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거문도를 오셨던 분들이시라면 이 골목을 기억하실거에요.
중간에 하늘색 간판이 '거문도 수퍼'입니다. 수퍼형님 기억하시나요?
그분과 저는 명칭을 이렇게 하기로 했습니다. 형! 왕눈아!
거금(?)100만원에 30만원의 월세를 내기로 하고 얻은 이 가게는 전에
식당을 하는 주인이 어찌나 깔끔하게 장사를 했는지 청소를 이틀밖에(?)안했습니다.
아...물론 비도 샙니다. 근데 주인은 알아서 고치고 살으랍니다.
'거문도 법'이랍니다. 우짜겠습니다. 로마에 왔으니 '로마법'을 따라야지요.
친구가 지붕에 올라가서 임시방편을 했음에도 여전히 비는..벽을 타고 잘 흐릅니다.
일단 섬에서는 물자가 무척 귀합니다. 이곳에 들여놓은 탁자며 의자
업소용 냉장고는 유림에 통일교쪽에서 짓는 호텔에 밥을 대주던 '함바집'이
철수하면서 내어놓은 중고들을 왕창 샀습니다. 일단 눈에 띄면 사야합니다.
맘에 들고 안들고는 아무 상관없습니다. 탁자...완존히 구내식당용이라
어찌나 맘에 안드는지.,.사실 저는 할 수만 있다면 평상을 쫙 깔고 싶었거든요.
근데..거의 불가능한 일입니다. 물자가 없어요.
여수에서 배달을 시키면 엄청 비싸거든요.
방도 한칸 있고 앉은뱅이 탁자 두개를 놓아두었습니다.
전기보일러가 있어서 혹시 문동가족분들 오심..민박집으로 활용할 예정입니다.
옆에 화장실과 간단한 샤워정도는 할 수 있는 공간도 있습니다.
저 부채는 인사동에 있는 동상이 누나의 갑작스런 섬살이에 놀란 가슴을
부여잡고 주막이라니 제법 어울릴만할 것 같아 영문도 모른 채
내려보낸 소품입니다.
한작가에게 멋진 차림표하나 부탁했더니 자신의 글씨체는 좋지 않다고
극구 사양하시는 바람에..거기에다 거문도를 아무리 뒤져봐도 붓펜하나를
구하지 못해 제가 유성매직펜으로 급조한 차림표입니다.
혹시 기가막히게 메뉴판 하나 제대로 만들어서 보내주실 분 없으실라나..
마담님..기다리는 자님...재능 이럴때 써보심이 어떠하신지요.
해물파전 15,000
모듬전 18,000
녹두빈대떡 15,000
김치전 5,000
찹쌀막걸리 8,000
여수막걸리 3,000
소주 3,000
맥주 3,000
음료수 1,000
뭐 대충 이정도로 구성해보았습니다.
제가 담근 막걸리는 의견이 딱 두개로 나뉩니다.
제법 예전 막걸리를 드셔보셨다는 분들은 맛있다고 하시고..
요즘 시중에서 파는 막걸리에 익숙했던 분들은 이상하다 하시고..
당연히 그럴겁니다. 저는 감미료를 타지 않았으니까요.
섬..거문도에서 무서운 것: 파리(온세상 파리가 저희 가게에서 계모임을 하고 있습니다.)
모기(제가 피부가 좋은 편이라 서울에서는 한 두방 물려도 침만 바르면
OK였는데...어찌나 단단하게 뭉치고 풀리지 않는데다 가렵고 아프고
결국 여수 나가는 길에 피부과 가서 약먹고 주사맞고...무섭습니다.)
배 끊기는 것: 뭍과의 소통이 단절된다는 의미가 상당히 큽니다. 일단
식품부터 물자가 공급이 안되니 쫓기는 맘이 든다고 할까요.
태양: 태양을 피하고 싶어서..아무리 애를 써봐도..한달새 10년 후딱
늙고 싶으시면 이곳이 딱입니다. 저기 프랑스나 영국애들은
이곳이 천국일텐데...몸 지지는데..
바람: 태풍이 올라오고 있잖아요. 일단 모든게 올스톱입니다.
다들 집에서 문 걸어잠그고 뭔일을 할지는 잘 모르지만..
가게들도 다 문을 닫는 답니다. 저는 은근히...아이고 잘되었다.
오픈준비때문에 못읽은 책이나 읽고 좀 쉬었으면 싶습니다.
제일 첫손님: 22일 오후 4히 50분경에 수퍼형님과 한창훈작가가 첫 테이프를 끊어주셨습니다. 짝!짝!
메뉴: 모듬전과 막걸리....제가 담근 막걸리는 서비스!
멋진 두분께서 개시를 해주셨으니 대박날겁니다.
간판이 문제인데...아쉬운데로 청사초롱을 좀 구하고 싶은데..
어디에서 구입해야할지 모르겠네요.
제대로 호롱불 들어간 酒 자가 씌여진 거는 간판을 달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궁리중입니다.
아이디어나 구입처 아시는 분들..좀 부탁드릴게요.
*섬에 들어와 처음에 잠깐 주막을 했더랬습니다. 불과 6개월만에 문을 닫았지만. 그래도 처음부터 쓰기 시작한 글이라
올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