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점심 잡수셨어요?"
"아니. 아직."
"지금 올라가요. 보신탕 샀어요." 큰아들이다.
아니, 사무실에 있을 사람이 웬일이야? 코로나 때문에 직장에 무슨 일이 있는 겨? 코로나 때문에 영향 받을 군번이 아닌 것을 알지만, 잠시 소설을 썼다.
"오늘 출근 안 했어?"
"아, 오늘 하루 휴가 냈어요. 지금 대문 앞이예요."
아이를 앞세우고 내외가 무거운 손으로 들어선다.
"엄마는 탕 안 잡수시니까. 좋아하시는 복숭아 사 왔어요." 복숭아 한 상자가 제법 무거워 보인다.
짜-슥. 나이 오십이 불원한데 아직 '어머니'라 부르기가 어색하단다. 그저 '엄마'라 한다.
영감이 좋아하는 보신탕이 나는 냄새도 싫다. 복숭아가 크기도 하다.
"아가. 자장면 시켜 줄게. 먹고들 가라." 점심을 먹었다 한다. 늦잠을 자고 '아점'으로 외식을 하고 들어오는 모양이다. 그럴 때도 있갰지. 코로나로 쉬고 있던 스케이트 강습을 오늘부터 시작한단다. 아이가 신이 나서 나풀거리며 뛴다. 에구. 내 맘 같아서는 좀 더 자재했으면 좋으련만.
점심을 먹고 났는데 또 폰이 운다.
"엄마. 오늘 초복인데 점심에 뭐 드셨어요?" 막내딸이다. 이러구 저래서 보신탕과 복숭아로 호사했다고 자랑질을 했다.
"아이구 잘하셨네요. 오늘 복인데 저녁에 0서방(막내 사위)이 엄마한테 가서 저녁 먹제요."
"보신탕 저녁에 드실 것 있는데 뭘 또 돈을 쓰나."
"낼 잡숴요. 나 이사 가면 이제 잘 못 올 수도 있어요."
갈비탕에 밥까지 따라 올 테니, 더운데 아무 것도 하지 말랜다. 것도 좋으네. 오늘은 초복 덕분에 만석이가 호사하게 생겼다. 둘째 네는 아무 것도 없는 겨? 그렇겠지. 이따가 저녁에 동참을 할 것인지는 몰라도, 그렇지 못하더라도 거기는 맛벌이부부니 좀 봐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