 것이었다.
그 후 얼마간 시간이 흘렀다.
비가 부슬 부슬 내리던 날 또 시내버스를 탔다.
저 뒤편 의자에서 나를 불렀다.
“여기 자리 있슈. 여기 앉어유, 왜 그렇게 안 보였대유.”

 “누군가에 희망이 된다는 것.”
그분이 말했다.
이쯤에 오면 버스를 타는 나를 보는 것이 기다려진다고 했다.
그것이 어느 날부터 삶에 희망이 되었다는 것이다.
나의 친절이 고마웠나 보다.
방학이 되어서 자주 볼 수 없게 되자 내가 다니는 “절”로 나를 찾아 오셨다.
에구 에구 ~ 내가 매일 절엘 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허탕을 치고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런데 요즘 그분이 보이지 않는다. 혹시 몸이 더 나빠져서 요양원에 들어갔는지.
아니면 몸져 누워있는지 알수가 없다.
국가의 혜택은 잘 받고 계신지 걱정이 되었다.
누군가의 희망이 된다는 것이 그리 즐거운 일은 아닌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