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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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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0번 시내버스에서


BY 가을단풍 2024-07-22

<2>
 오늘: 2024년 7월 18일 장마 비가 내리는 날 
제목: 640번 시내버스에서 
 너무 열심히 살았나 보다 대상포진이 생겼다.
아침 일찍 병원 진료 후 약을 받아 시내버스를 탔다. 
날씨가 궂어서 인지 버스 안은 한산했다. 몇몇 아주머니들이 장 보따리와 함께 여유롭게 대화를 하고 있었다. 늘 그러려니 하며 의자에 앉아 있는데 어느 아주머니 한 분이 깔끔하게 차려 입고 차에 오르고 있었다.
 
아주머니 왈,
“기사님, 이 차, 저 건너 가유?”
 
기사님께서는 “저 건너가 어디유?”
 
아주머니께서 또 한 말씀, “저 건너 차부 가느냐구요.?”
기사님이 대뜸 아주머니께 핀잔을 했다.
 
 “차부 이름을 대유!”
 
‘아 저 기사님 저렇게까지 핀잔을 할게 뭐야.’
나는 그분이 어느 곳에서 내리고 싶어 하는지 금방 알아들을 수 있었다.
기사님이 설마 그걸 모를까...?
운전대 잡고 일주일만 이곳에서 빵빵거리고 운전하면 금방 알수있을텐데...
이곳은 금강의 강줄기를 중심으로 해서 강남과 강북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그래서 금강의 남쪽을 강남이라고 지명하기도 하고 원도심이라고도 한다.
그리고 금강 줄기 반대편은 강북이라고 지명하기도 하고 강 건너라고도 한다.
그래서 그 아주머니의 목적지는 건너의 종합 터미널임이 분명하다.
그걸 뻔히 알고 있을 버스 운전 기사님이 핀잔을 주는 모습이 불쾌하게 들렸다.
마음속으로 운전기사 욕을 했다.
자기 일터에 시민의 눈과 귀와 입이 함께 열려 있다는 것을 모르는 모양이다.
 요즘은 대다수의 사람들은 승용차가 있어서 버스 탈 일이 드물다.
그렇기 때문에 어쩌다가 시내버스를 타는 사람은 서툴고 불편하고 겁이 나기도 한다.
더구나,오랜만에 시골 고향 집에 오기 위해 시내버스를 타는 사람은 더더욱 그렇다.
그런데 가끔씩 시내버스를 타면 운전 기사님들의  불친절이 불안이 더해지고 있다는 것을
목격하곤 한다.
마침 뒤에 앉아 계신 아주머니가 한 말씀 거드셨다.
 “그러지말구유 차부 이름을 대유.”
 기사님은 또 다시 버럭 소리를 질렀다.
나는 마음이 아주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내가 나서야 되는 건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그 아주머니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아이구 오랜만에 버스를 타서 잘 모르는디 .거기유, 저건너 차부 가문 된다니 께유..”
 
순간, 그 아주머니 말투가 차림새와 너무 달라 피식 웃음이 나왔다.
연세가 높고, 옷 차림새가 구질하고 촌스러우면 그저 그러려니 하련만 아주머니 용모가 말쑥하다 보니 말투의 어룰함에 조금 웃기기까지 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뒤쪽 똘똘이 아주머니가 한마디 거들었다.
“저 건너 차부가 어딘지 자세하게 말하셔유, 저기유 기사님, 종합터미널 얘기 하나 봅내유.”
“맞어유 맞어유,,,,하며 그 아주머니는 박수를 한번 치더니, 얌전히 양산을 접으면서 앞자리에 철석 앉았다.
차 안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와르륵 웃음을 터트렸다.
멀쑥해진 기사님도 따라 웃었다.
그 아주머니도 멋쩍게 웃으시며
”나 때문에 사람들이 다 웃내. 다들 웃으니께 좋내. 내가 재미있게 했나벼.”하는 것이었다.
와! 저 긍정의 언어 박수 짝짝짝 ......
멋지다. 아주머니 참 멋지구나. 갑자기 아주머니 품격이 확 ~ 올라가는 것이 느껴졌다.
기사님 때문에 불쾌 했을 수도 있고, 부끄러울 수도 있었으며, 사람들 많은 곳에서 봉변을 당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련만 사람들의 웃음소리에 함께 즐거워하는 모습이 너무 아름답게 느껴졌다.
 사람은 그렇다. 
똑같은 상황에서도 기분이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다.
그와 같이 이렇게 기분이 나쁠 수 있는 상황에서 긍정의 언어로 삶에 애환을 풀어 간다면 우리 인간이 살아가는데 얼마나 큰 활력소가 될까?
아주머니 대박!
엄지 손라각 높이 올려 손 도장을 꾹 찍어주고 싶다.
오늘 하루 살포시 웃음지으면서 640번 우리고장 시내버스의 무사안전 운행을 기원 한다. 
장마가 빨리 지나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