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이러다 지쳐 쓰러질것만 같았다.
새벽 6시에 장에 나가면 밤 8시가 넘어서야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이 되었고
휴식이라고는 작은 프라스틱 의자에서 잠깐씩.
창녕장은 그나마 상가를 샀으니 내 집이지만
남지장은 그 자리만 산거니 노점이나 마찬가지라
커다란 천막 두 동이 전부다.
그러니 편하게 쉴 공간이 따로 없다.
천막 한쪽에 접이식 의자 하나가 내 휴식공간의 전부이다.
주말은 그마져도 바빠서 쉴 틈이 없다.
수시로 찾아오는 손님들이 있으니
의자에 앉아서 맞이할 수가 없다.
노점치고는 매상이 좋은 편이라
힘은 들어도 전대가 살 찌는 재미로 힘든 줄도 모르고
오전도 후딱 그러다 좀 있으면 오후를 넘어 저녁무렵
장을 펴고 거두는데도 두어시간씩
의류나 신발 생활소품까지
물건도 워낙에 많다보니
두시간씩 펴고 거둬들여야 한다.
창녕은 그나마 상가 안이라 훨씬 수월하다.
하루 온 종일 서서 있는 일이라
신발은 특별히 신경을 쓰는 편이다.
개업하는 날 멋 모르고 폼나는 신발을 신고
하루 온 종일 서 있은 결과 발바닥이 감각이 이상할 정도였다.
다리는 걷기조차 싫을 정도로 피곤했고
온 몸은 두들겨 맞은 사람처럼 축...쳐져
물에 젖은 솜뭉치처럼
씻는것까지 누가 좀 해 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구러 8개월이 흐른 지금
두 장을 뛰고 평일에도 매장을 오가는 생활을 하는데도
피로도는 있지만 전처럼 땅으로 꺼질 것 같은
그런 피곤은 못 느끼고 지낸다.
퇴근하고 매일 창고에서 다음 날 가게에 내 갈
옷 정리를 하다보면 보통 밤 10시는 넘기기 일쑤
씻고 뭐 다른 일 할 시간이 없다.
잡념이란 끼어 들 시간은 더더욱 없고.
일주일이 어찌 지나가는지도 모를 지경이다.
그 주간에 들어 있는 두 장을 뛰고 나면
벌써 일주일의 반은 지난 느낌이고
나머지 사나흘은 또 다음 장 준비.
낮에 큰딸한테서 카톡이 들어왔다.
엄마아빠 결혼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멋진 아빠와 현명한 엄마가 부모님이어서 감사하다고.
결혼 안 한 둘째와 아들도 엄마아빠가 자랑스럽다고 했다.
둘째딸은 아빠와 같은 남자만나서 결혼할 거라고 했고
아들은 엄마같은 여자만나서 결혼하고 싶다고 했다.
기분좋아라고 하는 말이겠지만
알면서도 흐뭇한 기분은 왜지??ㅎㅎㅎ
6월달에 우리 결혼기념일이 있었구나.....
그게 오늘이었구나.....
바빠도 너무 바쁘다.
용케도 몸이 이 바쁜 날들에 적응을 잘 하고 있다.
남편이나 나나 둘 다 살은 많이 빠졌다.
좀 더 익숙해지면 몸도 회복되겠지.
멋부리고 놀러 갈 여유가 없으니
용돈 들어갈 일 없어 좋다.
누가 그랬던가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고.ㅋㅋㅋ
어느 분의 덕담처럼 호텔을 짓든
옆집 할머니 덕담처럼 빌딩을 짓든 한번 해 보는거다.
보기에 우아한 직업은 아니지만 수입은 괜찮은 편이다.
노력한만큼 현실적으로 효과가 나타나 주니 좋다.
폼나고 찌질한 것 보다는
폼은 좀 덜 나더라도 알짜배기가 좋다.
나는 내 몸을 이렇게 건강체로 낳아주신 부모님께 감사하다.
아마 키가 작거나 허약체였더라면
애시당초 엄두도 못 냈을지도 모른다.
장을 펴고 접는 일이 엄청난 노동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커다란 천막 두 동을 펼치고
옷을 걸었다가 거둬 들이는 그 일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상가에서는 좀 덜 피곤해서 좋다.
이만큼의 건강이라도 있을 때
과감하게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찍었다.
시간은 나를 위해 기다려주진 않으니까
해 보고 싶었고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 시작했다.
제법 큰 단골도 여럿 생겼고
소문도 좋게 나고 있는 중이라
초심만 흐리지말고 성실하게 대한다면
충분히 승산있다고 본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키는거라고 했다.
매사에 꼼꼼하게 잘 챙길 일이다.
어느 일이나 다 그렇지만
이 일은 건강에 또 건강을 더 해야 할 일이다.
오늘 하루 쉬었으니 내일은 더 바쁘겠다.
우리가게 문이 닫힌 날은
주변 상가에 할머니들이 심심하다고 하셨다.
우리가게에 오가는 사람들 구경도 좋은구경이라나?ㅎㅎㅎ
바쁜 주인을 만난 내 몸한테 미안하다.
적응을 잘 해 주는 것도 고맙다.
잘 살펴서 건강하게 장날 잘 지키고
소중하게 다스려주마 내 몸 고마워~~!!!