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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교 문학기행 ( 길을 묻고 나를 찾고 )


BY 이루나 2019-07-07

벌교의 조정래 문학관을 거쳐 여수에 도착했다.
역사의 아픔을 그려낸
태백산맥의 묵직한 이야기에 힘들어 하던 나의 마음은
여수 밤바다의 환상적인 아름다움에 반해 금세 치유되고 편안해 졌다.


다음날의 일정은 향일 암 이었다. 
바다를 내려다 보며 아득히 자리한 곳 향일 암에  오르면서 내게 덕지덕지
묻어있는 고뇌를 털어 버리고 싶었다. 얼마전 평소에 말이 없던 동생의
입에서 위로라고 나온말이 " 사람에게는 견딜수 있는 양만큼 준다는데 누
나가 큰사람 인게야" 하던 말이 생각났다. 큰 사람은 스님들인데 하며 혼자
웃었다. 입구부터 가파른 길을 오르면서 저 아래 평지에 드 넓은 땅을 버려
두고 이렇게 힘들게 올라야만 닿을수 있는곳에 암자를 지은 그 분은 누구
였을까? 힘든 고행으로 무엇을 얻고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남기셨을까?
편히 들고 날수있는 평지를 마다하고 굳이 힘들게 올라야만 얻을 수 있는
깨달음은 무엇을 의미 하는 것일까? 마음으로 묻고 또 물었다. 향일 암 의
초입에서 위로 차곡히 자리한 돌계단을 까마득히 바라보면서 한계단 또
한계단 밟아 오르며 길을 묻고 나를 찾는 나만의 시간이 시작되었다.

향일 암으로 오르는 길에 세분의 스님이 계시는데 연로하지도 않고 그렇
다고 어리지도 않은 세분의 스님께서 돌계단에 앉아 눈감고 귀 막고 입
고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하며 웃으신다. 귀한 가르침을 소중히 받고 아름
다운 해안과 어우러진 길을 오르는데 이번엔 좁고 어두운 길이다. 인생길
가다보면 때로는 앞이 보이지 않는 캄캄한 어둠속에서 헤 메이기도 한다.
발끝에 힘을 주고 마음에도 힘을 주고 천천히 서두르지 않고 길을 찾아 가
다보면 앞이 보이고 햇살이 비친다. 그렇게 살다보면 그렇게 가다보면
내가 찾고자 했던 것이 보이고 내가 가고자 했던 곳이 나올 것이다.
 
향일 암 정상에서 원효스님의 좌선 대 라 쓰여 진 바위를 내려다보았다.
끝없는 망망대해를 바라보면서 참선을 한다면 나를 비우고 나를 버리고
나를 채울 수 있을까? 바다는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게 하면서 한편으론
심연의 슬픔을 끌어 올린다. 표면은 잔잔하게 미동도 없는데 바다 속 깊
은 곳에서는 생. . . 사 가 끊임없이 거듭될 것이다. 바다 속도 또 그
바깥도 그렇게 반복되어진 것이 세월이 되고 역사가 되고 그렇게 수없이
거듭되는 시간 속에서 나는 그저 스쳐가는 한 점에 불과하다. 하늘을 향
두 팔 벌리고 목 놓아 소리 쳐도 겨우 몇 사람이나 들을 수 있을까?
그런 나약한 존재가 나이다. 우리 모두는 날마다 조금씩 소모되면서 살아
간다. 내안의 모든 것이 소진되고 마지막 한줌으로 남았을 때 나는 무엇이
가장 후회스러울까? 무엇이 가장 안타까울까? 생각해 보았다. 나를 위했
던 적도 나를 사랑한 적도 없었다. 이곳 아름다운 경치를 보면서 자기애가
생겨나는 것은 좀 더 많은 아름다움을 보고 느끼고 싶다는 욕구의 발동일
것이다. 일 암을 내려가면 구석에 팽개쳐 두었던 나를 꺼내어 반짝반짝
빛나게 닦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