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쯤이었다. 지인 내외와 함께 등산을 하던 중 지인의 남편이 땅에 떨어진
오디를 주워다 주며 자신의 부인과 나에게 먹기를 권했다. 웃으면서" 안 먹을래요"
했더니 왜 그러느냐 묻는다. "예전에 우리 어릴 땐 이런 거 그냥 먹었지만 지금은
이런 거 못 먹지요". 했더니 이유를 묻는다. 우리 어릴 땐 황사도 없었는데 이젠
황사는 물론이고 미세먼지까지 둥둥 떠다니는 세상에 땅에 떨어진 것을 어떻게
먹어요. 했더니 "그런가" 한다. 잠시 망설이더니 그래도 먹으란다. 하는 수 없이
받아 입에 넣으니 역시나 바작 흙이 잡힌다. 얼른 뱉어내니 " 옛날엔 이런 거 다
주워 먹었는데 "하며 가면 적게 웃었다. 깊숙한 산에 들어가 사는 사람들의 일상을
보여주는 자연인 이란 프로를 가끔 시청한다. 그곳에 거주하는 사람과 출연진이
함께 산을 오르다가 열매나 약초 등을 채취해서 즉석에서 먹는 걸 보면 아무리
오지라도 저러면 안 되는데 하면서 걱정을 한다. 식품 전문가들이 각종 야채와
과일들을 햇볕에 말려 먹으면 광합성을 일으켜서 몸에 좋은 성분이 형성된다고
이야기를 한다. 아무리 좋은 성분이 생기면 뭣하랴 미세먼지를 함께 먹을 순
없으니 햇볕을 포기하고 식품건조기에 차곡차곡 넣고 전기로 말릴 수밖에 없다.
90년 초에 봄만 되면 불청객처럼 찾아온 황사가 우리를 괴롭혔다.
중국과 몽골의 사막지대에서 발생해서 바람에 의해 하늘 높이 올라 대기 중에 떠
있다가 서서히 이동하면서 편서풍을 타고 우리나라로 와서 떨어지는 모래먼지
라고 했다. 규소.마그네슘. 알루미늄.칼륨. 철 등의 산화 물질이 포함되어 있어
해롭다고 한다. 여름과 가을에는 비도 오고 식물의 뿌리들이 모래를 붙잡고 있지만
봄에는 겨우내 얼어있던 건조한 토양이 녹으면서 작은 모래 알갱이가 바람을 타고
온다니 자연적인 현상이고 무려 1억 5000만 헥타르에 달하는 사막을 어찌할 수
없으니 그저 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미세먼지가 심하다고 자꾸 거론이 되더니 머리카락의
20분의 1 정도의 초 미세먼지가 급기야 1급 발암물질로 규정되었다.
지름 2.5마이크로 미터란 것 이 얼마만큼의 작은 알갱이 인지 가늠도 안되지만
이것이 호흡기를 통해 폐포에 도달하고 혈액을 통해 신체의 전신을 돌아다닐
수 있다고 마스크를 쓰라 한다. 이 물질은 석탄이나 석유등의 화석연료를 태울
때 만들어지고 공장을 가동하거나 자동차를 운행할 때도 만들어진다 하니
사람들이 일상생활을 하면서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일상생활에 꼭 필요해서
만들어 낸 것에 사람들이 역습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황사가 자연적인 것이라면 미세먼지는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니 사람들이
대책도 만들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게 간단해 보이지가 않는다.전문가들이 많은
대책을 연구하고 정치인들은 다투어 미세먼지 공약을 발표 하지만 좋아지긴
커녕 날로 더 심해지는것을 느낀다. 숨을 쉬는것은 인간이 하는 생명연장의
가장 기초인데 이것이 힘들다는건 매우 염려 스러운 일이다.
마음이 답답할 때 바람을 쏘이러 나가고 어린아이가 햇살 좋은 날 아장아장
산책을 나가고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봄바람 맞으며 꽃놀이 나가고 젊은이들이
맑은 하늘을 보며 밝은 미래를 상상한다. 가을이 오면 부지런한 주부들이 고추
부각이나 무말랭이 또는 호박고지를 널어놓고 살랑이는 바람에 머리를 쓸어
올리며 흐뭇하게 웃는다.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지는 햇살에 감사하면서 긴
호흡으로 온몸에 바람을 맞아보고 싶은 것이 나만의 소망은 아닐 것이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때 열어놓은 장독대에 뚜껑을 덮으며 햇볕 아래 널어
두었던 빨래를 탈탈 털며 석양을 오래도록 바라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