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덥지만 운동삼아 도서관을 찾았다.
한 발 걸음에 강렬한 햇빛이
두 발 걸음에 땀 한 방울이 얼굴에
세 발 걸음에 등쪽에도 땀이 송글거린다.
집에서 에어컨 켜놓고 책을 읽어도 되지만 그건 2%가 부족한 느낌이다.
우선 주위에 잡다한 것들이 집중에 방해가 되고,
덥다는 이유로 냉장고 문을 열거나 군것질 할 것을 찾으니 가급적 도서관을 찾는다.
기진맥진된 나의 얼굴을 가다듬고 아아(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하는데
주문받는 여성이 베트남쪽 여성인 거 같은데 참신하고 우리말은 조금 어눌하다.
목소리가 예뻐서 "목소리가 예쁘시네요!"하면서 인사를 하니 조금 수줍어 하면서
활짝 웃는다. 그러면서 "아니예요.." 하는데 아니예요라는 말은 우리가 종종 고맙지만
겸손을 나타낼 때 사용하는 말인데 이분께서도 이말의 뜻을 알고 사용하는 건가?
그정도면 한국을 좀 아는 여성인데 말이죠...ㅎ
번호표를 보니 '77' 무심코 본 숫자지만 7이 겹져있으니 더블럭키인가?
도서관엔 벌써 만석이었다.
위층으로 올라가 봐도 거의 자리가 없어서 돌아서려는데
내 레이더에 잡힌 자리 하나.
오! 럭키세븐의 에너지!ㅋㅋ
우연의 일치겠지만 감정이란게 이런게 아닌가 싶다.
좋은 감정을 유지하다보면 좋은 일이 생기는 거라고 혼자 생각하며 굳이 무슨 법칙은
운운하고 싶지 않다.
고전을 읽었다.
오래된 '고도를 기다리며'라는 책은 사무엘 베케트의 작품으로 노벨문학상 수상작이기도 하지만,
연극으로 무대에도 많이 올라갔기에 많은사람들이 잘 아는 책이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고도가 무엇인가? 의견이 많다.
고도가 무엇을 상징하는지, 기다림이란 어떤 기다림인지...
대화체로 된 얇은 책이 많은 여운을 남긴다.
더워서 마트에 안 가고 싶었지만 주말이니 잠깐 들리기로 했다.
도서관쪽과는 반대라 아스팔트 열기가 장난이 아니라 저절로 헉헉거리며 걷게 된다.
수박도 하나는 크니 반통으로 잘 관리된 수박을 사고,
아버님이 좋아하시는 막걸리도 두 병, 시원한 물냉면도 하나, 계란도 작은 걸로 한 판,
뼈에 좋은 우유, 멸치도 사니 어느새 카트에 그득하다.
계산하려니 쿠폰도 숨어있어서 알차게 사용하고 기분좋게 배달을 부탁했다.
이젠 걷는게 걷는게 아니다. 선글을 끼어도 양산을 써도 얼굴은 땀범벅이다.
마침 아이스크림편의점이 보여 처음으로 아이스 '설레임'을 샀다.
작년에 먹어보고 올해는 처음이지.
3개만 사려다가 5개를 샀다. 아이들처럼 나도 쪽쪽 빨아 먹어보았다.
달콤하면서 시원한 맛이 목줄기를 타고 넘어가니 잠깐이지만 더위가 멀어진다.
경비실을 지나오는데 경비실 문이 열려 있어 아저씨께 두 개 드렸다.
별거 아닌데 넘 감사하다고 하시니 내가 송구스럽네.
에어컨도 없이 선풍기 바람에 얼마나 더우실까?
경비실 아저씨들도 자주 바뀌는 걸 보면 모든 직업이 쉬운게 없고
오래할 수 있는게 많지 않나보다.
입추도 지났으니 이젠 서서히 가을이 다가올텐데 아직은, 바깥은 여름이다.
그래도 마음이라도 가을맞이를 하면 좀 시원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