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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드님 내가 그리 일렀거늘


BY 만석 2024-01-17

아드님 내가 그리 일렀거늘
 
핸 폰이 운다. 1010출근을 한 큰아들이 이 시간에 내게 전화를 하는 일은 거의 없는데 말이지사무실이 확실할 터이니 간단하게 받아야 한다.
그래엄마다.” 
이따가 오후에 택배가 하나 갈 거예요받아 두세요.”
집이 비었어에미가 없어오냐알았다.”
허긴간혹 집이 비어서 택배나 우편물을 받아 두라는 부탁은 서너 번 있었지.
 
저녁에 퇴근을 한 큰아들이 올라오는 모양이다에미가 아래층에 내려가는 건 싫으면서도저희들은 내 현관의 도어락을 맘대로 누르고 들락거린다세상의 며느님들이 모두 그렇게 산다 하니 나도 그렇게 산다그렇다고 들어오지 말라고 하지는 않으니까도어락 번호판 두드리는 소리가 나니이건 아래층 식구 중에 누구겠다
누구니?”
아들요~.” 
큰아들이다무슨 일일꼬일 없이 올라오지는 않았을 테니 말이다.
 
그게 뭐야?”
어께에 울러메고 들어서는 박스가 무거워 보여서받으러 마주 나서니 손사례를 친다.
뭐여?” 
아들이 박스를 개봉하자 잘 생긴 압력밥솥이 나온다
“???”
아무래도 안 되겠어서요제일 싼 걸로 압력밥솥 하나 사 왔어요. 다른 기능 필요치 않죠?”
 
얘가 얘가안 사오기로 했잖니.”
애 과외비도 하나 보태지도 못하는데.... 밥솥은 그냥 전기밥솥이 더 좋다니깐.”
니네 요새 잘 버니이렇게 팡팡 써도 괜찮을 만큼 잘 버는 겨?”
이거 싼 거예요아무리 생각해도 안 되겠어서 아주 싼 것으로 샀어요두고 쓰세요.”
아들은 아주 싼 것이라는 데에 힘을 실으며 역설을 한다인터넷만 뒤지면 나도 알만한데.
아니압력밥솥보다 그냥 전기밥솥이 더 영양손실이 적다는데 이걸 왜 샀냐구~!” 
 
틀렸다. 50이 넘은 녀석이 어미가 그런다고솥을 물릴 것 같지도 않다는 말이지.
아들은 당장에 빨간 밥솥을 포장해서 윗층에다 올려놓는다
너희 필요한 거 있으면 교환해라나는 전기밥솥을 써야....” 해도 들으려고도 않는다묶었던 테이프와 속지를 정리하고 서둘러서 내려간다참 참 참친절도 지나치면 병이라 했겠다?! 아들아~. 네 마음만 받을 겨며칠 전 아이가 또 하나의 과외를 시작했는데과외비가 너무 비싸다던 소리를 들었는데이걸 어쩐다난감하네이럴 때, 이럴 때 나는 부자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