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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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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사는 손주를 매일 보고 살아요


BY 만석 2024-01-31


늙은이 나대는 꼴 못 봐주겠네 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아서,
빼꼼이 들여다보고 살짜기 열어보고 말없이 화면을 닫는다. 할 일 없는 늙은이 이리 저리 기웃거려도, 올라오는 글은 없고 하루가 지루하기만하다. 혹 세번다님 따님의 좋은 소식이 올라올까 싶어 목 길게 빼고 살펴보아도, 보이는 건 없고 하루 종일 기도만 곱씹으며 하루가 갔구먼.

허긴. 젊은 사람들이 나처럼 할일 없어서 이리 저리 기웃거려서야 쓰겠나. 그러니 비워있는 공간은 또 만석이 차지더란 말이지. 에~라. 모르겠다 나라도 채워야겠다 하고 자리 잡고 앉았지만, 우물 안 개구리로 안방과 주방만 오갔으니.... 그러니 할 얘기라고는 쥐어짜도 내 식구들 이야기 밖에 나올 게 없다는 말씀이야. 그렇다고 한 이야기 또 하고 들려 준 이야기만 또 할 수는 없지.

아, 그래야겠다. 오늘은 멀리 있는 내 막내아들 이야기나 해 보자. 사람들이 날더러 복이 많은 여자라고 한다. 다른 건 그 속을 어찌 알겠냐 만은, 딸도 둘이고 아들도 둘인 건, 보기에도 확실한 복이라고들 말하더군. 이건 나도 자랑을 하고 싶은 일이지만 뭐, 내 입으로 말하지 않아도 모두 알 일이지. 차례대로라면 큰딸 이야기부터 시작을 해야하지만, 오늘 막내아들과 썸싱이 좀 있었걸랑. 오늘은 손주 사진이 특별히 많이 날아왔으니....

내 막내아들은 43살이다. 그런데 자기는 자꾸만 40살이라고 우긴다. 허긴. 나이가 많다는 게 친구들 사이라면 형님 소리나 듣지, 이젠 그만큼 먹여 놓으니 나이 많은 게 자랑은 아니겠지. 일본에 거주하고 있으니 그들 셈법으로 그래, 만나이로 40이라고 해 주자.  187cm의 훤칠한 키에 다행히 꼴난 제 에미를 닮지 않고, 나보다 많이 봐 줄만한 영감을 꼭 빼 닮았다는 말씀이렸다.

SKY 대학을 졸업하고는, 그래도 제 욕심에 차지 않았던 모양이야. 에미에게 보태 달라지도 않고 높히 더 높히만 매달리더니, 이제 욕심에 찼는지 일본으로 방향을 잡았질 않았겠는가.
나는 아이들에게 훌륭한 사람이 되라고 닥달을 하지는 않았다. 사람의 욕심이란 끝이 없어서, 그 욕심을 다 채우려면 힘이 드는 길을 살아야 한다. 그 고된 길을 경험했었기에, 나는 그때나 지금이나 그렇게 고생스럽게 살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가정을 바로 세우고 아이들 기르는 일에 부족하지 않게, 중간으로 사는 게 진정한 행복이니까.
내 막내아들은 내 속을 다시 들어갔다가 나왔는지, 어쩌면 내 바램대로 그리  잘 살더라는 말이지. 든든한 직장을 가지고 그 나이에 일본의 도꾜에 제 집도 이미 마련을 했구먼. 아들도 둘을 두더니 이젠 딸도 키워보고 싶다고 셋째를 가졌겠다?! 에헤라 디야~. 자식 욕심도 제 에미를 닮았구려 ㅎ~.

그 예쁜 손주들을 매일 보지 못하는 게 속이 상한다고, 투정 아닌 투정을 두어 번 부렸지. 설이며 추석에 그리고 우리 내외의 생일에, 일본에서 오는 게 어디 그리 쉽겠는가. 비행기로 오가게 되니 비용도 적지 않겠고. 그런데 마일리지를 사용해서 다닌다나? 회사 일로 자주 한국을 드나들기 때문에 그게 충당이 된단다. 그러나 그보다 더 고마운 건 매일 보내주는 손주들의 동영상이다. 심심한 에미를 위해서 매일 그리 하기도 쉽지 않을 텐데 말이지. 고마운지고.

하루도 빠지지 않고 아이들을 동영상으로 찍어서 보낸다. 아이가 이제쯤 얼마나 자랐는지도, 무슨 장난을 하고 노는지도 나는 빠삭하다. 아, 간혹 사진을 못 받아보는 날이 있기는 하다. 회식이 있어서 술이 좀 과했던지, 그래서 늦은 퇴근이면 다음 날 회사에서 보낸다. 막내아들과의 썸싱이 바로 오늘 사진을 못 받았다는 게야. 내 방 한쪽 벽은 손주들 사진으로 도배를 해 놓아서, 심신찮은 구경거리가 된다 ㅎ~! 손주는 벌써 여자친구들한테 인기가 좋대요. 친구들 사이에서 대장노릇을 한다지요.

(형님이 공부를 하면 저도 따라서 제법 공부를 하는 척 ㅋ~! 생각만 해도 웃음이 번진다요 ㅎ~!
저 조그만 손가락 좀 보시오. 이 할매 웃음이 절로 나지 아니 하겠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