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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감도 흥분하는 날이 있다


BY 만석 2020-08-22

영감도 흥분하는 날이 있다
 
때려때려한 방 쳐라~!”
안방이 시끄러워진 걸 보니손주 녀석이 타석에 선 모양이다컴 앞에 앉았던 나는 반사적으로 안방을 향해 내 달린다아니나 달라손주 녀석이 방망이를 높이 들고상대편의 투수를 날려 보낼 듯이 노려보고 섰다.
"딱~!"타석의 내 손주는 드디어 온 몸을 비틀어 방망이를 휘둘렀다.
 
넘어간~다넘어간~다. 에~이." 공은 포물선을 그리며 높이 그리고 멀리 시원스럽게 아취를 그린다.
날아가던 공이 속도를 급자기 줄이고, 야속하게도 펜스의 정 중앙을 맞고 다시 경기장으로 들어온다
“2루타. 2루타~. 5cm만 더 뻗었으면 홈런인데아깝다.”
영감은 분해서 못 견디겠다는 표정이다어지간해서는 흥분을 하지 않는 위인인데 말이다
 
저 선수가 187에 100kg이 넘는데힘도 좋고 걸음도 무척 빨라요.” 중계석의 해설자가 내 손주를 이렇게 소개할 때면 내 어깨도 따라서 으쓱거린다누구 손주인데그 녀석은 내 친정 둘째 오빠의 손주다몸도 좋은 녀석이 얼굴도 빼어나게 잘 생겼다.(내 자식이라면 이렇게 자랑 못하지사실을 말하자면내 자식은 더 높은 고지에 있는데도 입을 떼지 못하고 있다욕먹을라 싶어서.) 
 
뛰어뛰어스라이딩~!”
영감은 경기장에서 도루를 하는 손주에게알아들으라는 듯 소리를 친다상대 투수의 실투로 공이 캣쳐의 그로브를 지나 저만큼 굴러가자영감이 손을 돌리며 흥분을 한다. 2루에 있던 손주 녀석이 여유 있게 3루에 진입한다그 녀석은 아마 100m를 11초에 뛴다지?!
 
지금 스코어는 5 : 3. 손주 네 팀이 지고 있다뒷 타자가 보기 좋게 2루타만 때려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아니그냥 안타 하나만 쳐도 50%의 승산은 있지 않은가 말이다하하하이 손주가 출전하는 날이면우리 안방은 작은 야구장이 된다경기장엔 무관중(無觀衆)이지만 우리 안방엔 적어도아래층 식구들이 올라오는 날에는 5명의 열성 펜은 유지하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