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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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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아니 오는 밤에


BY 만석 2020-08-11

잠 아니 오는 밤에
 
옛말에, ‘막내딸 시집보내느니 차라리 내가 가고 만다.’는 말이 있더니, 내가 요즘 그꼴이다시집보낸 막내딸이 얼마나 안심찮았으면 그리 말을 했겠는가실수는 하지 않는지주눅이 들어 아는 것도 잊지 않았는지늦도록 어미 품에서 공부만 하다가밥도 한 번 앉혀 보지 않고 시집을 갔다. 낯도 설은 시댁에서 어찌 지내고 있는지 왜 아니 걱정스럽겠느냐는 말이지나이나 어리면 어려서 그렇다고나 치지.
 
그런데 막내딸이라는 게 어린나이 이거나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이거나시집을 보낸 친정어미의 마음에는 언제나 좌불안석(坐不安席)이기는 마찬가지다오랜만에 납신(?) 시어른들을 어찌 대접을 하고 있는지내놓으라하는 양반가의 사돈들이 아니신가어지간한 수발이 맘에 들성 싶지 않으리니그야말로 잠도 안 오는 밤이니 버선발로 내달아 영창으로라도 알아 보고지고.
 
결혼 4년차라면 이제쯤 몸에 익혔을 성도 싶지만그래도 어미는 오늘 저녁이 가히 편안치를 않다는 말씀이야. ‘생애 첫 내 집을 마련하고 이사를 앞둔 아들네가 궁금해서사돈 내외가 올라왔단다바깥사돈이 사업이 바빠서 늦은 저녁에야 나서서오늘 밤은 아들네 집에서 잠을 청하고 내일은 새집을 시찰하러 납신단다 딸아이가 공연한 선심이라 할 줄 알았더니 무척 반긴다.

 

내 집 살 때보다 더 좋다.”는 사돈내외는 그 길로 귀가 길로 오른다 하니딸은 내일 조반상만 준비하면 되는 것이다점심은 외식으로 대신하겠지잠 자리는 불편 없이 봐 드렸는지아침상은 어찌 준비를 했는지 도통 궁금하기 짝이 없다사돈 내외가 워낙 살가운 양반들이라, 혹여 딸아이의 실수가 있다 손 치더라도 아마 곱게 이르시겠지 싶기는 하구먼서두.
 
사실을 이야기하자면딸아이는 이제 제 어미를 가르칠 만큼 살림에 훤하긴 하다좀 과장을 하자 하면매사에 완벽주의자다아마 열흘 전부터 차근차근 준비를 했을 것이다반찬이며 후식까지도 완벽하게 장만을 했을 것이야돌아가는 길에 입맛 다시라고들려 보낼 주전부리까지 준비를 했을 걸견과류예쁘게 손질한 과일그러나 시댁의 법도가 각각이 다르니 왜 아니 걱정이겠는가
 
그러고 보니 그녀 나이가 벌써 마흔다섯이다그녀의 고고지성(呱呱之聲)을 들은 게 엊그제 같은데막내딸이 마흔다섯까지 되도록 내가 살았으니나도 조금 살았다고는 못하겠구먼그래도 어미는 매사가 근심이고 걱정이다막내가 엄마를 제일 많이 닮았다고 인사를 받으니부족한 어미는 모든 게 미안하기만 하다아이들은 말한다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로 걱정을 사서 하지 말라고.
 
그동안 나는 누구보다도 아이들에게 최고로 잘해줬다고 생각했다내 인생 다 바쳐 죽을동 살동 모르고 뒷바라지했으니까그러나 그것은, ‘최고로 잘해준 것이 아니라최선을 다한 것뿐이었음을 근자에 와서야 깨달았다내가 최고의 어미였더라면지금쯤 내 아이들은 더 나은 양질의 멋진 삶을 살고 있지 않을까미안하다아이들에게 참 많이 미안하다부족한 어미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