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술을 입에 댄 것은 고등학교 3학년 때다
친구들과 같이 캠핑을 갔다가 음료수에 소주를 타서 마셔보곤 도대체 이 맛없는 생경한
느낌을 주는 술을 왜먹는 건지 이해를 할 수 없다고 광분을 토했던 경험이 있다
그런데 지금은
그 생경한 맛없는 술을 생애 절친으로 사귀고 있다
술맛에 취하면
일단 자신감과 대책없는 객기가 우울한 현실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한다는 사실 때문에도
즐긴다
어른이 되면서 스스럼없어진거 중에 하나가 혼술이다
" 한잔하고 싶은데 같이 마셔줄 뉘 하나 없네 !!! "
이런날은 대충 포장마차를 즐긴다
통통불은 우동면발에 멸치육수를 낸 국물을 한 숟가락 떠먹으면서 마시는
술한잔은 적당히 나사가 풀어지는 느낌이 들고 새삼 내일은 괜찮을 것 같은 착각마저 든다
별로 달리 바꿔질일이 없는데도 말이다
간혹
혼자 마시는 술이 어쩐지 청승떠는 것처럼 느껴질때도 있지만
퇴근 후
술한잔 하고 싶은 날은
세삼 누누히 따지지도 않고 묻지도 않고 들기만 하는 생애절친과 함께
스트레스를 풀러간다
혼술의 느낌은 새삼 세상이 어처구니없이 긍정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런 느낌을 느끼고 싶은날이기도 하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