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십 년 전쯤의 일인 것 같다. 아니, 더 오래 전의 일인 것도 같다. 모 방송국의 여성을 위한 프로그램에서, 푸짐한 상품을 내 걸고 글을 공모했다. 김치냉장고, 청소기, 영양제 등... 내 욕심이 발동을 했다. 하고자 마음을 먹으면 반드시 하고야마는 성미인지라, 그날로 글쓰기를 마치고 방송국으로 글을 보냈다.
내 목표는 언제나 제일 높은 고지였다. 2등을 할망정 목표는 1등이었다. 그리고 그 야무진 꿈은 대체적으로 맞아 들어가곤 했다. 요번에도 내 바람대로 김치냉장고가 수상이 되었다.
서랍식 소형이었는데 디자인이 참 예뻤다. 결국 대형을 하나 더 구입을 하고 둘을 사용했다.
이렇게 내게는 큰 의미가 담긴 김치냉장고가 지난 봄부터 작동에 문제가 생겼다. 기사를 불러 A/S를 받으려 하니 제법 고가를 지불해야 했다. 겉으로 보아서는 아직 흠집도 하나 없는 새 것인데 버리기도 아까왔다. 코드를 뽑고 서랍장으로 물건을 넣어 두고 쓰기로 했다.
이사를 하고 보니 주방이 좀 좁았다. 소형냉장고를 없애기로 마음 먹었다. 그런데 그 수거 비용이 만만치를 않았다. 주민센터에 전화를 하고 인터넷을 뒤져서, '가전제품 무료수거'를 한다는 걸 알아냈다. 히히히. 나도 제법인 걸?!(자화자찬)
전화를 걸어서 4일 후로 수거 예약을 하고, 김치냉장고를 대문 밖으로 내어 놓았다. 그러고 보니 나도 아직 써 먹을만한 구석이 있네. 요런 것도 다 알아내고 말이야. 우리 나라가 구석구석 좋은 나라다. 10년이나 사용한 가전제품을 수거, 폐기까지 해 준다 하니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약속을 한 날 아침 10시. 대문 밖엘 나가 보니 벌써 김치냉장고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한 두 사람이 들어 올릴 무게가 아니라서, 수거팀을 위해서 음료수를 사다가 냉장고에 넣어 놓지를 않았는가. 수거팀에게, '고맙습니다.'고 인사 한 마디 건네지 못하고 그냥 보낸 꼴이 되었다.
우리 나라 참 좋은 나라여. 10년씩이나 넘게 사용한 가전체품도, 소리소문도 없이 치워 주네. 나도 무언가 일조를 하고 싶어졌다. 그래야 작은 고마움이라도 표하는 형색이 되지 않겠는가. 서로서로 돕는 나라. 오늘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루를 지낼 것 같아, 덩달아 기분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