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후 남편은 또 빈 꿀병 하나 들고 히~ 웃으며 나갔다.
딸이 시집가고 난 후 부터다.
벌써 6개월이 되었다.
기다렸다는 듯.
딸의 물건들이 빠져 나가던 날
딸의 방을 차지하고 자신의 방을 꾸미기 시작한 남편.
일주일마다 친정 방문 오는 딸에게 이것도 니거다.
이거는 안가져가냐?
몇 번은 잘 챙겨가던 딸이 나중에는
아빠 다음에 한꺼번에 가져 갈께요 했다.
그러다 지난 달에 골라골라 자동차에 가득 실려 보냈다.
이젠 딸 방에는 아니 남편의 방에는 딸의 물건이 없다.
남편은 신이 났다.
방을 꾸미면서 매일 바빴다.
노트북과 티비까지 연결하고 있는 취미 다 살려내었다.
하다하다 벽에 전국지도까지 붙여 놓았다.
아늑하게 보이도록 방 유리창에 무늬 한지까지 발랐다.
아주 신방을 꾸몄다.
형광등까지 바꿀 필요가 있었을까?
자기 방 이라며 그 방에서는 과자 부스러기 날린다고
조심스러워 한다.
기가 막힌다.
딸은 자기 방이 없어져 오면 나랑 같이 자고 간다.
남편은 다음 타겟을 안방 거실 작은방 차례로 손을대었다.
오래된 물건 유행 지난 물건
내다 버리기 시작했다.
누렇게 변한 30년 묵은 소설책들까지 버리려고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나는 매일 눈 크게 뜨고 지키고 있다.
오래 된 주방 그릇들까지 내다 버리기 시작해서 소리 지르며 사수하고 있다.
아예 나도 갖다 버려주라고.
어제는 안방 유리창을 아늑하게 보이게 해준다며
예쁜 썬팅지를 세심하게 바르고 자랑스러워 하는 것이다.
에휴~
자기가 여자가 되어가는 느낌이라나.
나보다 더 라디오팟 애청자가 되어버린 남편은
아는척을 위한 정리노트를 들으며 들어 오더니 또 거실에 신문 펴 놓고
20년 된 벽걸이 선풍기 세개나 떼다가 분해하고 있다.
버려야 된다고.
쌩쌩 돌지는 않지만 그런대로 올 여름까지는 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새거 사려면 돈 들게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