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19,934

다섯 시누이


BY 만석 2023-06-13


다섯 시누이의 부부와 동행해서, 시부모님을 모신 양주의 추모공원에 다녀왔습니다.
철 없는 나를 성숙한 여인으로 만든 그녀들입니다. 내가 결혼할 때 초등학생이던 막내시누이도 육십을 넘어 칠순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시어머니 재주 좋아 하나같이 곱게 쓰다듬으시던 얼굴은 다 어디로 가고, 검버섯 피고 허리 굽은 초로의 할머니로 반기더이다.  댕기머리 길게 땋아 가즈런하던 시누이는, 파마머리에 성성한 반백도 이제는 숨기기 힘이 든다고 꼴적은 내 모양을 따라 쫒아오더이다.

어느새 옆지기를 잃은 애뜻한 시누이도 있었고, 팔순을 눈 앞에 둔 허리 굽은 시누이도 있었구먼요. 그러나 만장같이 넓은 가슴을 가진 시누이는 없겠는지요.  댕기머리 땋아 늘어뜨렸던 시누이는 어느새 무릎이 고장이 났다면서도, 아직도 날 불러 새언니라며  내 손을 잡아  빈자리에 앉히더이다.

시집살이 되다고 투정하는 이 늦둥이 막내딸은, 밥 한 번 시켜보지도 않고 겁도 없이  다섯 시누이 사이에 밀어넣었느냐고 어미에게 발버둥을 쳤지요. 종가집이 다 뭐냐고 물어내라는 악다구니에, 배 불리 잘 먹고 살라고 땅부자란 소문에 허락했노라는 엄마도 울고 나도 울었더이다.

시누이는 단둘뿐이라고 손가락 접어보이며 속이던 중매쟁이 체면을 보아, 그래도 모자라는 척 주저 앉아 기를 쓰고 내 아이들 서럽게 만들지 않으려고 오 십년을 버텼구먼요. 이제 지나고보니 그 다섯 시누이도 그리 모질지도, 억새지도 못했더라는 말씀이지요.

이제는 그녀들이 하나같이 귀하기만 합니다. '옛날이야기로 그땐 그랬지.' 하고 웃어보입니다.
헤어지는 시간이 야속해서 두 손을 마주잡으니, 그녀의 눈에도 눈물이 그렁그렁.  내 맘도 따라 아팠지요.
"언니. 건강하세요." 합창소리에 마주앉은 낯선 얼굴들이 인심좋은 미소를 건네더이다.

                                                              6. 13.   시부모님을 모신 추모공원을 다녀와서.

등록
  • 그린플라워 2023-06-15
    저는 시누이 없는 집에 시집 갔어도 좋았던 적이 없었습니다. 시누이도 시누이 나름이잖아요. 만석님께서 잘하셨으니까 시누이들께서도 잘하셨을 거예요.
  • 만석2023-06-15
    @ 그린플라워
    그린플라워님.
    예. 맞습니다 맞고요.
    지금만 같으면 좀 더 어른스럽게 세련되게 살 수 있었을 텐데 싶어요. 가장 부딪치기 잘하고 내게 라이벌 의식을 많이 가졌던 시누이가, 일찌기 하늘나라로 가서 더 가슴이 아파요. 좀 더 잘 해 주지 못한 것이 지금도 맘에 짠합니다. 대체로 시누이들이 선한 사람들입니다. 잘 다둑이고 살지 못한 못난 만석이는 지금도 후회되는 일이 많습니다. 지금만 같으면 더 잘 좀 해 줄 것을...ㅜㅜ.
    댓글 고맙습니다^^
  • 행복한 사람 2023-06-14
    시누이가 많으면 부담부터 생기지요,,,만석님은 잘 하셨을꺼예요,,,
    저는 어머님 계시는 동안 잘하다가 이제는 저도 체력적으로 딸리고
    마음도 서서히 없어지고,,그래서 지금은 시누이 형님들과 그냥 저냥 일 있을때만 연락하고 지내고 있어요...제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데 몸과 마음이 따라주지 않아요,,,ㅠㅠ,,소나기가 오네요,,
    감기 조심하세요
  • 만석2023-06-14
    @ 행복한 사람
    행복한 사람님.
    저희 올케가 만석이 칭찬을 그렇게 했다네요. 올케가 시누이 칭찬하기가 쉽지 않잖아요. 그래서 올케의 친구가 중매를 섰다고 합니다. 세상에나~. 잘 거니리고 살 거라했다네요. 그래서 중매쟁이를 제가 많이 미워했습니다. 시댁이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어서 잘 풀어가며 살았습니다. 옛날에는 농사가 많으면 부자라했지요. 그래서 경제적으로 부담을 갖지 않으니 그나마 헤쳐나온 것 같습니다. 시누이들과는 그냥저냥 지낼 수 있다면 괜찮게 사신 겁니다 ㅎㅎㅎ. 성질 고약한 비가 한 줄기 퍼부을 것 같습니다. 환절기 감기가 독합니다. 조심하시고요.
    늘 댓글 주셔서 이젠 뭐 맡겨놓은 것 같이 님을 기다립니다.
    건강하세여~^^
  • 살구꽃 2023-06-14
    시누이 다섯 말만들어도 저는 고개가 흔들어지네요.ㅎ저는 시동생만 둘있다가 것도 하나 10년전에 죽고 시숙도 하나 있다 죽고 없고.남편과. 막내 시동생 이렇게 둘만 있네요. 아들만 4형제던 집인데..ㅠ명들이 짧아서들. 저는 시누인 없는게 낫다 여기는지라.ㅎ시엄니보다 시누이들이 더 얄밉게 굴고 한다 소리를 들어서요.물론 것도 사람 나름이지만요. 세상엔 못된 시누이만 있는건 아니니까요.ㅎ저도 착한 시누이로 살려 많이 노력했는데..때에따라 올케들이 친정에 못하면 그게 잘 안되더군요.ㅎ 그래서 한땐 오빠.올케들과 다툼도 하며 살았던때가 있었네요. 이젠 친정엄마 요양원가니 싸울일이 없어졌지만요...ㅠ
  • 만석2023-06-14
    @ 살구꽃
    지금 생각하면 꿈을 꾸었었지 싶어요.
    일 대 일로 마주 앉으면 그럴 수 없이 순한 양이지만 둘만 모이면 막강한 힘을 가지더군요. 그래도 말이 많은 사람들은 아니었지 싶어요. 시어머님이 교통정리를 잘하신 것 같아요. 지금은 친구같고 동생같아서 그들이 행복한 노후를 보내도록 기도하게 됩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리 못된 시누이들은 아니었다고 생각하게 되고 혹 서운했던 일들도 추억으로 묻어두게 되었지요.
    댓글 고맙습니다. 오늘도 해피하세요^^
  • 원더 2023-06-14
    가슴에 와 닿아 코끝이 찡합니다
    존경합니다.
    저는 시누이는 2명이고 시고모가 5영인데 고모님 두분이 생존해계시면서 저로선 힘들었답니다
    시어머니께서 일찍 돌아가시는 바람에 그 분들 자기 오빠라고 시아버지께 수시로 드나 들며 여기에 적기 어려운 피해를 입었답니다.우울증까지 왔고, 시부님 돌아가시니 안 오시더군요
  • 만석2023-06-14
    @ 원더
    원더님.
    안녕하세요. 우리 처음이지요? 자주 뵐 수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시고모도 시누이 못지 않다고들 하더라구요. 원더님도 힘든 시집살이 하셨던 듯. 이젠 다 이기고 났으니 좋은 세상만 맞으시기 바랍니다. 댓글 고맙습니다. 우리 자주 뵈요~^^
  • 세번다 2023-06-14
    시누이 다섯이라::종가집에
    에고
    그래도 잘 인내하셨죠
    그당시야 일하는 며느리라해도 며느리 도리는 제사등 큰일에는 많이 힘드셨겠어요
    저도 마찬가지입장이여서 일하는 전 당연히 가야하지만 일안하던 동서는 안하는 안와도 그만이었죠
    남편은: 시가만감 가방던지고 나가서 잘때나 들어오고 전: 혼자서 눈치보며 서툰일하고 애는 칭얼되는데 시어머님이 애울면 보라했지만 일손이 딸랑 저랑 시어머니뿐인데 어찌 그런가요
    전만 일곱여덟광주리를 붙었죠
    그때는오는손님들 다 싸주었으니까요

    나이든 이젠 인사가 건강하세요
    이리되네요
  • 만석2023-06-14
    @ 세번다
    세번다님.
    울타리 너머에 시작은댁이 있었는데 같은 식구로 식사도 모두 모여하고 그런데 거기도 사촌시누이가 넷이었고 도련님이 넷이더군요. 지금 다시 그 시집 살라고 하면 못할 것 같아요.
    시골 출신 남편들은 다 그랬나 봐요. 우리 영감도 그러더라구요. 비포장 도로로 시댁 다니느라고 아이를 셋이나 자연유산하고 네 번째 우리 큰딸 갖고 나았네요. 그래도 다음에는 아기 가지면 오지말라고 하지 않으시더라고요. 시부모님이 끔찍히도 사랑을 주셨기에 그 시댁을 살아냈습니다.
    참 옛날 이야기네요.
    댓글 고맙습니다^^
  • 토마토 2023-06-13
    저도 가끔 옛날생각하면 어찌 세월이 이리 흘렸을까 하고 의문이 들때가 있는데 만석님의 나이가 되면 또 어떤 느낌일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지나고 나서 그땐 그랬지라고 추억할 수 있어서 다행인것 같아요..
  • 만석2023-06-14
    @ 토마토
    토마토님.
    아득한 옛날이야기 같지요. 생각하면 다시 하고 싶지 않은 시집살이인데 그래도 새록새록 추억이라며 더듬어 본답니다.
    그래도 모두 모이면 대장 대우는 받았어요. 책임만 크고 힘든 고역이었지만... 아마 시댁 어른들이 이 글을 보시면 너는 그리 말할 수 없다고 하시겠지요. 종부가 무슨 큰 벼슬인양 ㅎㅎㅎ.
    고운꿈 꾸소서.
    댓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