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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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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싱


BY 이루나 2019-12-05

며칠 전이었다.
집전화가 오기에 받았더니 “안녕하십니까? 고객님 한국통신입니다. 잠시 후 고객님의 전화가 해지될 예정이오니 계속 사용을 원하시면 0번을 눌러주세요.” 한다.
아침부터 무슨 소리야? 하며 누르려다가 아차차 이상했다. 한국통신이란 사명은 쓰지 않은지 오래됐는데 의심스러웠다. 얼른 끊고 KT에 전화를 했다. 방금 이런 전화가 왔는데 어디서 온 건지 확인을 하고 싶다. 했더니 잠시 후 안내원이 보이스 피 싱 전화였다고 확인해 주었다. 2002년까지 한국 통신이란 사명이 있었으니 귀에 익숙한 이름을 입에 올려서 잠깐 사람들을 혼란시켜서 교묘히 속이는 것이었다. 마침 얼마 전 집 전화가 먹통이어서 KT에 요청을 했더니 신호를 쏘아 보았는데 안 되니 직접 방문해서 선로를 점검해야 한다했었다. 집에서도 거의 휴대폰을 쓰다 보니 집 전화를 언제 사용 했는지 기억도 안 나고 언제부터 먹통이었는지 알 수도 없었다. 이틀 후에 기사가 와서 점검을 해준 일이 있어서 집전화가 끊긴다는 말에 나도 잠시 헷갈렸었다.
4 월 30일엔 이런 일도 있었다.
밤늦은 시간이었는데 Web 발신 G페이 385.000원 승인완료 라는 문자가 와서 깜짝 놀랐다. 자그마치 사십만 원 가까이 되는 액수가 내가 쓰지도 않았는데 승인이 되었다니 급한 마음에 하마터면 문의전화를 할 뻔했다. 자세히 살펴보니 070 으로 시작되는 번호였다. 내가 사용하는 두 개의 카드번호와는 상관없는 엉뚱한 번호였다. 아마도 그걸 누르는 순간 내 전화에 이상한 앱이 설치되거나 그들에게 낚여서 고생하는 일이 생길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며칠 전 인 11월7일에 Web 발신 E-BAY 냉장고 모델명 : S61S32 497.000원 승인완료 이런 문자가 또 왔다. 이번엔 070도 아니고 버젓이 일반 전화번호를 나열해 놓았다.
나이를 먹으면 머릿속 회전축도 느려지지만 만약 피 싱으로 인해 손해를 본다면 그걸 만회할 길도 없을 터 인데 나이 드신 분들을 상대로 이런 악질적인 짓거리들을 하는 사람들의 수법은 날로 교묘하고 지능적으로 진화를 한다. 늘 사용하는 비슷한 언어나 문자들을 나열해서 함정을 판다. 내가 잘 아는 지인의 동생은 몇 해 전에 아들이 유괴 되었다는 말에 속아 수천만 원을 날렸고 그의 여동생은 올해 롯데카드를 소지한 고객에게 은행보다 싼 저금리 대출을 해준다는 말에 속아서 카드번호를 불러주는 바람에 역시 이천만원을 사기 당했다. 유형이 너무 다양하고 광범위하다.
나이 드신 어른들에게는 경품에 당첨 되었다고 속여서 주소와 주민번호. 통장번호까지 요구해서 사기를 치는 바람에 어떤 할머니는 딸이 사준 냉장고를 안 받겠다고 해서 배달기사가 애를 먹었다는 황당한 이야기도 들었다.
최근에는 국가가 승인하고 국민들이 믿고 거래하는 은행에서도 피 싱을 했다.
얼마 전 우리은행. 국민은행. 하나은행이 합세해서 D LF라는 펀드를 판매 했는데 기관을 믿고 거래한 일반인들을 상대로 은행이 나서서 사기를 친 것 과 다름없었다.
이제는 무엇을 .어디를. 어떻게 믿고 살아야 하는지 진정 알 수가 없다. 독일이란 나라가 망하지 않는 한 절대 안전하다는 금융기관의 말을 믿고 투자한 사람들이 졸지에 원금의 80 ~ 90% 까지 날렸는데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면 이것은 당연히 사기다.
인터넷 게임 속 에서만 존재하던 가상화폐를 진짜처럼 착각해서 저 돈은 언제 주는 거냐? 물으면 가상이란 설명을 하며 호탕하게 웃고 즐겼었다. 그랬던 인터넷 속의 가상화폐가 어느 날 비트코인이란 이름을 달고 사람들 앞에 나타나 날마다 뉴스를 오르내렸다. 말 그대로 가상의 세계에서만 존재하던 화폐가 돈이란다. 돈은 땀 흘려 일하고 열심히 노력해서 생기는 줄 알았다. 그런데 기계를 잔뜩 늘어놓고 화면을 눈이 빠져라 쳐다보며 채굴을 한단다. 가상화폐를 모르는 현실의 나는 혼자 바보가 된 건 아닌가? 의아했다. 가상화폐의 거품이 사라진 탓일까? 뉴스에서도 사라졌다. 그렇게 사람들을 들썩대게 하고 흥분되게 하던 돈은 다 어디로 간 걸까? 가상처럼 사라졌다?
때때로 가상의 세계를 넘나들어야 하는 현실의 나는 대책 없이 피곤하다.
세상에 피 싱이 넘쳐나지만 나는 현실 세계에서 안녕과 평안을 누리면서 살고 싶다.
여러분들의 현실 세계는 어떠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