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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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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버리며 사는 남편


BY 자화상 2018-04-14

점심 후 남편은 또 빈 꿀병 하나 들고 히~ 웃으며 나갔다.

딸이 시집가고 난 후 부터다.

벌써 6개월이 되었다.

기다렸다는 듯.

딸의 물건들이 빠져 나가던 날

딸의 방을 차지하고 자신의 방을 꾸미기 시작한 남편.

​일주일마다 친정 방문 오는 딸에게 이것도 니거다.

이거는 안가져가냐?

몇 번은 잘 챙겨가던 딸이 나중에는 ​

​아빠 다음에 한꺼번에 가져 갈께요 했다.

그러다 지난 달에 골라골라 자동차에 가득 실려 보냈다.

이젠 딸 방에는 아니 남편의 방에는 딸의 물건이 없다.

남편은 신이 났다.

방을 꾸미면서 매일 바빴다.

노트북과 티비까지 연결하고 있는 취미 다 살려내었다.

하다하다 벽에 전국지도까지 붙여 놓았다.

아늑하게 보이도록 방 유리창에 무늬 한지까지 발랐다.

아주 신방을 꾸몄다.

형광등까지 바꿀 필요가 있었을까? 

자기 방 이라며 그 방에서는 과자 부스러기 날린다고 

조심스러워 한다. 

기가 막힌다. 

딸은 자기 방이 없어져 오면 나랑 같이 자고 간다. ​

남편은 다음 타겟을 안방 거실 작은방 차례로 손을대었다.

오래된 물건 유행 지난 물건 

내다 버리기 시작했다. 

누렇게 변한 30년 묵은 소설책들까지 버리려고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나는 매일 눈 크게 뜨고 지키고 있다.

오래 된 주방 그릇들까지 내다 버리기 시작해서 소리 지르며 사수하고 있다.

아예 나도 갖다 버려주라고.

어제는 안방 유리창을 아늑하게 보이게 해준다며

예쁜 썬팅지를 세심하게 바르고 자랑스러워 하는 것이다.

에휴~

자기가 여자가 되어가는 느낌이라나.

나보다 더 라디오팟 애청자가 되어버린 ​남편은

아는척을 위한 정리노트를 들으며 들어 오더니 또 거실에 신문 펴 놓고

20년 된 벽걸이 선풍기 세개나 떼다가 분해하고 있다.

버려야 된다고.​

쌩쌩 돌지는 않지만 그런대로 올 여름까지는 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새거 사려면 돈 들게 생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