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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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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머니즘에 대하여


BY 이루나 2020-01-29

  얼마 전 우연히 만난 분들과의 대화중에 신앙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인류의 신앙 중에 가장 오래된 토착 신앙인 샤머니즘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믿느냐 안 믿느냐의 개인적인 생각에 이르러서 나는 할 말이 많았다.
대략 30년 전인 어느 날 어머니가 나에게 종이뭉치를 주면서 우리 집 안방 장롱 맨 아래 서랍에 보관해 놓으라며 부적을 주셨다. 내가 화를 내자 무려 50만 원짜리라 고 하면서 오죽하면 이걸 했겠냐고 깊이 한숨을 쉬셨다. 나도 한숨이 나왔다.
  2010년 시내의 아파트에 사시던 어머니가 산 밑의 조양리로 집을 짓고 이사를 하셨다. 인가도 없는 외딴곳에 덩그러니 들어선 집의 위에 절이 하나 있었다. 주지인 아주머니가 어머니 집을 방문할 때마다 늘 함께 계셨다. 집 한 채에 절이 한채 딱 둘뿐이니 그러려니 했다. 어느 날은 신도들이 가져다준 쌀이 너무 많아서 가져왔다면서 떡을 해먹으라 가져다 주었다며 내게 자랑삼아 어머니가 내어 보이기도 했다. 그렇게 1년 가까이를 어머니 집에 들를 때마다 있던 주지 아주머니가 어느 날부턴가 보이지 않았다. 지나는 말로 절집에 아주머니는 이제 안 오는 거냐 묻자 얼버무리며 혼잣말로 딴청을 하시기에 그냥 무심히 지나쳤다.
  2014년 충북 음성에 있는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파묘를 하러 가느라 대 가족이 길을 나섰는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어머니가 하는 말이 새끼들 땜에 돈을 억수로 썼는데 어느 놈이 알아주겠냐 넋두리를 하신다. 연정사 주지 아주머니가 산 밑에 혼자 자기 무섭다며 출퇴근을 했는데 어느 날 어머니에게 하룻밤을 재워달라 하더란다. 그러마고 함께 자는데 갑자기 쉬익 쉬익 소리 들리지요? 하며 어머니에게 돌아가신 아버지를 거론하더란다. 다음날은 자기네 절에서 같이 자자고 하더니 아이고 아무래도 안되겠다고 돌아가신 분 길을 갈라줘야지 안 그러면 큰일 난다고 하며 150을 요구하더란다. 그다음엔 2대 독자인 아들을 거론하며 이러저러하니 해야 한다고 해서 또 얼마를 주었단다. 당시에 큰언니가 많이 아팠었다. 큰언니를 어떻게 해야지 안 그러면 올해를 못 넘긴다 해서 또 얼마를 주었단다. 자식들마다 돌아가며 우려먹고 나중엔 어이없게도 나를 보고 춘천에서 건드릴 수 없는 대단한 권력자와 셋째 딸이 바람이 나게 생겼는데 그걸 막는 액막이굿이라며 얼마라고 해서 또 주었다 한다. 대략 사백 이상의 돈을 갖다 바쳤단다. 너무나 황당하고 어이가 없었다. 그 아주머니가 반년 가까이를 매일 어머니 집을 놀러 가서 어머니와의 수다로 온갖 정보를 다 얻어들었고 그걸 이리저리 꿰어 맞추어서 자식들이 안 좋다며 협박 아닌 협박을 한 것에 어머니가 농락 당한 것이다. 얻어 낼 것을 다 얻어내고 발길을 끊은 것이다. 게다가 아버지 길을 갈라준다고 할 때는 음식 몇 가지를 차려놓고 어머니가 참석해서 보았는데 그다음부터는 돈만 주었지 참석조차 하지 못했으니 진짜로 음식을 해서 무얼 했는지조차도 보지 못했다고 하였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고소를 하고 싶었지만 이미 3년이 넘었고 산 밑에 인가도 없이 달랑 집 한 채인 어머니의 신변에도 안 좋을 것 같아서 그냥 넘겼다.
  믿는다는 것은 대체 무엇인가?
나약한 인간이 무엇인가에 기대고 의지하고 싶은 심리에 가짜 약을 약이라고 믿고 먹으면 통증이 사라지는 플라시보효과처럼 믿는 만큼 느끼는 감정일 것이다.
시어머니도 역시 무속 신앙을 가지고 있어서 이사를 하면 절대 사람이 먼저 들어가면 안 되고 쑥과 고춧가루, 소금을 넣은 솥단지가 먼저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하셔서 시키는 대로 다 했지만 94년도에 교통사고로 남편이 혼수상태가 되고 그 후에 뇌 수술을 했다. 시 어머니에게 어머니가 하란 데로 다 했는데 왜 사고가 났을까요? 하자 그러니까 안 죽었지 안 그랬으면 죽었을 거란다. 이 논리를 이길수가 있을까?
  내 어머니에게 물었다. 엄마가 아무것도 안 했으면 춘천의 절대 권력이 내 것이 될 수도 있었는데 참으로 아쉽네 했더니 내 덕분에 *서방과 이혼 안 한 줄 알린다.
그 논리도 절대 이길수가 없다. 나이 드신 분들이 살면서 하늘에 빌고, 달에도 빌고, 산에도 빌고, 나무에도 빌고, 돌에게도 바람에게도 빈다. 그것이 무속 신앙의 시작이었다. 그저 빌기만 한 것이 부족하다 느끼고 신과 가까운 사람이 나를 위해 자손을 위해 나 대신 빌어주길 바라는 마음을 이용해서 누군가는 돈을 요구한다.
무속 신앙이 많은 사람들에게 폐해를 입혀 왔지만 지금까지 존재할 수 있는 것도 결국은 자식 사랑이라는 미명하에 기꺼이 이용당해주는 어머니들이 있었고 자신을 믿지 못하는 나약한 사람들에게 불안한 암시로 마음을 흔드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내 안의 영과 육을 온전히 지배하는 사람만이 가장 완전한 나를 만날 수 있다.
혹시 신과 영접을 하면서 누군가의 삶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 있다면 누가 봐도 이해할 수 있는 순리적이고 자연스러운 방법으로 도움을 주어야 할 것이다. 누군가의 삶이 헝클어진다. 또는 죽는다. 이런 궤변 말고 진심으로 상대를 위로해 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 들 만이 신을 만날 수 있고 그들만이 신에게 부탁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