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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에서 살아볼까]거문도 공화국


BY 왕눈이 2017-11-27

  -서울은 엄청 덥다는데 밤새 비가오고 추웠습니다. 오늘 새벽의 모습입니다.-

 

 

 

아주 오래전에는 10시간 이상 배를 타야 뭍에 갈 수 있었다는 이 섬은

서울 동쪽에서 서쪽으로 가는 2시간 정도면 여수에 닿는 거리에 있는 요즘도

이곳만의 독특한 문화와 격식이 있음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습니다.

3곳의 섬으로 이루어진 이 곳은 걸어가도 1시간이면 될만한 거리이거늘

어찌나 색채가 다른지 한편으론 재미있기도 합니다.

 

제가 세를 얻은 가게는 거금(?)100만원에 30만원 하는 곳으로 이런 가격으로

가게를 얻을 수 있다는 것에 감격한 것은 잠깐,

거문도의 법이 적용되기 시작합니다.

 

일단 계약서를 쓰지 않습니다. 물론 복덕방도 없고 벼룩시장같은 것도 없습니다.

모든 것이 입소문이나 귀동냥으로 이루어집니다.

 

그러니 임대인이나 임차인을 엮어줄 법적인 장치는 없는 것 같습니다.

물론 횟집이나 민박같은 거물들은 어떻게 처리하는지 아직은 모르겠구요.

 

이틀을 닦아도 티도 안나는 가게터를 얻어서 쓸고 닦고..

일단 모든 물자가 뭍에서 와야하는 관계로 웬만하면 길거리에 있는 고물도

줏어다 놔야 안심이 된다는 건 최근에야 알았습니다.

 

여수를 오가는 몇번의 기회동안 어찌나 퍼나 날랐는지..테니스엘보나

그런 병명으로는 감당이 안될만큼 노동의 연속입니다.

에구...이곳에 와서 늘 정상이던 혈압까지 높아져서 뒷골을 부여잡고

병원이 아닌 보건소를 오가며 혈압을 체크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대문 앞에 선인장에 꽃이 피었습니다. 상서로운 조짐이 아닐까요?-

 

 

막걸리를 담근다는 것도 노동이더군요.

꿈과 현실은 늘 평행선처럼 그렇더니..

막연하게 생각하던 '주막'의 꿈은 일단,

영업허가와 사업자등록증을 내야하는 적법한 일들과 마주쳤습니다.

 

"그냥 하지."

 

대부분의 거문도 사람들은 이렇게 얘기하더군요.

 

아니 대한민국의 법을 준수하는 국민이 위법으로 장사를 하라굽쇼?

그렇게 말한 사람들은 내가 이상하고 나는 그분들이 이상한거죠.

 

가스안전공사에 공사필증부터 시작하여, 보건증(?)- 난 이런 쯩은 나가요 언니들만 받는 줄 알았거든요.-

위생교육-이것도 여수에서 안되고 나주와 구례에서 번갈아 하는 교육게 자그만치 3일이란 시간을 할애하여

다녀와야 했습니다.

 

오픈을 하고 싶은데..막걸리도 잘 걸러 놓았는데,...

법은 멀고..마음은 가깝고 그렇네요.

 

수건걸이 하나 배추 한포기 조차 여수에 나가지 않으면 조달이 안되는 현실!

 

섬사람 되기..책이라도 내야 할 판입니다.

 

그나마 아시죠?

제친구와 지인들이 도와줘서 감당하고 있습니다.

로마에 오면 로마법을따르라...절감하고 있습니다.

물이 새는 지붕도 알아서 고쳐 쓰라는 집주인의 말에 오늘 하루는 어찌나 열을 받았는지..

거문도 법이 새삼스레 호랑이처럼 달려드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가 누굽니까.

오늘도 씩씩하게 휘젓고 다니고 있습니다.

안듣던 MP3도 귀에 꽂고...안그러면..속터지거든요.

 

그래도 섬은 늘 아름다워서..

마치 사내를 유혹한 기생처럼 요염합니다.

술 한잔 따르면서 웃음짓는 이 현실을 외면하기 어렵겠죠?

 

앞으로 정기적으로 글을 올리려고 합니다.

 

-왕눈이의 섬주민 되기 프로젝트, 혹은 섬에 한번 살아볼까?...암튼...

 

몸과 마음은 고달프고 홧병도 생길 법 하지만...

새로운 세상과 만나고 그 때마다 중무장하고 있는 나를 보면서

새로운 힘이 솟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하루에도 서 너번 이렇게 외칩니다.

 

"에구 고생을 사서 하네..미쳤지..."

 

그래도 저는 행복합니다.

그리고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주막(?)을 보면서

한편으로 샅바 걸고 모래밭으로 향하는 씨름선수처럼

비장하기도 합니다.

 

"야! 운명 니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한번 해보자."

 

서울은 엄청 덥다죠? 여수만 해도 무척 덥다네요.

하지만 이곳은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경계에 있는 것 같습니다.

내일은 몇 장 사진도 올리고 싶은데...오픈준비때문에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

 

섬마을 주막!

6월 22일 오픈예정입니다.

 

두구두구 두구....기대ㅡ는 하지 마시라!

 

 

    -이랬던 텃밭의 고추가.................................이렇게 자랐습니다.-

 

 

   -자연의 힘이 놀랍고 신기합니다. 사실 이 텃밭을 보는 즐거움도 꽤 쏠쏠합니다-



*2011년 6월부터 쓰기 시작한 제 섬살이 이야기입니다. 앞으로 주욱 올려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