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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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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잠


BY 박예천 2021-12-03


이어붙이기를 할 수 있다면 좋겠는데 눈앞이 말갛다.
아교풀로 붙이면 되려나. 
아침인가 싶어 시간을 보면 꼭 새벽 두시쯤이다. 
또 조각잠을 잤다.

어찌어찌 뒤척이다 출근준비 때문에 일어나 마당으로 나섰다.
동 트기전이라 아직 사방은 먹물 빛이다. 
하늘 중앙에 조각달이 떠있다. 
저 녀석도 밤잠을 설친 걸까. 
이집 저집 들여다보며 불면의 밤을 보냈을 누군가와 눈인사라도 주고받았는지
반짝 빛이 난다. 
너도 조각이구나. 
 
잠 한번 푹 자보는 게 소원인 적도 있었다. 
수면장애까지 겸한 아들로 인해 날밤을 새는 일이 다반사였기 때문이다. 
정작 아들은 떠나고 잠 잘 시간은 넉넉해졌는데
나는 밤마다 잠을 조각내고 있다. 
깜빡 졸 듯 잠깐씩 옅은 잠속으로 빠져들긴 하는데, 
그마저도 겉잠이다. 
잠이 오지 않을 땐 책이라도 읽으라고 누군가 말했었지.
눈앞이 침침하고 활자들이 제멋대로 일렁거려 그것조차 힘든 일이다. 
 
불면증으로 몇 해 고생하는 지인이 있다. 
주변에 많은 이들이 그녀를 만나면 여러 말들을 전해준다. 
낮잠은 피하고 버텨라, 어떤 차를 마시면 좋다더라, 마음을 편안하게 가져라 등등. 
걱정의 마음으로 전하는 내용들이 도움이 되지 않더라는 얘기다. 
한약을 먹어보고 급기야 정신과상담까지 받고 있으나 별반 효과가 없단다. 
때로는 상처가 되는 말로 인해 마음을 다친 적도 있다고 한다. 
뭔 걱정을 그리 많이 하느라 잠을 설치느냐고, 
다 내려놓고 살라며 당부하기도 한다는데
본인 몸인데도 맘대로 되지 않는 현실에 더 무너져 내린다고 울먹거리는 걸 들었다. 
위로삼아 나 역시 그들처럼 한마디를 보탰겠지.
 
밤마다 조각잠에 휘둘리다보니
그녀의 고통이 와 닿는다. 
 
조각달도 흘러흘러 보름으로 배를 불려가겠지. 
어느 날엔가는 나의 조각잠들도 모이다 보면 덩어리잠이 되려니 한다. 
푸석해진 안면 살갗을 쓸어보고 마른 입술 끝을 떼어내며 
나는 오늘도 잠을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