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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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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에서 살아볼까]섬마을 주막이야기


BY 왕눈이 2017-11-27

어려서 사라호 태풍을 경험하신 엄마는 머리위로 커다란 돌멩이가 날아다니더라고 했다.

그후 바람이라면 선풍기바람도 무서워서 한여름에도 선풍기를 여간해서는 틀지 않으신다.

작년이었던가 서울에도 태풍이 지나간 적이 있었다.

우리집은 한강이 내려다 보이는 곳이고 앞이 툭 트인편이라 바람이 거침없이 들이치는 곳이다.

한편으론 걱정을 했지만 지은지 얼마 안되는 튼튼한 아파트라 베란다의 이중창이 웅웅 울기는

했지만 별탈없이 태풍을 견뎠다. 하지만 옆에 있는 오래된 아파트는 두어집이 베란다 창이 깨지는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그제서야 나는 바람의 위력을 비로서 느낄 수 있었다.

 

바로 지금 태풍의 길목, 아니 중심에 있을 거문도는 비상이 걸렸다.

 

 

 

짙은 안개가 섬을 감싸고 있고 앞에 보이는 항으로 속속 배들이 들어오고 있다.

피항을 위해 거문도를 찾아드는 배들이 주차장에 일렬로 주차를 하듯이 들어오는 순서대로

바짝 몸들을 기대어 주차(?)를 하고 있다.

저희들끼리 주차조율을 하기위해 마이크를 틀어놓고 떠드는 통에 온섬이 시끌벅적하다.

말투가 경상도라 물어보니 주변에서 멸치를 잡다가 태풍으로 급히 피신을 한 배란다.

어쨋든 경상도 사람들은 조금 시끄럽다.

 

 

 

집 뒤의 산도 안개에 휩싸여 제 몸뚱아리를 감추고 있다.

 

 

 

이사온 집을 수리할 때 앞 유리창에 선팅을 해야 한다고 해서 무슨 소리인가 했더니

혹시라도 태풍에 유리창이 깨지면 안전유리 역할을 하기 위해서였단다.

그 때도 그러려니 했더니 막상 눈앞에 태풍이 몰려온다고 하니 슬슬 겁이 나기 시작한다.

친구는 집 함석지붕위에 밧줄을 걸어주면서 한마디 한다.

 

"태풍 오는 섬 모습 처음이죠."

 

물론 처음이다. 지금은 바람이 불고 아침에 여수에서 배도 들어왔으니 아직은 태풍의 위력이

미치지 않은 셈이다. 하지만 오후부터는 배도 끊길것이고 아마 3~4일은 완전히 고립될 것이다.

태풍의 진로를 보니 제주도를 거쳐 경기도쪽으로 올라갈 모양이다.

그렇다면 거문도는 태풍의 한가운데에 있는 셈이 된다.

과연 온몸으로 맞는 태풍의 모습은 어떨지 큰 눈만큼이나 겁이 많은 나는 갑자기 죄 안짓고

잘 살아왔던가..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섬사람들은 태풍이 걱정스럽기는 하면서도 무척 의연한 모습이다.

하기는 태풍에 섬이 날아가지는 않을테지. 한 두번 겪는 태풍도 아닐테니 초보 섬살이꾼인

나만 전전긍긍이다. 이럴때는 몸이 무겁다는 것이 한편으로는 위안이 된다.

나를 날릴만큼 위력이 대단하려나.

 

일단 태풍이 오면 가게는 모두 문을 닫고 집집마다 문을 걸어잠그고 동면에 들어가는 곰처럼

숨죽이고 지낸단다. 바다의 수온이 너무 낮아 고기가 안 잡히던 요즘 내심 태풍이 바다를

한바탕 뒤집어 주기를 바라는 어부들은 술과 노름으로 태풍이 지나가기를 기다린단다.

앞으로 얼마나 더 태풍을 맞을지는 모르지만 일단 '첫경험'은 늘 그렇듯이 긴장되고

궁금하고 겁도 살짝 난다. 이렇게라도 세상 밖과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한 오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