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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체험


BY 귀부인 2022-11-24




병원 체험지난 5월의 일이다.  

회사에 있는 낮 시간에는 거의 연락을 하지 않는 남편이 전화를 했다. 화상회의를 하는데 갑자기 모니터 화면의 글자들이 희미해 지더니 앞이 보이지 않아 병원으로 가는 중이라고. 가슴이 철렁했다. 택시를 타고 병원으로 가는 짧은 시간 동안 별 생각이 다 들었다. 



암만에서 가장 좋다는 안과 병원에서 이것 저것 검사를 해 보았지만 눈쪽으로는 아무 이상이 없다고 했다. 순간 뇌졸증의 전조증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머리가 쭈뼛했다. 부랴부랴 Jordan Hosphital 응급실로 갔다. 응급실에 도착했을땐 다행이 남편의 시력이 돌아온 상태였다. 



의사에게 남편의 상황을 설명했지만, 겉으로 보기에 너무나 멀쩡해 보이는지 흘깃 

시선 한번  주더니 기다리라고 했다. 30여분을 기다렸지만 아무도 남편에게  관심을 주는 사람이 없었다. 리셉션의 간호사에게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지 답답해 하며 물어보았다. 어디론가 전화를 하더니 다시 기다리라는 말이 되돌아왔다.

 


30여분을 더 기다려 MRI를 찍을 수 있었다. 결과가 나오기까지 또 한 시간 넘게 기다려 겨우 의사를 만났다. MRI 상으로 별 문제가 없다고 했다. 그래도 불안하여 다시 한번 남편의 상황을 설명하며 뇌졸증의 전조 증상이 아닌가 물어 보았다. 사진상으로 별문제 없다는 대답만 되돌아 왔다.그러면서 혈액을 묽게 해주는 약을 처방해 주었다. 피검사도 없이.



한국으로 귀국해 여러 검사를 한 결과 뇌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코 쪽이 문제라고 했다. 종양이 있는데 다행이 암은 아니라고 했다. 진단은 8월에 받았으나 지난주에야 종양을 제거하는 수술을 할 수 있었다. 



서울의 Y 병원에  입원 하기 전 날, 남편이 어머니한테 전화를 했다. 서울로 올라 올때 수술 때문에  빨라야 2주 후에나 내려온다 말씀을 드렸지만 어머니는 전혀 기억을  못했다. 그사이 작은 아들이 어머니 돌보러 올 것이라는 것도 물론 기억을 하지 못했다. 언제 올거냐, 얼른 와라, 외로워 죽겠다, 너가 없으니 입맛도 없다며 펑펑 우셨다.  병증으로 인함임을 알면서도 맘이 불편했다. 하지만 치매를 앓지 않았다면 아들이 수술 하는데 얼마나 노심초사걱정되실까 생각하니 어머니가 기억을 하지 못하시는게 다행이다 싶기도 했다.



입원 전, 병원에서 2인실을 배정한다고 해 그런줄 알았다.  막상 병원에 도착하니 5인실 밖에 자리가 없다고 했다. 커튼이 쳐져 있어 어떤 사람들이 입원해 있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우리 자리로 가 커텐을 쳤다. 수술 전날이라 남편이 잠을 푹 잘 수 있길 바랬는데  5인실이라 걱정이 되었다. 아닌게 아니라 간호사들이 5명의 환자들한테 왔다갔다 하느라 병실이 어수선 했다. 그렇지만 11시가 넘으니 발걸음이 뜸 해지고 조용해 졌다. 딱딱한 보조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해 보았지만 잠이 오지 않아 이리뒤척 저리뒤척하다 12시가 넘어서야 막 잠이 드려는데 갑자기 탕!탕!탕! 침대 모서리를 치는 소리가 났다.



"아퍼! 아퍼! 답답해! 뺴!"

"어디가요? 가만 있어봐요. 이렇게?'"

뭘 하는지 부스럭 대는 소리가 들리고 잠시 조용해 지는가 싶더니 

"물 가져와! 와! , 왜 안 줘. 나 죽으라고 약 주지? 독약이야!"

도대체 맥락없는 이야기가 끊임없이 이어졌다. 조용한 밤중이라 환자의 목소리는 

고함처럼 들렸다. 간병인이 달래보려 애를 섰지만 소용이 없었다. 잠시 조용한가 

싶으면 또 소리 지르고....



미칠 지경이었다. '아, 제발 좀 조용하세욧!' 하는 소리가 목구멍까지 치밀어 올랐다. 남편을 비롯해 다른 4명의 환자와 보호자 그 누구 한 명 불평하지 않고 새벽 4시 까지 이어진 환자의 소동을  다 참아냈다.



날 밤을 센 후 세수를 하고 병실로 돌아오니 밤새 소란을 피우던 환자의 커튼이 열려 있었다.

까꿍! 할 뻔 했다.

어린 아이와 같이 천진 난만한 얼굴을 한 할아버지가, 아침을 먹기 위해 턱받이를 하고 두 손을 다소곳이 모으고 앉아 있었다. 간밤의 소동을 다 용서해 주고 싶을 만큼 할아버지의 얼굴은 맑고 고왔다. 미안했다. 오죽 아팠으면 그랬을까? 참기를 잘했다 싶었다.



오전 10시 쯤 수술실에 들어간 남편은 2시가 넘어서야 병실로 돌아왔다. 의사 선생님은 종양이 상당히 컸다고, 하지만 깨끗이 다 잘라냈다고 어깨를 으슥하며 말했다. 감사했다 핏기없는 얼굴에 얼음장처럼 차가워진 남편의 손 발을 주무르며  다시는 병원에 올 일 없게 건강하기를 기도했다.

 


퇴원 후 큰 후유증 없이 방과 소파를 왔다갔다 뒹굴거리는 남편이 밉지 않다. 

아프면 입맛도 없고 짜증도 부리고 할텐데 밥도 잘 먹고, 잔소리 하지 않아도 중간중간 운동도 잘하는 남편이 고맙다.



병이 나면 환자 본인이 아픈 건 물론이지만 돌보는 사람도 그에 못지 않게 많이 힘들다는 걸 이번 2박 3일간의 병원 체험으로 절실히 깨달았다. 나이가 들면 아플일만 남았다고들 하는데 건강 관리를 정말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선은 나를 위해서, 그리고 가족을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