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키고 말았네
“어머님. 아가씨가 어머님 아버님 드시라고 사다 드렸나 본데, 드시지 않고 왜 이리 많이 보내셨어요. 다음엔 보내지 마시고 두고 드세요. 보내 주신 건 잘 먹겠습니다^^” 장문의 카톡이 며느님에게로부터 들어왔다. ‘들키고 말았네?!’ 굳이 숨기려고 한 건 아니지만, 며느님의 센스에 웃음이 절로 난다.
주말이면 막내딸 내외가 무거운 짐으로 두 손을 잔뜩 채우고는 대문을 들어선다. 그네들이 우리 집을 방문할 때면 빈손으로 오는 법은 없지. 늙은 부모의 주전부리 감을 들고 들어오곤 하지. 아이스크림, 빵, 과자, 제철 과일 등 등 등. 나는 이제쯤은 염치도 없이 때마다 반기곤 한다.
지난 주말에는 두 내외가, ‘통새우볶음밥’과 ‘곤드레나물밥’을 한 보따리씩 들고 들어와서 냉동실을 잔뜩 채워놓고 갔다. 어제 아침 딸아이와의 통화가 사단이었다.
“엄마. 통새우볶음밥이 나아요, 곤드레나물밥이 나아요?” 딸의 물음에 주저도 없이 둘 다 맛이 있더라 했으니.
내외는 손이 커서 일, 이인분이나 한 두 끼 분의 량을 들고 오는 법은 없다. 오늘도 통새우볶음밥 5인분과 곤드레나물밥 7인분으로 냉동실을 채워놓았구먼. 반찬이 마땅치 않을 때나, 입맛이 없을 때 그리고 밥을 하기 귀찮을 때 이용하라 한다. 참 좋은 세상이다.
냉동실의 볶음밥과 나물밥을 식탁 위에 꺼내 놓고 보니 그 량이 어마어마하다. 아래층 식구들이 생각난다. 내 예쁜 손녀딸은 통새우볶음밥에서 통새우 낙시질을 할 것이고, 고 예쁜 입술을 오물거리며 고개짓을 할 것이다. 보나마나 며느님은 토속적인 나물밥을 좋아할 것이고, 아들은 뭘 좋아할꼬.
나는 어느새 통새우볶음밥 3인분과 곤드레나물비빔밥 3인분을 들고, 아래층 대문 앞에 섰다. 며느님에게 전화를 했더니 피아노 소리가 멎고 손녀딸아이가 받는다. 에미가 바쁜가 보다.
“아가. 할머니다. 대문 좀 잠깐 열어라.”
이렇게 해서 아래층 대문엘 다녀왔더니, 금방 며느님에게서 다시 장문의 카톡이 날아온 것이다. 욕심껏 혼자 먹고 내 배만 부르면 뭘 하겠나. 그러니 아들 며느리 손주 먹이면 내 배가 더 부르다는 걸 그들이 알기나 하려나. <몽블랑> 빵을 잘 사다 주는 내 며느님도 이런 마음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