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를 시작하고 정말 별의 별 사람을 다 만난다
어떨 때는 돌아나가는 뒷꼭지에 대고
종주먹질이라도 하고 싶을 때도 있다.
정말 잘 참는 성격인 나지만 화가 날 때도 있다.
아직 짐을 다 풀기도 전에
가게에 들어와서는 이옷 저옷
진열된 옷이며 보따리에 들고 온 신상들을
마구 입어보고 파 헤쳐 놓고는 미안하다 말 한마디 없이 휭~
정리라도 다 하고 들어왔다면
개시를 했는지 못했는지 모를 일이지만
아직 보따리를 풀고 있는 중이라면
자기가 그 날의 첫 손님인걸 뻔히 알텐데...
기분좋게 하루를 시작하게 해 주면 좀 좋을까만
별 생각없이 첫손님으로 들어와서는
입어 본 옷이라도 옷걸이에 걸어주고 가면 덜 미울건데
여기저기 뱀허물처럼 훌러덩 벗어 던지고 나가버린다.
개시 손님으로 들어가게 될 경우엔
마음을 잘 정리해서 들어가고
어지간하면 큰 거는 아니더라도
하나쯤은 들고 나오면 참 좋겠다싶다.
우리가게에 단골 할머니 한분은
자기도 옛날에 장사를 해 봐서 그 기분 안다며
단 한번도 그냥 돌아나가는 경우가 없다.
아니 일부러 첫 손님으로 오고 싶단다.
내 기분 좋게 해 주면 자기도 하루 온 종일 재수가 있겠지..하시면서.
일종의 미신일수도 있는 일이지만
그 할머니는 가게 셔터 문이 올라가는 시간에 출근하고
많게는 몇만원 적게는 몇천원씩 꼭 사 주신다.
이틀 전 서울 딸네집에 한달간 다니러 가신다며
떡이랑 과자를 한아름 주고 가셨다.
좋은 옷 싸게 입게 해 줘서 고맙다시며
한달 뒤에 올 테니까 장사 잘 하고 있으란다.ㅎㅎ
거의 매일 병원에 물리치료를 다니시는데
우리 가게 앞으로 병원에 가신다.
뭘 사지 않는 날에도 하루 종일 기분좋게 장사하라며
화이팅을 외쳐 주며 지나가신다.
첫 기분을 우울하게 만드는 사람들도 더러 있지만
이런 할머니같은 즐겁고 고마운 이웃이 있어 행복하다.
수시로 과일이며 누룽지를 구워 들고오는 할머니
매일 아침 시원한 박카스병을 건네는 할머니.
참 좋은 이웃을 뒀다.
애교 섞인 말로 단돈 천원을 갂아 달라는 할머니는
만원어치도 더 되는 간식보따리를 들고 나타나신다.
어떨 때는 해물칼국수가 날아들기도 한다.
어제는 매상도 많이 올랐고 바빴고
오늘은 장 뒷날이라 좀 한가했다.
덕분에 어수선하던 머리도 다시 했고
남편과 큰딸을 불러 신선하고 맛있는 회도 먹었다.
가게 주인이 여우짓을 안하고 무던하다고 소문이 났단다.
가격도 주변 동종업종에 비해 저렴하고
품질에서도 좋은 평가를 얻고 있다.
깍쟁이 노릇은 체질에도 안 맞으니 패스.
더러는 약오르는 손님이 있을 수 있지만
그것도 참아내야 하는 분명한 사실이라면
이왕이면 기분좋게 보내려고 한다.
다시는 못 올 집이 아니라 다시 오고 싶은 집으로 기억되게.
오늘 미용실 원장님이 그랬다.
얼굴이 참 점잖게 생겼다고.
상업용멘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내 장사도 점잖게 하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