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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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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시누이


BY 만석 2023-06-13


다섯 시누이의 부부와 동행해서, 시부모님을 모신 양주의 추모공원에 다녀왔습니다.
철 없는 나를 성숙한 여인으로 만든 그녀들입니다. 내가 결혼할 때 초등학생이던 막내시누이도 육십을 넘어 칠순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시어머니 재주 좋아 하나같이 곱게 쓰다듬으시던 얼굴은 다 어디로 가고, 검버섯 피고 허리 굽은 초로의 할머니로 반기더이다.  댕기머리 길게 땋아 가즈런하던 시누이는, 파마머리에 성성한 반백도 이제는 숨기기 힘이 든다고 꼴적은 내 모양을 따라 쫒아오더이다.

어느새 옆지기를 잃은 애뜻한 시누이도 있었고, 팔순을 눈 앞에 둔 허리 굽은 시누이도 있었구먼요. 그러나 만장같이 넓은 가슴을 가진 시누이는 없겠는지요.  댕기머리 땋아 늘어뜨렸던 시누이는 어느새 무릎이 고장이 났다면서도, 아직도 날 불러 새언니라며  내 손을 잡아  빈자리에 앉히더이다.

시집살이 되다고 투정하는 이 늦둥이 막내딸은, 밥 한 번 시켜보지도 않고 겁도 없이  다섯 시누이 사이에 밀어넣었느냐고 어미에게 발버둥을 쳤지요. 종가집이 다 뭐냐고 물어내라는 악다구니에, 배 불리 잘 먹고 살라고 땅부자란 소문에 허락했노라는 엄마도 울고 나도 울었더이다.

시누이는 단둘뿐이라고 손가락 접어보이며 속이던 중매쟁이 체면을 보아, 그래도 모자라는 척 주저 앉아 기를 쓰고 내 아이들 서럽게 만들지 않으려고 오 십년을 버텼구먼요. 이제 지나고보니 그 다섯 시누이도 그리 모질지도, 억새지도 못했더라는 말씀이지요.

이제는 그녀들이 하나같이 귀하기만 합니다. '옛날이야기로 그땐 그랬지.' 하고 웃어보입니다.
헤어지는 시간이 야속해서 두 손을 마주잡으니, 그녀의 눈에도 눈물이 그렁그렁.  내 맘도 따라 아팠지요.
"언니. 건강하세요." 합창소리에 마주앉은 낯선 얼굴들이 인심좋은 미소를 건네더이다.

                                                              6. 13.   시부모님을 모신 추모공원을 다녀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