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아니 오는 밤에
옛말에, ‘막내딸 시집보내느니 차라리 내가 가고 만다.’는 말이 있더니, 내가 요즘 그꼴이다. 시집보낸 막내딸이 얼마나 안심찮았으면 그리 말을 했겠는가. 실수는 하지 않는지, 주눅이 들어 아는 것도 잊지 않았는지. 늦도록 어미 품에서 공부만 하다가, 밥도 한 번 앉혀 보지 않고 시집을 갔다. 낯도 설은 시댁에서 어찌 지내고 있는지 왜 아니 걱정스럽겠느냐는 말이지. 나이나 어리면 어려서 그렇다고나 치지.
그런데 막내딸이라는 게 어린나이 이거나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이거나, 시집을 보낸 친정어미의 마음에는 언제나 좌불안석(坐不安席)이기는 마찬가지다. 오랜만에 납신(?) 시어른들을 어찌 대접을 하고 있는지. 내놓으라하는 양반가의 사돈들이 아니신가. 어지간한 수발이 맘에 들성 싶지 않으리니, 그야말로 잠도 안 오는 밤이니 버선발로 내달아 영창으로라도 알아 보고지고.
결혼 4년차라면 이제쯤 몸에 익혔을 성도 싶지만, 그래도 어미는 오늘 저녁이 가히 편안치를 않다는 말씀이야. ‘생애 첫 내 집’을 마련하고 이사를 앞둔 아들네가 궁금해서, 사돈 내외가 올라왔단다. 바깥사돈이 사업이 바빠서 늦은 저녁에야 나서서, 오늘 밤은 아들네 집에서 잠을 청하고 내일은 새집을 시찰하러 납신단다. 딸아이가 공연한 선심이라 할 줄 알았더니 무척 반긴다.
“내 집 살 때보다 더 좋다.”는 사돈내외는 그 길로 귀가 길로 오른다 하니, 딸은 내일 조반상만 준비하면 되는 것이다. 점심은 외식으로 대신하겠지. 잠 자리는 불편 없이 봐 드렸는지, 아침상은 어찌 준비를 했는지 도통 궁금하기 짝이 없다. 사돈 내외가 워낙 살가운 양반들이라, 혹여 딸아이의 실수가 있다 손 치더라도 아마 곱게 이르시겠지 싶기는 하구먼서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